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AI 해킹 사건’ 고개 저은 중수청…‘1호 수사’ 안 하나, 못 하나

허진무 기자 2026. 10. 2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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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중수청 본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최근 금융권 인공지능(AI) 해킹 사건을 수사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경찰에 맡기면서 중수청이 ‘1호 수사’를 할 만한 준비가 안 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중수청이 중대범죄 수사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사건 핑퐁’이 되지 않게 합리적 판단을 했다는 반론도 있다.

중수청은 지난 23일 “경찰에 ‘수사 불개시’를 통보했다”며 “중수청 개청일 전부터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사안으로,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해외 유관기관과 국제 공조도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할 때 경찰에서 계속 수사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신한·KB국민·하나·BNK부산은행 등 16개 금융기관에서 약 1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중수청 수사 대상인 사이버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경찰은 지난 21일 혐의 인지 사실을 중수청에 통보했다. 중수청이 수사하겠다고 결정하면 경찰은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시민에게 광범위한 피해를 입힌 중대 사건인 만큼 중수청의 1호 수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중수청은 수사 불개시 결정했다.

수사 불개시 결정의 배경으로 중수청이 사이버범죄 수사 진용을 완전하게 갖추지 못한 점이 거론된다. 중국 AI 침투 도구를 사용해 국제적인 피해를 입힌 이번 해킹의 공격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선 고도의 디지털 포렌식 역량이 필요하다. 중수청이 공소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포렌식 장비를 이관받는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다. 수사 실무를 지휘하는 서울중수청 사이버정보수사과장 자리는 공석이다.

중수청은 사이버범죄 수사 인력·장비를 보강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도 수사가 가능한 상태라는 입장이다. 실제 중수청은 경찰이 인지 통보한 사이버범죄 사건 일부를 이첩받아 수사를 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수청이 1호 수사라는 부담 때문에 경찰 사건 이첩에 소극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수사 성과를 내도 경찰 공로를 가로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고, 성과를 내지 못하면 수사력 부족 논란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수청은 자체적으로 혐의를 인지해 수사를 개시한 중대 사건을 1호 수사로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수청은 동남아 국적 마약사범을 구속해 지난 23일 공소청에 송치했지만 스스로 1호 수사 성과라고 내세우지는 않았다.

일각에선 수사기관이 서로 곤란한 사건을 떠넘기는 ‘사건 핑퐁’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이 같은 취지의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이 지옥문은 예상됐던 일이니 (검찰 폐지와 중수청 설립을 주도한) 민주당의 고의”라고 적었다.

중수청은 오히려 경찰 사건이 불필요하게 이첩돼 수사가 지연되는 것을 방지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수청 관계자는 “중수청과 경찰 사이에 사건이 오갔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건 핑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인지 통보를 받은 지 이틀 만에 수사 불개시 결정한 이유도 경찰이 신속하게 수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 문재원 기자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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