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경·조계원 ‘세계 最古 증도가자’ 논란 파고들자 국가유산청장 “심도있게 재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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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런 대화가 오갔다.
그는 당시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관련 전문가 없이 조판 문제를 다시 조사하고 활자 연구 실적이 전혀 없는 위원들에게 지정 여부 판단을 맡기는 바람에 부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허 청장에게 증도가자 문화재 지정 부결과 관련해 "2017년 문화재위원회 간사를 맡던 공무원이 활자의 조판시험 결과를 보고할 때 일부 주요 사항을 누락하거나 통계 분석을 잘못 적용하여 결론이 뒤집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국감에서 남 교수는 국가유산청이 재심의 과정에서 기존에 조사한 활자 101자 이외에 새로운 활자까지 공모해 검증하려는 것에 대해 "문화재 지정을 막기 위한 시간 연장책으로 보고 있다"라며, 이미 충분한 조사가 이뤄진 101자를 중심으로 전문성을 갖춘 연구진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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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지정 부결 심의 오류를 감사원서 지적
재심의 과정도 기존위원 포함 등 ‘꼼수’ 불거져
“문화재 마피아가 국가유산 명예 놓고 장난질”


“청장님, 증도가자 위작입니까? 아닙니까?”(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심도있게 재조사해봐야 할듯 싶습니다.”(허민 국가유산청장)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런 대화가 오갔다. 고려시대 금속활자 ‘증도가자(證道歌字)’의 보물 지정 지연과 재심의 절차의 공정성을 둘러싼 문답에서였다. 이날 허 청장은 증도가자 재심의에서 과거 심의에 참여했던 인사들을 배제하고 증도가자 101점을 다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 조계원·임오경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국감에 이어 증도가자의 보물 지정이 16년째 지체되고 있는 문제를 집중 질의하며, 감사원 권고에 따른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심의를 촉구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명예교수는 2014년 관련 연구에서 활자의 서체와 금속 성분, 탄소연대 분석, 조판 문제 등을 검토한 결과 문화재 지정 자격에 문제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관련 전문가 없이 조판 문제를 다시 조사하고 활자 연구 실적이 전혀 없는 위원들에게 지정 여부 판단을 맡기는 바람에 부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조계원 의원은 작년 국감에서도 이와 관련한 질의를 한 바 있다. 그는 허 청장에게 증도가자 문화재 지정 부결과 관련해 “2017년 문화재위원회 간사를 맡던 공무원이 활자의 조판시험 결과를 보고할 때 일부 주요 사항을 누락하거나 통계 분석을 잘못 적용하여 결론이 뒤집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이에 대한 제보를 접수해 조사한 후 위와 같은 내용을 확인하고 국가유산청에 재심을 권유했다는 것을밝히기도 했다.
조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과거 보물 지정 부결에 관여한 위원들이 재심의에 다시 참여했다”라고 비판했다. 기존 판단과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성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오경 의원도 기존 심의에 참여한 위원과 전문위원을 배제하고 새로운 전문가들로 심의위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허 청장은 “100% 동의하고,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날 국감에서 남 교수는 국가유산청이 재심의 과정에서 기존에 조사한 활자 101자 이외에 새로운 활자까지 공모해 검증하려는 것에 대해 “문화재 지정을 막기 위한 시간 연장책으로 보고 있다”라며, 이미 충분한 조사가 이뤄진 101자를 중심으로 전문성을 갖춘 연구진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국감에서 집중 논의된 증도가는 불교 경전인 ‘남명천화상영 송증도가(南明泉和尙 頌證道歌)’의 줄임말인 ‘증도가’ 인쇄본(1239년 제작)에 사용된 고려 활자다. 이 금속활자가 증도가자로 공인될 경우, 현존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1377년)보다 최소 138년 이상 앞서 제작된 유물이 된다. 특히, 직지나 서양의 구텐베르크 성경이 인쇄된 ‘책’만 남아있는 것과 달리, 증도가자는 금속활자 ‘실물’ 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이 활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1점, 다보성갤러리에 101점, 북한에 5점이 보존되어 있다.
