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암 1위 전립선암, 소변 잘 나와도 안심 못 한다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2026. 10. 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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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암은 폐암을 제치고 국내 남성암 발생 1위에 올랐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에서는 이미 전립선암이 남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최세영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발생 1위가 곧 사망 1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립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진행이 느린 경우가 많고,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전립선암의 사망률 순위는 발생 순위보다 낮다"고 말했다.

이승환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국제 연구에서 PSA 검사가 전립선암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확인됐다. 전립선암이 국내 남성암 발생 1위가 된 만큼 거주 지역이나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적절한 시기에 검사받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검진 도입 논의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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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엔 배뇨장애조차 없는 ‘침묵의 암’…전이되면 생존율 절반 수준
조기 발견하면 완치 기대…50대 이상·가족력 있다면 선별검사 필수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전립선암은 폐암을 제치고 국내 남성암 발생 1위에 올랐다. 2023년 기준 전체 남성암의 15%를 차지한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에서는 이미 전립선암이 남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국내에서도 고령화와 생활습관 변화 등으로 암 발생 양상이 선진국과 비슷해지고 있는 것이다. 최세영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발생 1위가 곧 사망 1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립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진행이 느린 경우가 많고,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전립선암의 사망률 순위는 발생 순위보다 낮다"고 말했다. 

전립선은 남성의 방광 바로 아래에서 요도를 둘러싸고 있으며, 정자의 생존과 운동을 돕는 전립선액을 분비하는 생식기관이다. 전립선암은 주로 요도에서 떨어진 전립선 바깥쪽에 발생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배뇨장애 등 뚜렷한 증상이 거의 없다. 반면 전립선비대증은 요도를 둘러싼 전립선 조직이 증식하면서 소변길을 압박해 소변 줄기가 약해지고 빈뇨·야간뇨·잔뇨감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 ChatGPT 생성이미지

생활습관과 만성질환 관리해야 

다만 전립선암도 진행하면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혈뇨, 골반 통증 등이 생길 수 있다. 뼈로 전이되면 허리나 골반에 통증이 나타나고, 척수 압박이 발생하면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장희 인천힘찬종합병원 비뇨의학과장은 "배뇨 증상은 전립선비대증에서도 흔히 나타나므로 증상 유무나 심한 정도만으로 전립선암의 존재나 진행 정도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증상만으로 전립선암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만큼 나이와 가족력, 유전적 요인 등 위험요인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비만과 운동 부족, 흡연 등 생활습관과의 관련성도 주목받고 있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가 발표한 '2026 전립선암 팩트시트'에서도 당뇨병과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질환과 복부비만이 전립선암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현호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악성도가 낮은 전립선암을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암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특히 고령 환자는 전립선암 자체보다 심혈관질환 등 다른 건강 문제가 장기 생존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PSA 검사는 전립선암을 확진하기보다 정밀검사가 필요한 사람을 가려내는 데 목적이 있다. © ChatGPT 생성이미지

"PSA 검사, 국가건강검진에 포함해야"

전립선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쉽지 않지만, 혈액검사로 암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검사가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다. PSA는 전립선에서 생성되는 단백질로, 전립선암이 발생하면 혈액 속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전립선비대증이나 전립선염, 요로감염 등에서도 수치가 높아질 수 있으며, 반대로 수치가 낮아도 암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PSA 검사는 전립선암을 확진하기보다 정밀검사가 필요한 사람을 가려내는 데 목적이 있다. PSA 수치가 높으면 필요에 따라 재검사나 MRI 등을 시행하고, 암이 의심되면 조직검사로 확진한다. 이장희 비뇨의학과장은 "최근에는 PSA 수치만으로 전립선암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전립선 크기를 고려한 PSA 밀도와 반복 검사에서 나타나는 수치 변화, MRI 소견 등을 종합해 조직검사 필요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PSA 검사는 치료 후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데도 활용된다. 수술 후 영상검사에서 암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PSA 수치가 다시 상승하는 '생화학적 재발'이 나타날 수 있다. 최세영 교수는 "PSA 수치와 상승 속도, 재발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사선치료나 호르몬치료 여부를 결정하며, 일부 환자는 추가 치료 없이 경과를 관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증상이 없는 남성은 언제부터 PSA 검사를 받는 것이 좋을까. 2026년 유럽비뇨의학회(EAU) 진료지침은 특별한 위험요인이 없는 남성은 50세부터, 60세 이전에 전립선암을 진단받은 가족이 있으면 45세부터, BRCA2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40세부터 검사를 고려하도록 권고한다. 한현호 교수는 "전립선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시기에 PSA 검사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검사 간격은 PSA 수치와 가족력, 연령 등 개인별 위험도에 따라 조절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음에도 전립선암 조기 발견을 위한 PSA 검사는 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 PSA 검사는 전이성 전립선암 발생과 전립선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만, 과잉진단과 불필요한 치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국가검진 도입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PSA 검사를 받으려면 개인이 별도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하는 만큼, 검사의 필요성을 알지 못하거나 비용 부담으로 조기 발견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환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국제 연구에서 PSA 검사가 전립선암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확인됐다. 전립선암이 국내 남성암 발생 1위가 된 만큼 거주 지역이나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적절한 시기에 검사받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검진 도입 논의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직검사에서 전립선암이 확인되면 PSA 수치와 조직검사 결과, 영상검사 등을 종합해 암의 진행 정도와 위험도를 평가한다. 암이 전립선에 머물러 있는지, 주변 조직이나 다른 장기로 퍼졌는지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현호 교수는 "장기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은 암의 악성도와 진단 당시의 진행 정도다. 즉, 얼마나 공격적인 암이 어느 단계에서 발견됐고, 이에 맞는 치료가 적절한 시기에 이뤄졌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립선암 환자의 생존율은 치료 방법뿐 아니라 진단 당시 병기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립선암이 전립선에만 머물러 있는 국한 단계의 5년 상대생존율은 103.6%, 주변 조직이나 림프절로 퍼진 국소 단계는 101.1%였다. 반면 다른 장기로 전이된 원격 단계는 51.2%로 크게 낮아졌다. 상대생존율은 암 환자의 생존율을 일반 인구의 기대생존율과 비교한 수치로, 100%를 넘을 수도 있다. 김승빈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비뇨의학과 전문의는 "전립선암은 같은 진단이라도 병기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정확한 병기 평가를 통해 불필요한 치료를 줄이고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 방법과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전립선암 방사선치료를 위해 위치를 조정하고 있다. © 서울아산병원

