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팔던 통신사, 이젠 AI 사용량 판다…‘토큰 서비스’ 공략

최아리 기자 2026. 10.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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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1일 중국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내 ‘토큰 팩토리’의 내부 모습. 토큰 팩토리는 AI가 이용자의 요청을 처리하고 답변을 생성하는 데 필요한 연산 시설로, 중국은 최근 AI 경제 활성화를 위해 토큰 팩토리도 확대 중이다. 사진은 기사에 소개된 통신사 서비스와는 무관./신화 연합뉴스

분·초 시간 단위로 음성 통화를, 메가·기가바이트(M·GB) 단위로 데이터를 판매하던 통신사들이 이제 인공지능(AI) 이용량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AI가 검색·예약·업무 처리까지 맡으면서 늘어나는 수요를 새 수익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에 필요한 AI를 연결하고 이용료를 청구하는 ‘토큰 경제’가 통신업의 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토큰은 AI가 질문을 읽고 답변을 만들 때 처리하는 데이터의 기본 단위이자 이용료를 계산하는 기준이다. 통신사들은 기업에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빌려주는 데서 나아가 필요한 AI를 공급하고 사용량과 비용까지 관리하려 한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산하 GSMA인텔리전스는 “통화 시간, 스마트폰 데이터에 이어 토큰이 새로운 소비 단위로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SKT·KT는 AI 중개, LGU+는 비용 절감 기술

SK텔레콤은 지난 8일 ‘토큰 게이트웨이’ 사업 구상을 내놨다. 기업과 개인의 AI 사용 패턴을 파악해, 가장 적합한 모델과 연산 인프라로 연결하는 관제 센터다. 엔비디아와 함께 추진하는 ‘AI 팩토리’로 연산 기반을 확보하고, 고객의 요청을 처리할 AI를 연결하는 역할까지 맡는다. 내년 상용 서비스가 목표다.

KT도 토큰 생성·중개·과금을 지원하는 ‘토큰 팩토리’를 신사업으로 제시했다. 질문의 의도와 난이도를 분석해 여러 AI 중 적합한 모델을 고르고, 요청마다 필요한 성능과 비용을 따져 배분하는 기술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연내 서비스 개시를 추진 중인 ‘모두의 AI’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 역시 토큰 요금제 관련 서비스·개발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AI 서비스 제공 비용을 낮추기 위한 기술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달 AI 모델 최적화 기업 옵트에이아이와의 초기 공동 연구에서 같은 GPU로 처리하는 토큰의 양을 기존 대비 최대 4배로 늘렸다고 밝혔다.

통신사들은 이미 대규모 가입자 기반과 기존 인증·결제 체계를 갖추고 있다. 고객의 AI 수요를 모으고 이용료를 청구하는 데 통신 사업에서 쌓은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 AI를 직접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여러 회사의 AI를 고객에게 연결하고 관리하는 유통 사업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

◇싱가포르·중국은 이미 시작… 수익성 확보가 관건

해외 통신사들은 이미 AI 이용량을 묶은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 싱가포르 싱텔은 지난 1일 기업용 ‘토큰 서비스(TaaS)’를 출시했다. 필요한 토큰 물량을 구독하면 여러 회사의 AI 모델을 한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콘텐츠 제작 등 업무에 맞는 모델을 자동으로 연결해 비용과 성능을 조절한다.

기업은 지원되는 여러 모델을 하나의 계약으로 이용하고, 사용량과 비용도 한곳에서 관리할 수 있다. 민감한 기업 데이터를 해외로 보내지 않고 처리할 수 있도록 싱가포르 내 인프라에서 구동하는 AI 모델도 제공한다.

AI 이용이 급증하는 중국에서는 통신사들이 늘어나는 수요를 새 매출로 연결하기 위해 개인과 기업의 용도에 맞춰 토큰 요금제를 나눠 파는 단계까지 나갔다. 차이나텔레콤은 지난 5월 월 9.9위안(약 1970원)에 1000만 토큰을 제공하는 개인용 상품과 코딩·AI 에이전트 운영에 쓰는 기업용 상품을 내놨다. 휴대전화 데이터처럼 필요한 AI 이용량을 골라 가입하는 구조다. 차이나모바일도 일부 지역에서 토큰과 클라우드 PC·AI 에이전트를 묶은 상품을 출시했다.

다만 토큰을 단순 재판매하는 방식으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AI 모델을 제공하는 사업자끼리 가격을 낮춰 경쟁하면, 판매액에서 모델 이용료 등 비용을 빼고 남는 몫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GSMA인텔리전스는 업무별로 비용·품질·응답 속도를 고려해 적합한 AI 모델을 골라주는 데 더 큰 사업 기회가 있다고 분석했다.

통신사들은 연산 비용을 줄이는 기술과 서비스 운영 역량을 함께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객의 AI 이용을 관리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클라우드·AI 기업들이 새 경쟁 상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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