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청년들은 왜 도시에 불을 질렀나…무너진 세대 간 계약 [김범수의 세상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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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전역이 불타고 있습니다. 프랑스 학생들이 교육 현장 개선을 바라며 시작했던 시위가 확산되면서, 프랑스는 21세기 들어 최악의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프랑스 시위의 근본은 청년 세대의 누적된 박탈감과 불공정에 대한 분노입니다.
즉, 이번 시위의 시작점이 된 프랑스 청년의 분노는 사회 구조적 모순과 불공정한 사회복지 혜택,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불안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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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거리, 무너지는 세대 간 계약
노년의 연금, 청년의 청구서
저성장에 갇힌 프랑스의 미래
프랑스 전역이 불타고 있습니다. 프랑스 학생들이 교육 현장 개선을 바라며 시작했던 시위가 확산되면서, 프랑스는 21세기 들어 최악의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학생들은 들고 일어났던 것이고, 애꿎은 상점은 어쩌다가 약탈을 당하게 된 것일까요. 불을 지르는 사람은 누구일지도 궁금합니다. 아마 학생들이 복면을 뒤집어쓰고 약탈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분노의 방향이 달라요. 일각에서는 배후에 정치적인 세력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번 프랑스 시위의 분노는 ‘어떻게’ 시작된 것이며, 시위를 이용하려는 세력이 과연 존재하는지 두 편에 걸쳐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르몽드가 분석한 시위대의 세 얼굴

일반 참가자는 통상적인 방식으로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입니다. 앞서 언급한 교육 현장 개선을 바라며 들고 일어났던 학생들과 이에 동조한 교사와 시민들이 속하죠. 이들은 주로 학교 현장이나 광장에서 모여 요구사항을 외치며 분노를 드러낸다고 분석했습니다.
두 번째는 급진 활동가입니다. 특유의 조직력이 이들의 특징입니다. 주로 정치적인 구호를 외치면서 경찰과 대치하며 때로는 충돌합니다. 또한 이들은 시위가 진정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폭력 행위를 하면서 시위를 이어가는 편이죠.

처음에는 분명 학생들이 주도하는 시위였는데 어느새 학생들의 주장은 뒤로 밀리고 자극적이고 파괴적인 시위대가 거리를 점령한 모양새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방화를 하고 약탈을 하는 파괴적이고 과격한 모습은 청년들의 분노를 퇴색시킬 수 있습니다. 이번 프랑스 시위의 근본은 청년 세대의 누적된 박탈감과 불공정에 대한 분노입니다.
두세 번째 부류의 시위자들을 통제하지 못하면 이번 시위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평입니다. 시위에 일정 부분 폭력적인 성향이 있어도 관대한 프랑스 시민들도 이번 시위에서 약탈과 파괴행위를 자행하는 부류에 대해서는 학을 떼는 상황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프랑스의 국내총생산량(GDP) 대비 국가부채의 비율은 115.5%입니다. 쉽게 말해 한해 나라에서 생산한 돈을 한 푼도 안 쓰고 빚을 갚는다고 해도 다 갚지 못한다는 뜻이죠. 뭐, 국가부채 비율이 주요 7개국(G7) 중 최고인 일본(230%)의 절반이지만, 한국(53%)보단 압도적으로 많죠.
프랑스의 구조적 문제는 국가부채 하나가 아닙니다. 프랑스에서 복지∙의료∙인프라 등 공공지출 비용은 국가 GDP의 57.2%를 차지합니다. 우리나라(24%)보다 두 배 이상이죠. 독일(50%), 영국(45%), 이탈리아(51%) 등 이웃국가보다도 높습니다.
공공지출은 참 ‘독이 든 성배’ 입니다. 사회 안정과 복지를 위해 일정 부분 필수적이죠. 또한 공공지출을 늘리면 사람들은 환호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줄여도 실제로 트랙터들이 몰려올 정도로 반대가 심합니다. 달리 말하면 공공지출을 늘리면 선거에 이기고, 줄이면 지는 필승필패 공식이죠.

다른 통계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 18~24세 청년들이 받는 사회복지 수혜 평균액은 일년에 1만4350유로지만, 60세 이상의 평균액은 2만5900유로로 두 배 가까이 차이납니다. 복지 수혜를 받는 비율이나 액수나 두 배씩 차이나는 것이죠.
프랑스 청년들은 기존 세대가 누려온 연금과 공공서비스는 유지해야 한다면서, 정작 자신들이 이용하는 학교의 예산을 줄인다는 사실에 불공평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분노는 단순히 복지를 축소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아닌 사회 구조적인 모순과 ‘미래에 대한 불신’에 가깝죠.
프랑스의 연금제도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프랑스 연금제도도 동방의 어느나라처럼 젊은 청년들은 수령하기도 전에 고갈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여론조사회사 입소스(Ipsos)가 프랑스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연금제도가 지속되지 않을 거라고 응답한 비율은 지난해 60%에서 올해 72%로 늘어났습니다.
이 때문에 프랑스 젊은 세대들은 연금제도를 두고 사실상 윗세대를 부양하다가 자신들은 수령도 못해보고 터져버리는 폰지 사기에 당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경제 전망은 녹록치 않습니다. 당장 IMF는 올해 프랑스의 경제 성장률을 0.7%로 잡았습니다. 이 정도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성장률’이죠. 미국(2.3%), 한국(3.3%), 유로존(1.1%), 전세계(3.0%)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일본(0.7%)이 있어 외롭지는 않겠지만요.

즉, 이번 시위의 시작점이 된 프랑스 청년의 분노는 사회 구조적 모순과 불공정한 사회복지 혜택,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불안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프랑스 청년들의 분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의 분노를 대변하겠다는 정치인들은 서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죠. 다음편에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프랑스 시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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