위험도·병기에 따라 치료법 달라져

전립선암이라고 해서 모든 환자가 즉시 치료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암이 전립선 안에 머물러 있고 악성도가 낮은 저위험 환자는 정기적인 PSA 검사와 MRI, 조직검사 등으로 상태를 지켜보는 '적극적 감시'를 선택할 수 있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전립선암 환자는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수술법은 전립선 전체를 제거하는 '근치적 전립선절제술'이다. 개복수술과 복강경수술, 로봇수술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로봇수술이 널리 시행되고 있다. 로봇수술은 확대된 3차원 입체 영상을 보면서 로봇팔을 조작해 정교하게 수술하는 방식으로, 개복수술보다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른 편이다. 다만 장기 생존율이나 수술 후 기능 회복에서 반드시 더 우수한 것은 아니다. 한현호 교수는 "로봇수술의 주요 장점은 수술 후 회복과 기능 보존에 있다. 또 일반 복강경수술보다 요실금과 발기 기능 회복에 이점을 보인 연구들도 있지만, 실제 회복 정도는 암의 진행 범위와 수술 전 기능, 의료진의 숙련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수술이 어렵거나 부담스러운 환자에게는 방사선치료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고에너지 방사선으로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식이다. 수술 후에는 요실금이나 발기부전이 나타날 수 있으며, 방사선치료 후에는 배뇨장애나 직장 자극에 따른 불편감·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한현호 교수는 "수술과 방사선치료는 모두 완치를 목표로 하는 표준치료다. 암의 위험도와 환자의 건강 상태, 치료 후 삶의 질 등을 고려해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암이 전립선 주변 조직까지 퍼졌거나 재발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방사선치료와 남성호르몬의 생성·작용을 억제하는 호르몬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한현호 교수는 "암의 악성도와 병기, PSA 수치 등을 종합해 호르몬치료의 병용 여부와 기간을 결정한다. 저위험군이나 일부 중간위험군에서는 방사선치료만 시행하지만,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호르몬치료를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는 호르몬치료를 기본으로 새로운 호르몬치료제나 항암제 등을 병용한다. 치료 중 암이 다시 진행하면 암세포의 유전적 특성과 환자의 상태, 이전 치료 이력 등에 따라 표적치료제나 방사성 의약품 등 추가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최세영 교수는 "암이 이미 뼈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는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 차세대 호르몬치료제와 유전자 표적치료제, 새로운 항암제 등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늘어나고 삶의 질도 개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립선암은 치료할 수 없는 병이 아니라 병의 진행을 늦추고 장기간 관리할 수 있는 암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립선암은 치료법이 발전하고 있지만, 발생 자체를 확실하게 예방하는 방법은 아직 없다. 나이와 가족력 등은 바꿀 수 없지만, 적정 체중 유지와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생활은 전반적인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 특히 비만은 진행성 전립선암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 

반면 토마토의 라이코펜이나 녹차의 카테킨, 콩의 이소플라본 등 특정 성분의 예방 효과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셀레늄 보충제 역시 예방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비타민E 보충제는 오히려 전립선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현호 교수는 "특정 식품이나 보충제를 전립선암 예방이나 치료 목적으로 권하기 어렵다. 균형 잡힌 식사와 체중 관리, 규칙적인 운동을 실천하고 개인별 위험도에 맞는 검진과 추적관찰을 꾸준히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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