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2분기 경상흑자 세계 2위...‘제조업 강국’ 독·일 합계마저 제쳐

김은정 기자 2026. 10. 2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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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 호조에 올 2분기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의 흑자를 합친 규모를 사실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하지만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쏠림이 심해 향후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경우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호황기에 미리 산업 구조를 다변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뉴스1

◇韓, ’제조업 강국’ 독·일 합계 추월

2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의 올 2분기 흑자는 1166억3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올 2분기 수치가 확인되는 주요 36개국 가운데 중국(1937억2000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규모다.

독일과 일본 흑자를 합친 금액도 넘어섰다. 3위인 독일은 522억8000만달러, 4위인 일본은 506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두 나라 합계는 1028억9000만달러로 한국 흑자는 이보다 137억4000만달러 많았다. 3국 비교가 가능한 1996년 1분기 이후 한국의 경상흑자가 독일·일본의 합계를 웃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한국의 2분기 흑자는 1년 전(283억9000만달러)의 4.1배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독일과 일본은 각각 11.9%, 5.0% 증가하는 데 불과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한국 경상흑자는 1910억1000만달러로 중국(3780억3000만달러)에 이어 2위였다.

한국은 독일(1263억9000만달러), 일본(1121억2000만달러), 노르웨이(553억2000만달러), 스위스(510억3000만달러), 네덜란드(505억4000만달러) 등을 앞섰다. 이 같은 추세는 3분기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두 달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881억9000만달러로 독일·일본 합계(808억2000만달러)를 73억7000만달러 웃돌았다.

◇IMF “韓, 올해 경상흑자 2위” 전망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흑자가 중국에 이어 2위에 오르고 증가 폭이 세계 190국 중 가장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MF의 ‘10월 세계경제전망’ 자료를 보면, 한국의 올해 경상흑자 전망치는 4219억4600만달러로 수치가 있는 190국 중 중국(8632억500만달러)에 이어 2위다. 올해 경상수지 증가 폭은 2988억9200만달러로 중국(1388억300만달러)의 2.15배에 달해 전체에서 가장 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흑자율은 18.8%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80년 이후 최고치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외환위기 직후 원화 가치가 급락해 흑자가 급증했던 이전 최고치인 1998년의 10.1%를 훌쩍 넘어선다.

한국은행의 평가도 낙관적이다. 한은은 지난 22일 ‘경제상황 평가’ 보고서에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당초 전망(올해 연간 4500억달러)을 상회하는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경우 사상 최대였던 작년 연간 흑자(1231억달러)의 4배 가까이 증가하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증가세는 반도체 수출이 이끌었다. 지난달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49.9%에 달했다. 올 1월엔 이 비중이 31.2%였는데 불과 8개월 만에 절반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전세계적인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 “반도체 하강 국면 대비해야”

하지만 현재의 흑자 흐름이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반도체에 지나치게 쏠려 있는 구조가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향후 AI 관련 투자가 둔화하거나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심해지면 한국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약해질 수 있다. 반도체 쏠림이 심한 한국 경제가 반도체 업황 변화에 따라 휘청거릴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13일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기술 혁신 소식이 알려지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7~10%대 급락하고 코스피가 5.5% 하락 마감한 바 있다.

한국 경제를 보는 IMF의 중기 전망도 다소 비관적이다. IMF는 한국의 경상흑자가 당분간 4000억달러를 웃도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9년에는 2956억5600만달러, 2031년에는 1774억9100만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별 순위도 2029년 3위, 2031년 5위로 낮아질 것으로 관측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향후 AI 붐이 꺼지거나 반도체 시장 경쟁이 심해지면 경상수지가 크게 떨어져 한국 경제 성장은 물론 재정에도 충격이 올 것”이라며 “정부는 지금처럼 흑자가 나고 있을 때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데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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