'작은 교회'들의 종교개혁주일 "천국 열쇠, 목사만 가진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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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이끌고 교인은 따른다. 한국교회에 익숙한 이 공식을 바꿔 보려는 작은 교회들이 종교개혁 509주년을 맞아 한자리에 모였다. 예배당을 채운 교인 100여 명은 500여 년 전 개혁을 함께 일군 평범한 교인들을 돌아보며, 목회자와 교인이 대등하게 꾸려 가는 교회를 고민했다.
박형신 교수는 "종교개혁은 중세 교회가 교황과 사제가 쥐고 있다고 한 '천국 열쇠'를 장로들이 가져온 사건이다. 목사님들이 천국 열쇠를 가지고 계신 것이 아니다. 천국 열쇠를 우리가 모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기능적으로 분화하고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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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교회' 꾸려 온 교인들 경험 나눠
"성직자 중심주의, 물 빼자고 되는 게 아니라 구조 바꿔야"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목사가 이끌고 교인은 따른다. 한국교회에 익숙한 이 공식을 바꿔 보려는 작은 교회들이 종교개혁 509주년을 맞아 한자리에 모였다. 언덕교회·예인교회·찾아가는교회·너머서교회 등 '평신도 교회'를 지향하는 건강한작은교회연합(건작연) 소속 교회들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김종미·남오성·박종운·임왕성)와 건작연은 10월 25일 부천 상동 예인교회에서 종교개혁주일 연합 예배를 드리고, 오후에는 '종교개혁과 평신도'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예배당을 채운 교인 100여 명은 500여 년 전 개혁을 함께 일군 평범한 교인들을 돌아보며, 목회자와 교인이 대등하게 꾸려 가는 교회를 고민했다.

안찬영 집사(언덕교회)는 한국교회 여성 리더십과 사회적 참사를 위한 기도를 맡았다. 안 집사는 "여전히 여성 목사 안수를 외면하며 성경적 진리를 오독하는 교단들이 회심하게 하시고, 어렵게 안수를 받은 여성 목회자들과 교회 내 여성 교인들이 마땅히 서야 할 자리를 보장받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29일, 4주기를 맞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서도 기도했다. 그는 "망각을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진실의 끈을 놓지 않게 하시고, 슬퍼하는 유가족들과 끝까지 연대하는 파수꾼이 되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조경순 씨(예인교회)는 기후 위기와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한국교회가 앞장서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하나님이 지으신 다른 생명들과 더불어 살아가게 해 달라고 했다. 전쟁이 이어지는 중동과 우크라이나, 군사적 긴장이 정치에 이용되는 한반도의 평화를 구했다.
설교를 맡은 박창훈 목사(언덕교회·서울신대 교회사 교수)는 에베소서 2장 7절을 본문으로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야기했다. 그는 "그 멋진 역사와 전통을 가진 개신교가 509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또 다른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은 개신교에 큰 문제가 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최근 만난 은퇴한 선배 목회자가 평생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는가'를 고민해 왔는데, 요즘은 '교회 안에도 구원이 있는가'를 묻고 있다고 하더라"고 했다.

박형신 교수 "종교개혁, 교인들이 함께 만들었다" |
2부 포럼에서는 박형신 교수(남서울대 교회사)가 '인쇄업자와 시계 장인이 만들어 간 유럽의 종교개혁'을 주제로 강의했다. 박 교수는 16세기 종교개혁이 루터나 칼뱅 같은 성직자들만 이뤄 낸 일이 아니라고 했다. 루터의 책과 독일어 성경을 찍어 낸 인쇄업자들, 요한계시록의 '음녀'에게 교황의 삼중관을 씌워 그린 화가 루카스 크라나흐 같은 교인들도 함께 개혁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작은 교회 교인들은 목회자와 교인이 함께 교회를 꾸려 온 경험을 나눴다. 박희주 집사(너머서교회)는 목회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한국교회의 '권위적 성장 모델'이 경제 성장기에는 통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한계를 드러냈다고 했다. 이제는 목회자가 말씀·기도·돌봄에 집중하고, 교인들로 꾸린 운영위원회가 행정을 맡는 식으로 역할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교인들도 책임감을 갖고 목회자와 대등하게 함께 일해야 한다고 했다.
박 집사는 "목회자가 권한을 내려놓는 만큼 그 부분을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감당할 자세를 갖춰야 한다. 우리에게는 목회자에게 신앙을 맡기고, 의존하고 싶은 유혹이 있다. 목회자가 탁월할수록, 카리스마가 있을수록 이런 유혹은 강력해진다. 하지만 성숙해서 스스로 설 수 있는 신앙이 필요하다. 목회자는 교인들이 그렇게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경호 장로(미래를사는교회)는 목회자와 교인이 함께 꾸려 가는 교회를 세우려다 실패한 경험도 털어놨다. 수평적인 공동체를 꿈꾸던 가정 교회였지만, 담임목사 후임을 정하고 퇴직금을 주는 문제로 교인들이 대거 떠났다고 했다. 떠난 교인 일부가 '제왕적 담임목사제'를 바꿔 보자며 새 교회를 세웠지만, 그 공동체도 또다시 쪼개졌다. 이 장로는 "목회자가 없어도 스스로 자생할 만한 교회의 모습을 갖추지 않는 한 목회자들한테 기대는 모습을 계속 가지게 되고, 거기서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했다.
개혁연대 기숙영 사무국장은 평신도 교회에 대한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교인들이 교역자 역할을 대신하는 데 목회자는 79%가 찬성했지만, 교인은 60% 정도만 찬성했다. 기 사무국장은 "한국교회 교인들이 오랜 시간 권위적인 구조와 위계 중심, 과도한 의존적 신앙 속에서 성장해 온 결과, 신앙의 주체성이 약화된 게 아닌가 싶다. 교인들이 목회자처럼 '멀티 프로페셔널'이 될 필요는 없다. 작은 공동체로 함께 모이고, 교회 안에만 머물기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현장에 동참해 적극적으로 하나님나라 사역을 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목회자에게 기대는 신앙에서 벗어나 스스로 서는 신앙을 어떻게 기를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박희주 집사는 "말씀에 대한 순종은 반드시 지키고 따라야 하지만, 그 말씀을 전하는 목회자에 대한 순종으로 탈바꿈하는 경우가 참 많다. 의존적인 것에서 벗어나는 데는 의식적인 저항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숙영 사무국장은 "목사님 말씀이 무조건 다 맞다는 것도, 설교를 평가하듯 앉아 있는 것도 주체적 신앙은 아니다. 다만 정말 저 말씀이 그러한가, 성경에서 그러한가, 내 삶에 적용될 만한가 늘 질문하는 신앙이 주체적인 신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장로는 "목사님이 안 계셔도 우리끼리 할 수 있다, 이 정도가 돼야 교회가 자립하고 자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형신 교수는 "종교개혁은 중세 교회가 교황과 사제가 쥐고 있다고 한 '천국 열쇠'를 장로들이 가져온 사건이다. 목사님들이 천국 열쇠를 가지고 계신 것이 아니다. 천국 열쇠를 우리가 모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기능적으로 분화하고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수진 sjnah@newsnjo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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