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스, 814㎞ 상공서 3년 6개월간 ‘지구 광합성 지도’ 그린다[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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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식물이 폭염과 가뭄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파악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환경 변화로 광합성 기능이 약해지면 농작물 생산뿐 아니라 숲의 탄소흡수 능력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이 광합성에 필요한 빛을 흡수할 때 내보내는 형광의 변화를 측정해 광합성 활동과 식생 스트레스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식물의 외형 변화에 앞서 나타나는 광합성 기능의 변화를 포착하면, 가뭄과 폭염이 농작물이나 산림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일찍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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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광합성 위한 빛 흡수때
내보내는 형광의 변화 측정
식생 스트레스 등 생리 진단
형광영상분광계 ‘플로리스’로
500~780㎚ 파장대의 빛 분석
공간해상도 300m로 지표 관측
고온·가뭄 따른 작황 변화 파악
탄소·물 순환서 식물 역할 연구
기후예측 정확도 높이는데 활용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식물이 폭염과 가뭄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파악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환경 변화로 광합성 기능이 약해지면 농작물 생산뿐 아니라 숲의 탄소흡수 능력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이 햇빛을 흡수할 때 내보내는 미세한 형광은 이러한 변화를 우주에서 추적할 단서가 된다.
유럽우주국(ESA)은 이런 형광 신호를 관측할 위성 ‘플렉스(FLEX·Fluorescence Explorer)’를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의 유럽우주기지에서 지난달 15일 발사했다. 유럽연합(EU)의 지구관측위성 센티널-3C도 베가-C 로켓에 함께 실렸으며, 두 위성은 발사 직후 지상 관제센터와 첫 교신에 성공했다. ESA는 본격적인 관측에 앞서 약 3개월에 걸쳐 FLEX의 장비와 각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초기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814㎞ 상공서 전 지구 광합성 지도 그릴 FLEX= FLEX는 식물의 광합성 활동을 우주에서 관측하도록 설계된 ESA의 지구탐사 위성이다. 고도 약 814㎞에서 운용되며 임무 수명은 3년 6개월이다. 본격적인 관측에 들어가면 공간 해상도 300m의 전 지구 식생 형광 지도를 매달 작성하는 것이 목표다. 궤도 반복 주기는 27일로, 같은 지역을 주기적으로 관측해 광합성 활동 자료를 축적한다. 임무 기간에는 남·북반구에서 각각 최소 3년 치의 계절별 식생 변화를 관측, 기상 조건이 다른 해의 광합성 활동을 비교할 계획이다.
기존 위성은 주로 지표에서 반사되는 빛을 분석해 숲과 농경지의 분포, 식생 밀도와 토지 이용 변화를 파악해왔다. 반사광 자료를 통해 식물의 생육 상태나 가뭄 영향을 간접적으로 살필 수도 있지만,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빛 에너지를 실제로 어떻게 이용하는지 직접 보여주지는 않는다. 잎이 초록빛을 유지해도 고온이나 수분 부족으로 광합성 활동이 먼저 달라질 수 있고, 변색이나 고사 등 외형 변화는 뒤늦게 나타날 수 있다.
FLEX는 이러한 관측을 보완해 식물의 생리 활동을 살핀다. 식물이 광합성에 필요한 빛을 흡수할 때 내보내는 형광의 변화를 측정해 광합성 활동과 식생 스트레스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식물의 외형 변화에 앞서 나타나는 광합성 기능의 변화를 포착하면, 가뭄과 폭염이 농작물이나 산림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일찍 살펴볼 수 있다.
◇반사광 속 미세 형광 포착해 식물 상태 추적=FLEX의 주요 관측 대상은 식물이 태양빛을 흡수할 때 내보내는 ‘태양유도엽록소형광(SIF)’이다. 식물의 엽록소가 흡수한 빛 에너지는 광합성에 쓰이거나 열로 빠져나가며, 극히 일부는 붉은색과 원적색 영역의 미세한 빛으로 다시 방출된다. 이것이 형광이다. 고온이나 수분 부족으로 식물이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이 달라지면 형광 신호도 변할 수 있어, 이를 통해 광합성 활동의 변화를 추정할 수 있다.
문제는 이 형광이 지표에서 반사되는 태양빛에 비해 매우 약하다는 점이다. 강한 반사광에 섞인 미세한 신호를 구별하려면 빛을 파장별로 세밀하게 나누는 정밀한 분광 관측이 필요하다. 이를 담당하는 장비가 FLEX에 탑재된 형광영상분광계 ‘플로리스(FLORIS)’다. FLORIS는 500∼780㎚ 파장대의 빛을 분석하며, 폭 150㎞의 지표를 공간 해상도 300m로 관측하도록 설계됐다. 장비 내부의 두 분광계는 역할을 나눠 하나는 미세한 형광을, 다른 하나는 이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대기와 반사광 정보를 측정한다.
다만 형광 신호를 정확히 해석하려면 주변 환경도 함께 살펴야 한다. 형광의 세기는 빛의 양과 잎의 구조 등에도 영향을 받아, 강한 신호가 반드시 활발한 광합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요인을 함께 고려하기 위해 FLEX 자료는 EU의 지구관측위성인 센티널-3 계열의 관측자료와 결합해 분석된다. 센티널-3는 지표 온도와 토지 피복, 구름·에어로졸·수증기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지표 온도는 식물이 놓인 환경을 살피는데, 대기 정보는 지표에서 위성까지 도달하는 동안 빛이 받는 영향을 보정하는 데 활용된다.
ESA는 초기에는 이미 궤도에서 관측 중인 센티널-3A와 FLEX를 짝지어 운용할 계획이다. 두 위성이 비슷한 시각에 같은 지역을 관측하면 형광 신호와 환경 정보를 함께 분석하기에 유리하다. 이후에는 FLEX와 함께 발사된 센티널-3C가 센티널-3A의 역할을 이어받는다.
◇작황 분석부터 기후 예측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FLEX= FLEX 관측자료의 주요 활용 분야 중 하나는 고온과 가뭄에 따른 작황 변화 분석이다. 농경지의 형광 변화를 반복 관측하고 기상·토양 자료와 함께 분석하면 작물의 광합성 활동이 어떤 환경에서 달라지는지 살펴볼 수 있다. 겉모습에 드러나기 전 나타나는 생리적 변화까지 파악해 생산성 변화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보완하는 것이다. ESA는 이런 식물 건강·생산성 정보가 식량과 사료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탄소와 물의 순환에서 식물이 하는 역할도 주요 연구 대상이다. 숲의 면적이 유지되더라도 폭염과 가뭄으로 광합성이 약해지면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달라질 수 있다. 식물이 수분 손실을 줄이기 위해 잎의 기공을 닫으면 대기로 내보내는 수분뿐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이는 양도 줄어든다. 형광 자료와 지표 온도 등 환경 정보는 이러한 변화를 지역별·계절별로 비교하고, 식물의 탄소흡수와 물 순환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기초자료가 된다.
기후모델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도 쓰일 전망이다. 미래 기후를 예측하려면 기온·강수량뿐 아니라 식생의 반응과 이에 따른 탄소·물 순환의 변화도 계산해야 한다. ESA는 FLEX 관측으로 이러한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높일 계획이다. 실제 관측 결과를 토대로 모델의 예측을 검증하고 보완하면,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보다 정확히 전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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