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여기가 북한이냐" 마크롱에 분노…50만 佛시위 '반정부' 비화

이지예 객원기자 2026. 10. 2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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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프랑스 수도 파리가 또다시 분노한 시민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 요구에서 고물가 항의로 확대된 시위는 이제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강경 대응을 향한 분노로 번지고 있었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는 내무부 추산 41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프랑스24는 프랑스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오후 9시께 파리 시위가 완전히 해산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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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파리 도심 원천 봉쇄…외곽으로 집결지 우회·최루가스 동원
'강경 대응' 반정부 구호 확산…상점은 '중무장'·관광객은 '울상'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뱅센 시위 참가자가 북한 인공기와 프랑스 국기를 합성해 그린 그림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6.10.24.(파리=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파리=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24일(현지시간) 프랑스 수도 파리가 또다시 분노한 시민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 요구에서 고물가 항의로 확대된 시위는 이제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강경 대응을 향한 분노로 번지고 있었다.

젊은 층 위주+윗세대 연대…정부 강경 대응이 분노 키워

이날 오후 굵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파리 동부의 포르트 드 뱅센에는 끊임없이 시위 인파가 몰려 들었다. '노란조끼' 운동은 당초 도심 한복판인 바스티유 광장에서 총궐기를 계획했지만, 경찰인 이곳을 오전부터 원천 봉쇄하고 막판 외곽으로 시위대의 최종 집결지를 돌렸다.

시위 참가자 대부분은 앳된 얼굴의 젊은이들이었다. 많은 이들이 상자 조각을 오린 뒤 접 만든 구호를 적은 푯말을 들고 나왔다. '마크롱, 프랑스 최고의 파괴자', '민주주의 약탈자들이 나타났다', '폭력은 안 된다면서 먼저 전쟁을 건 쪽은 정부', '야간 통금? 세계 어딘가는 항상 대낮' 등 마크롱 정권을 직접 겨눈 문구들이 줄을 이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20대 남성은 북한 인공기와 프랑스 국기를 합성한 이미지를 손수 그려 왔다. 그는 "프랑스가 북한처럼 점점 권위주의 국가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며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학생들과 서민들의 삶을 더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윗세대의 연대도 함께했다. '고마워 젠지(GEN Z· Z세대)'라는 표어를 든 마야 씨는 "학생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국가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나왔다"며 "정부는 가진 자들이 아니라 서민들 주머니에서만 돈을 빼가려 한다"고 말했다.

(파리=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파리 포르트 드 뱅센 시위 현장. 2026.10.24
(파리=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경찰의 강경 진압에 맞선다는 의도로 꽃이달린 종이 총을 만들어 온 시위 참가자들. 2026.10.25.
(파리=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파리 포르트 드 뱅센 시위 현장.2026.10.24
(파리=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파리 포르트 드 뱅센 시위에서 경찰의 최루가스를 피하는 참가자들. 2026.10.24

경찰은 1주일 전 대규모 시위처럼 시위대가 상점들이 즐비한 방향으로 진출하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작심한 듯했다. 방패와 곤봉으로 무장한 경찰 병력과 장갑차들이 겹겹이 서서 시위 경로를 제한했고, 저녁 들어 인파가 빠르게 불어나자 공포탄과 최루가스를 잇달아 터트렸다. 시위대는 'ACAB'(모든 경찰은 개XX다)를 외치며 반발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는 내무부 추산 41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지난 17일 집계치인 55만 명보다 줄어든 규모다. 노동조합들은 그러나 전국적으로 이날도 80만 명이 함께했다며 파리에만 25만 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프랑스24는 프랑스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오후 9시께 파리 시위가 완전히 해산됐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지난 17일 같은 심각한 소요 사태는 없었지만, 일부 폭도 행위를 제압했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다.

(파리=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파리 마레 지구의 식료품점. 2026.10.24
[파리=이지예 객원기자] 뤠피블리크 광장 일대 보호막을 설치한 상점들. 2026.10.24

무장경찰이 파리 도심 장악…당일 영업중지 상점들 허다

이날 시위 장소를 벗어난 지역에서는 시민들이 장을 보거나 외식, 조깅을 하며 일상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무장한 경찰 무리가 거리 곳곳에 배치되고, 사이렌을 울리는 경찰차와 오토바이가 끊임없이 시내를 돌면서 삼엄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지난 주말 시위에서 불거진 약탈 사태로 경악한 상인들은 이날 시위를 앞두고 가게를 '중무장'했다. 17일 시위의 주요 피해 지역인 파리 마레 지구는 가게 유리창을 합판이나 철창으로 꽁꽁 가리거나 이날 영업을 일시 중단한 상점이 허다했다.

합판 사이 출입문만 열어놓고 영업 중이던 한 식료품점의 직원 리오니드 씨는 '쇼킹'이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그는 "우리는 다행히 괜찮았지만 이튿날 거리 모습이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며 "오늘도 걱정이 많이 된다. 분위기를 보고 일찍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리=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방돔 광장 주변 거리 가게들이 합판과 철창으로 유리창을 덧댄 뒤 영업을 중단한 모습. 2026.10.24.
(파리=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생토노레 거리의 한 명품관에 철창 보호막 너머로 훼손된 유리창이 보인다. 2026.10.24
(파리=이지예 객원기자) 일시 휴관한 루브르 박물관. 2026.10.24

파리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와 패션 거리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생토노레 명품거리 가게들은 내부가 보이지 않게 합판과 철문을 덧대고 덧댔다. 파손된 유리창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매장도 있었다. 한 의류 업체는 거구의 경비원 두 명이 문 앞에 서서 행인들의 가게 외면 촬영을 저지했다.

토요일 오후에도 방돔 광장 일대는 한산했다. 이곳에서 기념품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시위 때문에 대부분 상점이 오늘은 아예 문을 닫기로 했다"며 "평소보다 확실히 거리에 사람이 적다. 경찰만 잔뜩 깔렸다"고 말했다.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만난 한 중년의 스페인 여행객은 "박물관이 하루 종일 문을 닫을 줄은 몰랐다. 일정이 전부 어그러졌다"고 허무해했다. 그는 관람 대신 굳게 닫힌 박물관 철문과 기마경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파리=이지예 객원기자) 파리 뤠피블리크 광장 앞의 노점상이 훼손된 상태로 방치돼 있다. 2026.10.24.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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