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친환경 넘어 재무제표로… AI와 만난 'ESG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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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인공지능(AI)을 만나 기업의 재무적 위험과 가치를 분석하는 데이터로 진화하고 있다. 탄소 배출이나 공급망 위험 등 비재무 정보를 AI로 분석해 기업의 수익성과 현금흐름, 기업가치 평가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확산하고 있다.
AI가 방대한 ESG 공시에서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효율화하면서, 탄소 배출이나 공급망 위험 등 비재무 정보가 기업의 수익성과 비용,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데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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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공시 '읽기' 병목 뚫어내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인공지능(AI)을 만나 기업의 재무적 위험과 가치를 분석하는 데이터로 진화하고 있다. 탄소 배출이나 공급망 위험 등 비재무 정보를 AI로 분석해 기업의 수익성과 현금흐름, 기업가치 평가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확산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는 정성적 선언에 머물던 ESG를 기업의 재무제표와 직접 연동해 AI로 분석하려는 시도가 가속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버트 에클스(Robert Eccles) 영국 옥스퍼드대 사이드경영대학원 방문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AI가 ESG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활동'과 혼동하면서 논쟁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에클스 교수와 시바람 라즈고팔 컬럼비아대 교수는 AI를 활용해 기업의 지속가능성 세부 정보를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재무상태표 등 재무제표와 연결하고, 환경·사회적 위험이 매출과 비용, 자산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전문가가 직접 분석할 경우 100시간가량 소요되던 작업이 AI 기술을 거치면 약 3시간으로 단축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내 금융투자업계와 전문 평가기관에서도 AI를 접목한 생산성 혁신이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상장사 ESG 평가를 시작한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방대한 기업 공시 분석에 AI를 전면 도입했다. AI 도입 이후 지배구조 데이터를 수집·정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기존 대비 50% 줄었고, 기업의 ESG 관련 사건 발생 후 중대성을 평가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70% 단축됐다.
고은해 서스틴베스트 AX센터장은 "그동안 ESG 리서치의 병목은 판단을 내리는 부분이 아니라 방대한 공시 자료를 '읽는 것'에 있었다"며 "과거에는 데이터를 많이 가진 쪽이 경쟁력을 가졌다면 이제는 AI를 활용해 남다른 인사이트를 얼마나 잘 끌어내느냐가 중요한 '인사이트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변화는 단순히 분석 시간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AI가 방대한 ESG 공시에서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효율화하면서, 탄소 배출이나 공급망 위험 등 비재무 정보가 기업의 수익성과 비용,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데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ESG 데이터를 실제 재무적 위험과 기업가치 분석에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는 배경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과 S&P글로벌 등 글로벌 금융정보·평가사들은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분석 솔루션을 통해 기업 공시에서 탄소 배출량 추이, 공급망 규제 위험, 노무 환경 등의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신용평가와 현금흐름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 S&P500 기업들 사이에서도 ESG 공시의 실질적인 검증에 무게가 실리는 추세다.
ESG 관련 홍보성 보도자료의 비중은 62%에서 32%로 감소한 반면, 외부 데이터 검증을 거치는 비중은 75%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두고 ESG가 퇴조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과 결합한 실질적인 재무 변수로 정착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한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ECB)이 회사채에 이어 기업대출 담보까지 기후위험을 반영해 담보가치를 깎는 '기후 팩터'를 도입하는 등 기후위험이 선언적 정책을 넘어 실질적인 재무위험으로 본격 계산되기 시작했다"며 "기후와 환경 위험이 은행의 담보와 유동성 관리라는 통화정책 핵심 영역으로 들어온 만큼, 정량화된 데이터 공시와 대응 체계 구축이 필수가 됐다"고 진단했다.
박진우 기자 pjw1978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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