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41만명 다시 거리로…루브르 문 닫고, 명품 매장들 방어벽 세워

성수영 2026. 10. 2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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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남동쪽 끝 포르트디탈리.

지난주 시위 당시 "정부가 기능을 잃었다"는 비판에 직면한 프랑스 정부도 이번에는 경찰과 군인 등 7만 명을 파리 일대에 배치했다.

오후 5시30분께 행렬 종착지인 파리 동쪽 끝 포르트드뱅센 인근에서 일부 시위대가 상점을 공격했고 경찰은 최루가스와 물대포로 맞섰다.

24세 여성은 기자와 만나 "지난주와 같은 폭력이 벌어지면 안 되지만 프랑스에서 집회와 시위는 정당한 권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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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시위 현장을 가다
폭우 속 거리서 "국가 타도" 구호
당국, 파리에 군경 7만명 배치
물대포·최루가스로 시위대 진압
도심 외곽 약탈 행위 이어지자
상인들, 매장 유리에 합판 둘러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수도 파리를 비롯해 리옹 등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격화하자 경찰이 최루가스와 물대포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났다. 로이터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남동쪽 끝 포르트디탈리. 시위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빗줄기가 굵어지자 행렬 위로 우산이 하나둘 펴졌다. 참가자들은 비바람이 몸을 차갑게 식히는 와중에도 깃발을 흔들며 ‘국가와 경찰, 파시스트를 타도하라’ 등 과격한 구호를 외쳤다.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는 41만 명(내무부 추산)이 시위에 나섰다. 1주일 전 55만 명과 비교해 규모가 줄었지만 여전히 상당한 숫자다. 상점 약탈 같은 사태는 재연되지 않았지만 경찰과의 충돌이 이어져 체포자가 1000명에 육박했다.

 ◇합판 두른 상점들

전날부터 파리 거리 곳곳에서는 전동 실톱으로 합판 자르는 소리가 들렸다. 상인이 너도나도 유리창에 합판을 덧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명품 매장부터 슈퍼마켓까지 시위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인근 상점은 모두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상점가를 대상으로 한 시위대 약탈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상당수 매장은 문을 닫았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키톤의 파리 매장 매니저는 “손님이 거의 없어 굳이 문을 열 이유가 없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지난주 시위 당시 “정부가 기능을 잃었다”는 비판에 직면한 프랑스 정부도 이번에는 경찰과 군인 등 7만 명을 파리 일대에 배치했다. 개선문과 샹젤리제에는 무장한 군인들이 순찰을 돌았다. 특수부대와 장갑차도 목격됐다. 대규모 미술 행사인 아트바젤 파리는 조기 폐막했고 루브르박물관을 비롯해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도 임시 휴업했다. 시위대의 시내 중심가 진입을 막으면서 시위 행렬 경로도 파리 가장자리로 바뀌었다. 여기에 악천후까지 겹치며 시위는 별일 없이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폭력 사태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오후 5시30분께 행렬 종착지인 파리 동쪽 끝 포르트드뱅센 인근에서 일부 시위대가 상점을 공격했고 경찰은 최루가스와 물대포로 맞섰다. 충돌은 두 시간 넘게 이어졌다. 남부 마르세유에선 슈퍼마켓이 털렸고 남동부 그르노블에서도 약탈이 벌어졌다.

정부와 시위대는 서로를 비난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극좌 세력과 범죄 조직이 배후에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위 행렬 맨 앞에 선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경찰이 행렬 끝에서 최루탄을 마구 쏘며 과잉 진압했다”고 SNS에 주장했다.

 ◇파리 시민들 “취지엔 공감”

이날 만난 파리 시민 대다수는 “폭력과 약탈 행위에 반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시위 취지 자체에는 공감한다는 이도 많았다. 24세 여성은 기자와 만나 “지난주와 같은 폭력이 벌어지면 안 되지만 프랑스에서 집회와 시위는 정당한 권리”라고 말했다. 60대 여성 아녜스는 “갈수록 살기 팍팍해지는 건 사실”이라며 “젊은 사람의 분노에 공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주일 뒤인 31일에도 시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 단체들은 대학 입시 지원 시스템 개선과 대학 정원 25만 명 확대, 장학금 월 200유로(약 30만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 인프라 개선에서 출발한 요구 범위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긴축 재정에 반대하는 노동조합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를 이끄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마크롱 대통령 지지율은 2017년 취임 후 최저인 15%(입소스)를 기록했다. 정치 리더십이 갈피를 잃은 가운데 재정위기 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자 최근 민간 여론조사업체 오독사 조사에서 프랑스 국민의 90%가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에 거주하는 사이먼 쿠퍼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FT 기고문에서 “내년 이후 닥쳐올 일에 비하면 2026년은 평온한 해로 기억될지 모른다”고 했다.

파리=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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