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가 지수가 국정 목표인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코스피가 고점 대비 40% 가까이 빠지며 시장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의 증시 정책을 향한 해외의 뼈아픈 경고가 나왔다. 세계적 투자 전략가인 루치르 샤르마 록펠러인터내셔널 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 정치 지도자들처럼 주가지수 목표를 내걸고 국민더러 투자하라고 부추기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를 겨냥해 “해법인 동시에 문제의 일부”라고도 했다. 주주 환원 장려책 등은 옳았으나 당국이 지수 띄우기에 집착해 고위험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까지 허용하며 변동성을 키웠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정치권이 주가 지수를 목표인 양 앞세운 관행은 이전에도 있었다. 2007년 이명박 후보가 “임기 중 5000 도달이 정상”이라고 공언했고, 박근혜 후보 역시 “주가 3000 시대”의 비전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도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를 유도하며 지수 관리에 나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재명 정부의 주가 띄우기 정책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노골적이다. 대선 때 ‘코스피 5000’을 공약으로 내세운 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 회견에서 “6000~7000도 될 수 있는데 소심하게 얘기한 것”이라고 했고, 정청래 당시 민주당 대표는 “7000, 8000으로 이어질 것”, 김민석 당시 총리는 “코스피 1만 임박은 K 황금 시대의 징표”라고 말했다.
시장 안정을 책임져야 할 금융위 부위원장마저 “빚투도 레버리지의 일종”이라는 발언을 내놓은 뒤 영전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높이면서 국민의 노후 자산이 증시 부양에 동원됐다는 논란도 일었다. 정권의 호언장담을 믿고 투자한 개미들의 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글로벌 투자자가 제시하는 주가 상승 방안은 인위적 부양 대신 시장 친화적 정책을 펴라는 것이다. 레버리지 상품보다 퇴직연금 계좌로 장기 자금이 유입되도록 유도하고, ‘좀비 기업’을 솎아내 혁신 기업에 자본이 흐르게 하라는 것이다. 반도체나 인공지능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방산·조선·화장품·K팝 등 다양한 산업으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조언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지수 전망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와 시장 원칙의 확립이다. 주가는 기업의 실적과 혁신이 시장과 만나 결정되는 결과물이지 정치가 약속할 수 있는 국정 과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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