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부품 품귀, 메모리 넘어 MLCC·기판으로… 삼성전기·LG이노텍 ‘실적 전망’ 엇갈린 까닭

정두용 기자 2026. 10.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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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발 품귀 현상이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전자부품으로 번지고 있다. AI 가속기의 필수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도 고사양 제품을 중심으로 납기가 길어지고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다만 AI 부품 공급망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올 3분기 실적 전망은 엇갈린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올 3분기 실적 전망을 가른 요인으로는 AI 수요가 이익으로 연결되는 사업 구조가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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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AI 부품 호조에 실적 기대감↑… 빅테크 수주 확대
LG이노텍, 스마트폰 수요 하락에 환율 부담… 실적 개선 ‘발목’
장기계약 넘어 증설비 지원… 달라진 빅테크 부품 조달 방식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최근 5개 분기 매출액·영업이익 추이. 2026년 3분기 수치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 기준./AI 활용 제작 이미지

인공지능(AI)발 품귀 현상이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전자부품으로 번지고 있다. AI 가속기의 필수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도 고사양 제품을 중심으로 납기가 길어지고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장기공급계약을 맺는 데서 나아가 부품업체의 공장 증설비까지 지원하며 물량 확보에 나섰다.

다만 AI 부품 공급망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올 3분기 실적 전망은 엇갈린다. AI 서버용 부품을 선제적으로 키운 삼성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와 가격 상승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개선될 전망이다. 반면 모바일 카메라모듈 의존도가 높은 LG이노텍은 수요·환율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LG이노텍도 기판·로봇용 센싱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지만, AI 수요가 전사 이익으로 이어지는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64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8.0% 증가할 전망이다. 매출은 32.5% 늘어난 3조8282억원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은 매출이 13.7% 증가한 6조1048억원을 기록하겠지만, 영업이익은 0.4% 감소한 2029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 MLCC·기판까지 번진 공급난… 빅테크가 증설비도 댄다

AI 서비스가 고도화되고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서버 한 대에도 더 많은 고성능 부품이 필요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AI 서버 출하량이 올해 전년 대비 32.2% 증가하고, 내년에는 약 36%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기의 주력 제품인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공급해 반도체의 전압을 안정시키는 부품이다. 전력 소모가 큰 AI 서버에는 고용량 제품이 더 많이 필요하다. 고집적 패키지기판인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는 칩과 메인보드 사이에서 신호와 전력을 전달한다. AI 반도체가 고성능화할수록 기판이 커지고 회로층이 늘어 같은 설비에서 만들 수 있는 수량은 줄어든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고성능 반도체용 기판의 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기간은 48~56주, MLCC는 35주였다. 수급이 균형을 이룰 때 12주 수준인 납기가 길게는 1년을 넘어선 것이다.

이에 따른 물량 확보 경쟁은 거래 방식도 바꾸고 있다. 삼성전기가 올해 5월 이후 공시한 장기공급계약은 7건으로, 누적 수주액은 약 4조3000억원이다. MLCC와 실리콘 커패시터에서 기판 등으로 장기계약 대상도 넓어지고 있다.

삼성전기의 인공지능(AI) 서버용 초고용량 MLCC 제품 이미지./삼성전기

생산시설 투자에 고객사가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나왔다. 삼성전기는 지난 21일 엔비디아와 세종·부산 사업장의 기판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다년간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기존 국내 생산라인을 활용해 올해부터 AI 연산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용 기판을 공급한다.

엔비디아의 투자금은 2조원대로 알려졌다. 테슬라도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전용 생산라인에 1조원대 자금을 지원하고, 2029년부터 2033년까지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의 AI 반도체에 쓰일 기판을 공급받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기가 지난 9월 발표한 세종·베트남 FC-BGA 증설 투자액은 총 6조7800억원이다.

