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행' 김근식 1년 뒤 출소… '거주지 제한' 현실화 가능성 있나

권영은 2026. 10. 2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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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16일 경기 의정부 의정부시청 앞 광장에 등장했던 현수막 속 문구다. '미성년자 12명 성폭행'으로 징역 15년, '교도소 내 재소자 폭행 2건'으로 징역 1년 등 총 16년을 복역한 김근식(58)의 출소 전날이었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성범죄자의 출소 때마다 '거주지 논란'은 반복된다.

성유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출소 후) 직업과 가정을 갖는 것은 재범 예방에 굉장히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전자감시 대상이라는 점만으로도 직업을 구하는 게 어려운데 거주지마저 삶의 의욕을 갖고 정착할 수 있을 만한 동네가 아니라면 결국 또 다른 범죄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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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계류 중인 '한국형 제시카법' 쟁점은>
내년 10월 金 출소… 거주 예상 지역 '발칵'
성범죄자 출소 때마다 '주거지 논란' 되풀이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지정' 입법 불투명
국민 정서 부합 vs 이중처벌·거주 자유 침해
"보호관찰 강화·일대일 교육 등이 더 효과적"
2022년 10월 16일 경기도 의정부시청 앞 광장에서 시민들이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의 의정부 내 갱생시설 입소 철회를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아동 연쇄 성폭력범 김근식, 의정부 거주 절대 반대한다!"

2022년 10월 16일 경기 의정부 의정부시청 앞 광장에 등장했던 현수막 속 문구다. '미성년자 12명 성폭행'으로 징역 15년, '교도소 내 재소자 폭행 2건'으로 징역 1년 등 총 16년을 복역한 김근식(58)의 출소 전날이었다. 그의 거주지가 의정부시의 한 갱생 시설로 결정되자, 시민들이 대규모 반대 집회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김근식은 의정부에 가지 못했다. '김근식 거주 반대' 시위가 통한 건 아니다. 출소를 딱 하루 남겨둔 바로 그날, '새로운 죄'와 관련한 구속영장이 발부됐기 때문이다. 16년간 미제 상태였던 아동 강제추행 사건의 범인도 김근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고, 결국 징역 5년이 추가됐다. 그의 출소 시기도 2027년 10월로 미뤄졌다.

어느새 4년이 흘러 김근식의 출소가 1년여 앞으로 다가왔던 올해 8월, 이번에는 경기 파주시 지역사회가 뒤집혔다. '김근식이 형기를 마치면 파주의 한 갱생 시설에 입소한다'는 소문이 온라인에 확산한 탓이다. 실제로 확정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의 거주지가 될 지역사회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2020년 출소해 경기 안산시로 전입했을 때도, '수원 발바리'로 불린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가 2022년 경기 화성시에 거처를 마련했을 때도 거센 저항이 일었다.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의 출소 하루 뒤인 2020년 12월 13일, 조두순의 거주지가 있는 경기 안산시의 다세대 주택 출입문을 경찰관들이 통제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尹정부 때 '한국형 제시카법' 추진했지만

재범 위험성이 높은 성범죄자의 출소 때마다 '거주지 논란'은 반복된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 시절 법무부는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지정법',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을 추진했다. 성범죄 전과자가 학교와 공원 600m 내에 살 수 없도록 하는 게 미국의 '원조 제시카법'이라면, 한국형 제시카법은 산지가 많고 인구밀도가 높은 국내 여건을 고려해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에 거주하도록 강제하는 게 골자다. 적용 대상은 '13세 미만 아동 대상' 혹은 '3회 이상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전자감독(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 중에서 '징역 10년 이상을 선고받은' 전과자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김근식 역시 '거주지 지정 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2024년 1월 국무회의를 통과하고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제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22대 국회 들어 비슷한 취지의 법안 3건이 발의됐으나, 실제 입법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김영진·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은 모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계류' 상태에 머물러 있다.

내년 10월 만기 출소를 앞두고 있는 아동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 2006년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 혐의로 공개 수배됐을 당시, 경찰이 배포한 수배 전단지에 담겨 있는 사진들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형 제시카법은 △고위험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고 △시민 불안도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에서 비롯됐다.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아무리 성범죄 전과자라 해도 복역 이후의 주거지를 국가가 지정하는 건 이중 처벌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거주·이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소지마저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연 위헌 논란을 피하면서도 재범 억제에 실효성 있는 해법이 될 수 있을까. 한국형 제시카법을 둘러싼 쟁점을 짚어 봤다.


명분은 '재범 방지'… 기본권 침해 우려도

고위험 성범죄자 대상 '거주지 지정'은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재범 방지를 위한 교육·보호처분)"이라는 게 2023년 법안을 입법예고할 당시의 법무부 입장이었다. 이중 처벌이 아니라는 취지인데, 정반대의 법적 해석도 존재한다. 형사처벌에 더해 전자발찌 부착 처분까지 받은 출소자의 거주지를 강제로 지정하는 것은 사실상 격리와 다름없으며, 하나의 범죄를 여러 번 처벌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만은 않다.

특히 과거 위헌 결정이 난 '사회보호법상 보호감호제도'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한국형 제시카법은) 형기를 마친 뒤에도 재범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시설에 가둔다는 점에서 사회보호법과 유사하다"며 "사회보호법은 이중 처벌 논란 끝에 2005년 폐지됐다"고 짚었다.

또 다른 쟁점은 헌법상 기본권인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다. 고위험 성범죄자 수용 시설은 아동·청소년이 많은 도시 지역보다는 아무래도 '한적한 지방'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경우 출소자의 경제활동에 제약이 생겨 사회 복귀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사실상 가족과 강제로 떨어져 살도록 한다는 점 △'죄 없는' 동거 가족의 기본권까지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 성유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출소 후) 직업과 가정을 갖는 것은 재범 예방에 굉장히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전자감시 대상이라는 점만으로도 직업을 구하는 게 어려운데 거주지마저 삶의 의욕을 갖고 정착할 수 있을 만한 동네가 아니라면 결국 또 다른 범죄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4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위치한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서 한 직원이 전자발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실효성 불분명… 대안은 '기존 제도' 강화?

정책 실효성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거주지 제한'이 성범죄 재범률을 낮춘다는 실증적 증거는 찾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 정책 연구'(2023)에 따르면, 미국에서 제시카법 시행 전후 성범죄 발생 변화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잠재적 성범죄자에 대한 범죄억제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비롯한 선행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 정책은 "잠재적 성범죄자의 성범죄와 형기 종료 성범죄자의 재범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이다.

김은기 배재대 경찰법학부 교수는 "거주지 제한까지 하는 건 그 효용에 비해 범죄자 개인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기존의 재범 방지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현재 보호관찰관 한 명이 수십 명을 담당하는데, 인원을 늘려 기존 제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성 부연구위원도 '강화된 전자감독 제도 활용'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른바 '조두순법'으로 불리는 개정 전자장치부착법에 따라, 고위험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도입된 '일대일 전담 보호관찰제'를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 부연구위원은 "조두순을 포함해 일대일로 24시간 밀착 감시를 받고 있는 출소자의 경우, 현재까지 재범이 0건"이라며 "성범죄자 중에서도 더 위험한 사람을 특별관리해 이만큼 범죄를 예방한다는 점에서 효과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제도가 잘 마련돼 있는 만큼 충분한 인력을 투입하고, 여기에다 개별화된 교육을 제공해 그들이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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