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숲 살리려 헛개나무 심었는데, 90%가 말라죽었다

안동/박상현 기자 2026. 10. 2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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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종 심은 안동 인공조림 가보니
지난 15일 경북 안동시 용각리의 산불 피해지 인공 조림 현장에서 산림청 직원이 말라죽은 산벚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산림청은 “활착률이 낮은 구역에선 입지와 토양 상태 등을 면밀하게 분석해 다시 나무를 심을 것”이라고 했다. /박상현 기자

지난 15일 경북 안동시 용각리의 산불 피해지 인공 조림 현장. 작년 3월 대형 산불이 휩쓸고 간 산비탈에 올봄에 심은 어린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잎이 바싹 말라 죽은 나무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말라 죽은 헛개나무를 손으로 잡고 힘을 주자 ‘똑’ 소리가 나며 부러졌다. 나무 사이사이에는 자연적으로 싹튼 활엽수와 고사리 등이 무성하게 자라 어린 묘목들을 에워싸고 있어 조림 구역을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작년 경북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산림청이 지난 4월 안동 지역에 나무 14종을 심는 ‘인공 조림’을 실시했지만, 반년 새 죽어버렸거나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 나무가 속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산림청이 최근 안동의 56㏊(약 17만평) 인공 조림 지역의 평균 활착률(심은 묘목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비율)을 자체 조사한 결과 74.6%로 나타났다. 나무를 심은 지 불과 6개월 만에 4그루 중 1그루가 죽었거나 제대로 땅에 뿌리내리지 못한 것이다. 활착률이 50%가 안 되는 구역도 5.4㏊에 달했다. 특히 헛개나무를 심은 여러 구역 중에는 활착률이 10%에 그친 구역(1.3㏊)도 있었다. 2.9㏊에 심은 산벚나무도 활착률이 32%로 저조했다.

이렇게 활착률이 낮은 것은 잘못된 수종 선정과 사후 관리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예컨대, 산림청은 나무 14종을 심었는데, 같은 수종이라도 구역별로 활착률이 큰 차이가 났다. 헛개나무는 10~88%, 산벚나무는 32~95%까지 벌어졌다. 인공 조림이 성공하려면 토양의 수분과 양분, 경사도, 일조량 등을 분석해 해당 지역에 잘 자랄 수 있는 수종을 선택해야 한다. 같은 나무라도 입지 조건에 따라 생존율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 충분한 사전 조사 없이 획일적으로 나무를 심은 결과 대규모 고사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입지 조건에 적합한 나무를 선정한 다음에는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 산불 피해지에는 땅속 씨앗이나 살아남은 나무의 뿌리 등에서 새로운 나무가 자라나는 ‘자연 갱신’이 진행된다. 인공 조림한 어린 나무는 자연적으로 자란 나무들과 햇빛·수분·양분을 두고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5년 정도는 잘 자랄 수 있게 관리를 해줘야 한다. 산림청 자체 조사 결과, 올해 남부 가뭄에 제때 수분을 공급하지 않아 고사한 나무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은 활착률이 50% 미만인 구역에는 나무를 다시 심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산불 피해 지역은 무리하게 인공 조림을 하는 것보다 자연적으로 숲이 회복되게 두는 게 여러모로 낫다고 지적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1996년 강원 고성 산불 피해지를 20년간 추적 조사했더니, 자연 복원지의 토양 유기물 함량과 양분 회복률은 인공 조림지보다 각각 1.5배, 1.3배 높았다. 우수영 서울시립대 환경조경학과 교수는 “산불 피해지 복구 땐 자연 갱신과 인공 조림의 효과와 경제성을 비교하고 장기적인 관리 비용까지 따져봐야 한다”며 “인공 조림 3~4년 뒤 나무 활착률과 실제 숲의 회복 정도까지 평가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주민들이 산불 피해 이후 헛개나무, 초피나무 등 열매를 가공해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무를 심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 인공 조림을 하는 측면도 있다”는 입장이다.

아직 산불 피해 복구가 채 끝나지 않았지만, 올해 산불 위험은 예년보다 커지고 있다. 산림청 국가산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2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0건)보다 크게 늘었다. 올해 9월 전국 강수량이 26.4㎜로 평년의 17%에 그친 데다 10월 들어 차고 건조한 바람이 유입되면서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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