LG이노텍도 고객사와 증설을 협의 중이다. 지난 6월 FC-BGA 생산능력 확대를 놓고 고객사 2곳과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LG이노텍이 다수의 빅테크와 증설·공급 협의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으며, 투자비 상당 부분을 고객사 선수금으로 조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기판업체들이 증설에 나서도 공급난이 단기간에 풀리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집계한 주요 고성능 반도체기판 업체의 투자 계획은 143억달러(약 19조원)로, 삼성전기가 약 3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다만 신규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은 2028년 하반기 이후 확보될 전망이다. 삼성전기의 세종 신규 생산라인도 2028년 9월 양산, 베트남 증설 공장은 2030년 6월 가동을 목표로 한다.

LG이노텍의 차세대 대면적(왼쪽)과 초대면적 FC-BGA 기판 샘플./LG이노텍

◇ 삼성전기 실적 이끄는 MLCC·기판…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의존도 높아 성장 제약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올 3분기 실적 전망을 가른 요인으로는 AI 수요가 이익으로 연결되는 사업 구조가 꼽힌다. 생성형 AI와 사람을 대신해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 AI를 구동하는 서버에는 고사양 MLCC·반도체기판이 필요하다. 삼성전기는 고부가 제품의 판매 증가와 가격 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LG이노텍은 기판 사업의 규모가 작고 모바일 카메라모듈 의존도가 높아 수혜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기는 올 상반기 매출의 68.3%를 MLCC 등을 생산하는 컴포넌트와 반도체기판을 만드는 패키지솔루션 사업에서 올렸다. 두 사업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3.1%였다. AI 서버용 제품을 포함한 두 부품 사업이 이미 주력 수익원으로 자리 잡은 구조다.

삼성전기의 올 상반기 MLCC 평균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13.9%, 패키지 기판은 18.7% 상승했다. IBK투자증권은 올 3분기 전사 영업이익의 약 96%가 컴포넌트·패키지솔루션 사업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2026년 상반기 사업부별 매출 구성./AI 활용 제작 이미지

반면 LG이노텍은 모바일 카메라모듈이 주력인 광학솔루션 사업이 올 상반기 매출의 82.5%, 영업이익의 75.7%를 차지했다. AI 서버 투자보다 스마트폰 판매량과 부품 원가, 환율 변화가 당장의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반도체 가격 상승이 완제품 가격을 밀어 올리는 ‘칩플레이션’(칩+인플레이션)이 수요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AI용 부품 공급사에는 가격 상승이 이익을 늘릴 기회지만, 스마트폰용 카메라 공급사에는 완제품 수요 위축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올 3분기에는 원·달러 환율 하락도 LG이노텍 실적의 발목을 잡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환율 하락에 따른 수익성 영향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LG이노텍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을 컨센서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907억원으로 추산했다.

기판 사업은 이익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실적 기여도는 아직 작다.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 사업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9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94%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매출 중 차지하는 비중은 8.5%, 영업이익 기여도는 18.4%에 그친다.

AI 서버용 고사양 기판의 실적 기여가 커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LG이노텍은 2024년 말 PC 칩셋용 FC-BGA 양산을 시작한 뒤 PC 중앙처리장치(CPU)용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서버용 AI 반도체 기판은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한다.

카메라모듈 사업에서는 스마트폰에서 쌓은 광학 기술을 로봇 등 피지컬 AI로 넓히며 새로운 수요처를 찾고 있다. LG이노텍은 올해 7월 파주사업장에서 북미 로봇 고객용 카메라모듈 양산을 시작했다. 지난 22일에는 엔비디아의 ‘홀로스캔 센서 브리지(HSB)’ 기술을 적용한 300만화소 카메라모듈과 멀티모달 비전 시스템을 공개했다. 여러 카메라와 센서가 수집한 정보를 AI 컴퓨터에 빠르게 전달해 로봇의 인식·판단 지연을 줄이는 솔루션이다.

다만 생성형 AI·에이전트 AI용 데이터센터에서 이미 대규모 부품 수요가 발생하는 것과 달리, LG이노텍의 로봇용 센싱은 고객사와 양산 적용처를 넓혀가는 단계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AI 수요가 늘어도 주력 제품과 양산 시점에 따라 실적에 반영되는 속도가 기업마다 다르다”며 “고부가 부품의 공급을 늘리면서 고객사로부터 장기 물량과 투자 지원을 확보하는 능력이 앞으로 부품업체의 수익성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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