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시사 유튜브의 가능성

이슬기 칼럼니스트 2026. 10. 2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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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시작했다. '이슬기의 비트윈'이라는 시사 교양 유튜브다. 기성 언론과 시사 유튜브가 덜 다루는 이슈를 다룬다는 취지의 '비트윈'(between)이다.

나는 2023년 KBS1 라디오 '신성원의 뉴스브런치'(전신은 '정용실의 뉴스브런치')에 10개월 간 출연하며 '다른 시사 유튜브'의 가능성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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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의 미다시 (미디어 다시 읽기)]

[미디어오늘 이슬기 칼럼니스트]

▲ 유튜브 로고 배경, 누군가 모바일로 유튜브 콘텐츠를 이용하는 모습.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유튜브를 시작했다. '이슬기의 비트윈'이라는 시사 교양 유튜브다. 기성 언론과 시사 유튜브가 덜 다루는 이슈를 다룬다는 취지의 '비트윈'(between)이다. 혼자 할 때도 있지만, 간혹 패널도 초청한다. 젠더 이슈, 소수자 인권, 진보 정치 등이 주로 화제에 오른다.

유튜브를 하게 된 것은 '내 칼럼이 안 팔린다'는 문제의식에서였다. 전적으로 내 글의 문제이겠지만, '같은 이야기도 말로 하면 좀 다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글 대신 유튜브를 본다는 시대니까. 그리고 내가 보고 싶은 얘기는 기성 언론에, 유튜브에 잘 없기때문에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세계 유일의 여자 프로야구리그인 WPBL(미국여자프로야구)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 김라경·박주아·김현아는 비시즌을 어떻게 나는지, '미프진' 도입 이후의 쟁점은 무엇인지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절대 다수인 남성들 말고 다른 성별의 사람들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껏 그렇게 하고 있다.

▲ '이슬기의 비트윈' 시사 교양 유튜브.

그러나 유튜브는 내 생각처럼 단순히 글을 말로 옮기는 장르가 아니었다. 칼럼에서는 점잔을 뺄 수 있어도, 유튜브에서는 불가했다. 칼럼에서 나는 뭔가를 비판할 때 '문제는' 같은 표현으로 서두를 연다. 기사의 문법으로 치면 '일각에서는 ~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다. '문제는' 뒤에는 내 생각이 나오고, '일각' 뒤에는 전문가 및 당사자 멘트가 나온다는 게 다소간의 차이일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 문법에서 그 말은 “제가 화가 많이 났어요”가 담당한다. 더 강한 어조를 전달하기 위해 대상을 두고 '쓰레기', '꼴 보기 싫다' 등의 말을 하기도 한다. 그것들은 그 즉시 쇼츠에서 '격분', '일침', '쓴소리'라는 이름으로 프레이밍된다. 중요한 것은 화가 난 사람이 누구냐 하는 것이다. 아무개의 '화'는 숏폼이 될 수 없다. 유명 정치인, 시사 평론가, 기자여야 '얘기'가 된다.

유명 인사가 아니며 감정 표출이 원활하지 않은 나는, 그래서 자주 카메라 앞에서 쭈뼛댄다. 기사와 칼럼을 쓰던 사람의 습성으로 '문제는'으로 시작해 '비판점이 제기된다'로 자주 말을 맺는데, 이도 저도 아니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누가 봐도 불합리한 일을 얘기하면서도 '플랫'한 어조를 유지해, AI 봇도 나보다는 인간적이겠다 싶다. 발화 내용을 봐도 십수년 문어체의 세계에 속했던 사람으로서, '그럴싸'의 세계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반성이 있다. 유튜브 '깨놓고 말하기'가 어색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쇼츠 만들기에 주저하는 까닭이 있다. 1분 분량에 누군가의 감정은 담을 수 있어도, 시사의 맥락을 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 번은 페미니스트 저널리스트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부고를 알리며, 포브스 기사를 참고로 '스타이넘 덕분에 가능해진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 속 10가지'를 숏폼으로 만든 적이 있다. 스타이넘이 여성이 남성의 서명 없이 신용카드를 신청하고, 자녀 계획을 따로 설명하지 않고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앞장섰다는 내용이었다. 그 자체로 '팩트'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곧 “스타이넘은 CIA(미국 중앙정보국) 요원이었으며, 페미니스트 내 계급 문제 언급을 막은 전적이 있지 않느냐”라는 댓글이 물음표와 함께 달렸다. 그것도 일정 부분 맞다. 스타이넘은 CIA의 지원을 받는 재단 이사로 근무해 CIA가 공작한 '페미니스트'라는 의혹과 함께, 인종과 젠더 사이 위계를 설정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20분 분량 롱폼엔 담았으되, 숏폼에선 누락된 얘기였다. 대댓글로 해당 내용은 롱폼에 담았음을 명시했지만, 그 댓글을 보고 롱폼까지 보러 오는 이는 극소수일 것이다. 그 일이 있은 뒤 무조건적인 응원을 담은 WPBL 관련 영상을 제외하곤, 쇼츠를 만드는 데 매우 보수적이 됐다.

▲ '이슬기의 비트윈' 유튜브 채널 '포브스 선정(?) 이 페미니스트 덕분에 여자들에게 가능해진 것들' 쇼츠 갈무리.

일말의 힌트라도 얻고 싶어서, 한국언론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의 기획 세션 '기성 언론의 유튜브 활용'을 들으러 갔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재령 기자가 날로 정파성이 심해지는 유튜브 생태계를 분석하는 것을 들었다. 충성 시청자층의 구미에 따라 정책보다 정쟁을, 비정치인보다 정치인 패널을 많이 쓰는 작금의 현실은 일정 부분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당장의 인기는 덜하더라도, 조금 더 오래가는 방식의 시사 유튜브를 해볼 수는 없을까. 유튜브는 태생적으로 정파성에 기댈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나는 2023년 KBS1 라디오 '신성원의 뉴스브런치'(전신은 '정용실의 뉴스브런치')에 10개월 간 출연하며 '다른 시사 유튜브'의 가능성 봤다. 뉴스브런치는 여성의 시선으로, 사각지대를 비추는 프로그램이자 정쟁 보다 정책을 말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오전 11시 방송이라 '5060' 청자가 많았는데, 그 덕에 나는 그들을 청자로 상정한 페미니즘 말하기를 시도해볼 수 있었다. 비슷한 전제를 가진 내 주변인들 속에서 돌고 돌던 언어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느꼈다.

심심한 시사 유튜브의 '가능성'은 사각지대의 발굴, 출처가 정확한 발화, 다른 이를 상상하는 힘에서 온다고 본다. 정파성이 짙은 유튜브 지형이나, 그간 내가 해온 글쓰기 방식을 고려하면 쉬운 일은 아니다. 상업성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해본다. 다른 사람, 다른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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