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백억 과징금 도로 토해내도 '승소'… 공정위 승소율 부풀리기 논란

강진구 2026. 10. 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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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팜스코 등 사료업체 3곳에 물린 과징금 142억 원을 전액 돌려줘야 했다. 앞서 2015년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수년간 사료 가격을 담합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법원이 담합으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를 전액 취소했기 때문이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판결이 확정·종결된 과징금 사건 468건 가운데 공정위가 전부 이긴 사건은 372건으로, 승소율은 79.5%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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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과징금 소송 승소율 94%의 착시
과징금 3206억원 깎여 일부승소해도 '승소'
"공정위 실력은 과징금 부과로 평가받는 것 아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팜스코 등 사료업체 3곳에 물린 과징금 142억 원을 전액 돌려줘야 했다. 앞서 2015년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수년간 사료 가격을 담합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법원이 담합으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를 전액 취소했기 때문이다. 다만 법원은 두 업체의 자진신고 감면(리니언시) 신청을 기각한 공정위 처분에 대해서만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과징금이 전액 취소됐지만 공정위는 이 사건을 자체 통계에서 승소 사건으로 분류했다. 리니언시 기각 처분에서는 이겼으니 '일부승소'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이처럼 처분의 핵심이 취소된 사건까지 승소로 집계하면서 공정위가 승소율을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 승소율 90%대? 전부승소는 80% 미만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판결이 확정·종결된 과징금 사건 468건 가운데 공정위가 전부 이긴 사건은 372건으로, 승소율은 79.5%에 그쳤다. 전부 패소는 28건(6.0%)이었다. 그간 공정위가 승소율을 90%대라고 밝혀온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공정위가 집계한 승소율이 90%대로 높은 건 일부승소 사건까지 승소로 포함하기 때문이다. 실제 공정위 방식대로 같은 기간 일부승소한 사건 68건을 승소로 분류하면 과징금 사건 승소율은 94.0%로 치솟는다. 수치만 놓고 보면 그만큼 공정위의 판단과 조사가 정확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승소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소송 결과 법원 결정으로 과징금이 취소됐거나 재산정된 규모는 4,048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전부패소가 아닌 일부승소 사건에서 취소·재산정된 과징금이 3,206억 원으로 전체의 79.2%를 차지했다. 핵심 제재인 과징금 처분이 취소되거나 크게 줄었는데도 시정명령 등 다른 처분이 유지됐다는 이유로 일부승소로 분류돼 승소율에 포함된 것이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과징금 한 푼 안 남아도 '일부승소'

일부승소 사건 중에서는 2022년 팜스코처럼 과징금이 전부 취소된 사건도 여럿이다. 실제 2020년부터 올 8월까지 판결 내려진 과징금 사건 중 5건이 여기에 해당했다. 공정위가 당시 이들 사건에 부과했던 과징금만 총 228억 원에 이른다.

수십억 원의 과징금이 취소된 사례도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유지보수 시장에 새로 진입한 중소업체를 배제했다는 혐의로 2018년 과징금 63억 원이 부과된 지멘스 등 3곳이 대표적이다. 이후 법원은 이들이 중소업체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과징금을 모두 취소했고, 2024년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카페베네도 2014년 가맹점주에 인테리어 공사 등을 본사가 지정한 업체와 진행하도록 강제한 혐의 등으로 과징금 19억4,200만 원을 부과받았다. 이는 당시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에 해당했다. 그러나 법원은 2019년 공정위의 과징금 계산이 잘못됐다면서 전부취소 판결을 내렸고, 이듬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정위의 소송 사후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공정위는 일부·전부패소 사건 96건의 패소·취소 사유를 유형별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한창민 의원실에 설명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2020년 이후 총환급금 2,000억 원 달해

공정위가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패소로 기업에 다시 돌려준 순환급 과징금만 1,834억 원에 달한다. 이자 성격으로 별도 지급한 환급가산금 163억 원을 더하면 총 환급액은 2,000억 원에 육박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부승소 분류는 법원의 판단 결과를 따른 것으로, 공정위가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패소가 발생하면 해당 내용을 사건 담당 부서에 전달하고, 원인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창민 의원은 "공정위의 실력은 과징금을 얼마나 많이 부과했느냐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며 "사업자가 불복하더라도 법원에서 처분이 끝까지 유지될 수 있도록 정확하게 조사하고 판단하는 것이 공정위의 법 집행 역량"이라고 밝혔다.

세종=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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