2010년 9월 남권희 교수가 “고려시대 금속활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이후 정부가 진위 조사를 벌였다. 당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일본 Paleo Labo社, 서울대 기초과학공동기기원 등 국내외 유수 기관에서 4차례에 걸친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과 성분 분석을 진행한 결과, 해당 활자는 13세기(1200년대~1300년대 초)에 제작된 금속활자임이 과학적으로 판명됐다.
2011년 10월 당시 문화재청 문화재정책국장이 다보성갤러리를 직접 방문해 보물 지정 신청을 권유했고, 이에 따라 관련 절차가 진행됐다. 그러나 권유 당사자인 문화재청은 심의를 계속 미뤘다. 그 과정에서 문화재청 안팎에서는 ‘문화계 마피아들’이 문화재 지정을 막고 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증도가자가 문화재로 지정될 경우에 자신들이 기존에 이뤄 놓은 권위와 함께 유착 관계 등이 무너질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결국, 신청일로부터 6년을 넘긴 지난 2017년에야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 동산분과위원회를 열어서 국가문화재 지정을 부결했다.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있었으나 문화재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 해 감사원은 2017년 문화재청이 증도가자 문화재 지정을 부결시키는 과정에서, 활자로 증도가를 인출(찍어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조판 실험 결과와 주요 수치를 누락하거나 통계 분석을 왜곡한 사실을 확인했다. 보물 지정 신청 대상도 아닌 유물의 제출을 요구한 점도 문제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문화재청은 증도가자와 함께 출토된 것으로 알려진 청동 수반과 초두의 비교조사를 요구했지만, 두 유물이 실제로 함께 출토됐다는 근거는 물론 소유자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문화재청은 이들 유물과 비교조사를 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물 지정 부결 사유에 포함했다.
감사원 지적에 따라 지난 8월 13일 국가유산위원회 동산문화유산분과 회의가 열렸으나, 증도가자 보물 지정 관련 자체감사 후속 조치 검토 안건을 부결했다. 안건에는 통계청의 조판 가능성 분석을 지정 심사에 반영할지, 청동 수반과 초두를 추가로 확보해 비교 조사할지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이 회의에서 국가유산청이 제출한 증도가자 계열 금속활자 일괄공모 계획은 보고 안건으로 접수됐다. 과거 심의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한 후속 검토는 부결된 가운데 조사 대상을 전국으로 넓히는 새로운 계획이 제시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 심의 관계자들의 재참여 문제가 불거졌다. 2017년 증도가자 심사에 관여했던 전문위원이 현재도 국가유산위원회 동산문화유산분과에서 활동하고 있어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현행 ‘국가유산위원회 규정’ 제11조는 해당 안건에 직접 관여한 위원이나 전문위원을 조사·심의·의결에서 제척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계원·임오경 의원은 국감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고, 허 청장은 증도가자 문화재 지정을 재검토하고 기존에 심의했던 인사들을 제척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특히 임 의원은 2017년 조사자료와 감사원 조사 결과가 있는데도 기존 신청 활자 101점부터 다시 검증하지 않고 새로운 공모를 추진하는 것은 문화재 지정 판단 기일을 늦추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문화재 지정을 꾸준히 추진해왔던 다보성의 김종춘 회장은 “국감에서 두 의원께서 심도 있는 질의를 통해 장기간 지체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파헤쳐주셨다”라며 “국가유산청이 약속한대로 공정하게 재심의를 진행해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그는 다만 “문화재 마피아들이 앞으로도 끈질기게 방해 작업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개인의 이익 때문에 국가의 문화유산 명예를 드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막는 것은 범죄 행위가 아니냐”라며 목소리를 높이며, “그들에게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에서 증도가자의 역사적 가치를 가리는 데 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중국 학계 일각에서는 이 활자가 자국 유물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장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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