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스토리]류현진 청년 기획자 "정신건강과 웰니스 잇는 지역 콘텐츠 만들 것"

김성빈 기자 2026. 10. 2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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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광주 청년갭이어 최우수상
간호사 접고 4년째 프리랜서 활동
‘무기력 회복 프로젝트’ 기획·운영
2026 광주 청년 정책 프로그램인 '청년갭이어'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류현진(35) 씨가 남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성빈 기자 ksb@namdonews.com

"힘들면 그만둬도 된다. 자기 자신이 무너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2026 광주 청년갭이어 최우수상을 받은 류현진(35) 씨가 늘 되새기는 말이다. 간호사 면허를 손에 쥐고도 4년 전 병원을 떠난 그에게 주변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끈기가 없다"는 것이다. 류 씨는 다르게 읽는다. 그만둘 수 있는 용기라고.

광주 토박이인 류 씨는 기독간호대를 졸업하고 5년여를 임상에서 보냈지만 병원은 체질에 맞지 않았다.

나를 깎아내리면서까지 버티지 않겠다는 오래된 철칙 하나로 사직서를 썼다. 부모님의 애정 어린 잔소리가 이어졌지만 류 씨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원하는 대로 병원을 떠났지만 삶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급한 일을 쳐내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이 뒤로 밀리고, 그것이 쌓이면서 번아웃이 반복됐다. 일은 일대로 하고 무기력은 무기력대로 찾아오는 악순환이었다. 그 패턴을 끊어내기 위해 류 씨가 택한 방법은 일단 떠나는 것이었다.

2026 광주 청년갭이어 프로그램이 그 계기가 됐다. 30일간 타지에서 각자의 주제로 도전하는 광주 청년 정책사업으로, 류 씨는 '무기력 회복 프로젝트'를 주제로 부산을 택했다. 청년이 빠져나가고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이 광주와 닮은 곳, 바다가 있는 곳을 찾다 부산에 이르렀다.

부산에서 류 씨는 자신만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청년들을 직접 모아 웰니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야간 사운드워킹, 아로마 감정향수 만들기, 무기력 토론 등 2회에 걸쳐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3년 전 웰니스 칼리지에서 배운 이론을 처음으로 실전에 옮긴 결과물이었다. 스스로를 치유하러 갔다가 타지 청년들의 고민까지 끌어안게 된 이 여정은 갭이어 심사에서 거의 만장일치 최우수상을 이끌어냈다.

류 씨가 관심을 두는 분야는 웰니스 관광과 정신 건강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어릴 때부터 심리상담에 관심이 많았고 간호사로 돌아간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택하겠다고 했다. 로컬과 도시재생에도 눈길이 간다. 아직 어디로 향할지 확정된 건 없다. 다만 어떻게 살지에 대한 기준만큼은 오래전부터 단단히 세워져 있다.

류 씨는 "안정형이 맞는 사람이 그렇게 사는 건 당연하다. 근데 나는 그런 성향이 아니다"고 했다. 20대에 그 사실을 알면서도 틀에 맞춰 살려다 번아웃이 왔고, 4년 전에야 비로소 그 틀을 걷어냈다.

지금 이 삶이 남들 눈에 불안해 보여도 내가 고통스럽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 그의 기준이다. 류 씨는 "남의 기준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으로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행복한 일"이라고 했다. 병원을 나온 날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은 원칙이다.

그렇다고 번아웃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다만 류 씨는 남들보다 빠르게 털고 일어나는 편이다.

비결은 단순하다. 타인의 말을 오래 곱씹지 않는 것이다. 사실에 근거한 지적은 받아들이되, 근거 없는 비난은 미련 없이 흘려보낸다. 노래방이나 수다로 기분을 푸는 방식은 일시적인 해소에 그친다고 봤다.

류 씨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후배 청년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늦었다고 후회하는 삶이 나를 가장 많이 괴롭혔다"며 "하지만 돌이켜보면 늦은 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일단 도전해보면 좋겠다. 실패도 결국 자산이 된다"며 "정말 힘들면 그만둬도 된다. 그만두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성빈 기자 ksb@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