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해커도 못 찾았는데…AI가 뚫자 전 세계 서버실 '멘붕' [허진의 테크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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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회사 홈페이지가 멀쩡한지 확인해 보셨나요. 지난 21일(현지시간) 전 세계 서버 관리자들이 동시에 같은 일을 했습니다.
사이버보안업체 캘리프가 오픈AI의 모델 'GPT-5.6 솔(Sol)'을 써서 찾아냈습니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연 AI 사이버 챌린지에서는 5400만 줄짜리 코드를 네 시간 연산으로 훑어 54건을 건져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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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서버실이 멘붕에 빠진 이유
외주 준 홈페이지 무사할 수 있을까

밤사이 회사 홈페이지가 멀쩡한지 확인해 보셨나요. 지난 21일(현지시간) 전 세계 서버 관리자들이 동시에 같은 일을 했습니다. PHP 개발팀이 긴급 보안 업데이트를 출시했기 때문입니다. 고쳐진 구멍은 두 개입니다. 이름은 ‘PHP2Shell’. 심각도 점수는 10점 만점에 9.2점입니다. 보안 업계에서 9점대는 “지금 당장”이라는 뜻입니다.
PHP가 뭔지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홈페이지와 온라인 쇼핑몰, 게시판, 관리자 페이지를 만드는 데 쓰는 프로그래밍 언어입니다. 국내에서 많이 쓰는 워드프레스와 그누보드도 PHP 위에서 돌아갑니다. 사용 언어를 알아낼 수 있는 웹사이트의 약 75%가 PHP를 씁니다. 전체 웹사이트의 43%가 쓰는 워드프레스도 PHP 기반입니다.
이 결함은 어제 생긴 게 아닙니다. 수년간 PHP 코드 안에 있었고 과거에도 문제 소지가 지적됐지만 실제 공격에 써먹기는 어렵다고 여겨졌습니다.
결함은 인간 해커가 발견한 게 아닙니다. 사이버보안업체 캘리프가 오픈AI의 모델 ‘GPT-5.6 솔(Sol)’을 써서 찾아냈습니다. 구글 계열 보안업체 위즈도 따로 두 건을 발견해 신고했습니다.
위즈 연구진의 설명이 핵심을 찌릅니다. “근본 결함은 수십 년간 있었습니다. 다만 악용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려면 인간 연구자가 현실적으로 해낼 수 있는 한계선에 걸친 극도로 복잡한 단계의 연쇄가 필요했습니다. 프런티어 AI 모델이 그 장벽을 크게 낮췄고 오래된 결함을 실제 공격 도구로 바꿔놨습니다.”

패치보다 빨랐던 공격
PHP 개발진은 원래 22일 패치를 낼 계획이었지만 20일 온라인 게시판에 정보가 새면서 하루 앞당겼습니다. 하지만 늦었습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그보다 앞선 10월 17일부터 공격 시도를 관측했다고 밝혔습니다.
해외는 즉각 움직였습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취약점을 통해 서버의 파일 시스템이나 데이터베이스에 직접 접근할 수 있다”며 당장 업데이트가 어렵다면 해결될 때까지 시스템을 아예 인터넷에서 끊으라고 권고했습니다. 연방수사국(FBI)도 민감 정보 유출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네덜란드와 핀란드 등 일부 유럽 정부 기관은 예방 차원에서 홈페이지 문을 닫았습니다. 프랑스 정부 포털도 접속이 끊겼습니다.
한국의 약한 고리는 잊힌 웹페이지
정부도 22일 낮 12시를 기해 민간 분야 사이버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올렸습니다. CISO 신고 기업 약 2만8000개와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 111곳, ISMS 인증 기업 1068곳, 웹호스팅사 등에 내용을 긴급 전파했습니다.
하지만 오래전에 만들어 두고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홈페이지는 사각지대로 남습니다. 외주로 맡겨 만든 쇼핑몰 관리 화면에도 PHP가 들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담당자가 누군지도 잊힌 서버. 피해가 여기에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고칠 사람이 없는 서버는 고쳐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고치는 속도
이번 일을 PHP 한 건의 사고로만 보면 핵심을 놓칩니다. 같은 패턴이 쌓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구글의 ‘빅슬립’은 오픈소스에서 알려지지 않은 취약점 20건을 스스로 찾아냈습니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연 AI 사이버 챌린지에서는 5400만 줄짜리 코드를 네 시간 연산으로 훑어 54건을 건져 올렸습니다. 오픈AI는 올해 6월 리눅스와 파이썬 등 19개 주요 오픈소스를 겨냥한 ‘패치 더 플래닛’을 시작해 수백 건의 보안 문제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오픈AI는 앞으로 몇 달간 AI를 통한 비슷한 취약점 발견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문제는 빠르게 문제점을 발견해도 수리 속도는 제자리라는 겁니다. 대다수 조직은 여전히 취약점을 하나씩 손으로 처리합니다.
물론 AI가 찾아낸 결함이 모두 진짜는 아닙니다. AI가 확실하다고 보고한 오픈소스 취약점 다섯 건이 사람 손을 거친 뒤 저위험 한 건으로 줄어든 사례도 있습니다. 오픈AI 프로그램도 AI가 올린 발견을 전담 엔지니어가 전수 검토한 뒤에야 개발자에게 넘깁니다.
AI는 공격자와 방어자 양쪽의 도구입니다. 다만 지금 확실히 바뀐 것은 공격이 아니라 발견 속도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수십 년 묻혀 있던 결함들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올라오는 구간에 들어섰습니다.
허진 기자 h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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