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이름으로 간암 치료 105회…건강보험 재정 손실 '줄줄'

손유지 2026. 10. 2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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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건보 명의도용 18만4443건 적발
악의적 명의도용 97.8%…부정수급 피해액 38억2700만원
환수율 39.2% 그쳐…부정 지급 보험급여 60% 이상 미회수
타인 명의로 간암 치료 105회…7878만원 환수 길 막혀
[지데일리]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명의도용이 최근 5년여 동안 18만 건 넘게 적발됐지만, 부정하게 지급된 보험급여를 돌려받는 비율은 4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타인의 이름으로 병원 진료를 받고 건강보험 혜택을 가로채는 행위가 반복되는 가운데, 사후 적발에 치중한 관리 체계와 낮은 징수율을 개선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건강보험증 대여와 도용으로 적발된 사례는 모두 18만4443건으로 집계됐다. 다른 사람의 건강보험 자격을 이용해 의료기관에서 진료받거나 보험 혜택을 부정하게 이용한 사례가 상당한 규모로 누적된 것이다.

특히 전체 적발 사례 가운데 악의적인 명의도용으로 판정된 비중은 97.8%에 달했다. 건강보험증을 빌려주거나 빌리는 행위에서 비롯된 문제보다 타인의 신분을 의도적으로 이용한 부정수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의미다. 

건강보험 자격을 확인하는 절차가 마련돼 있음에도 명의도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기관의 본인 확인과 공단의 자격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재정 손실을 회수하는 과정에서도 한계가 드러났다. 명의도용으로 발생한 피해금액은 38억2700만원으로 확인됐지만, 공단이 징수한 금액은 15억3000만원에 그쳤다. 징수율은 39.2%로, 부정하게 지급된 보험급여의 60% 이상을 회수하지 못한 셈이다. 

부정수급을 적발하더라도 환수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면 불법행위로 인한 재정 손실을 막기 어렵다. 적발 건수와 피해액을 집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수 절차의 실효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외국인의 건강보험 부정수급도 관리 사각지대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같은 기간 외국인 관련 부정수급은 1만259건으로 집계됐으며, 피해금액은 4억7600만원에 달했다. 

다만 외국인 관련 수치만으로 외국인 전체의 건강보험 이용에 문제가 있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국적이나 체류 자격 자체보다 부정수급을 유발하는 취약한 절차를 찾아내고, 합법적으로 건강보험을 이용하는 가입자와 불법적으로 자격을 도용한 사람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관리가 중요하다.

피해 규모가 가장 컸던 사례는 명의도용이 초래하는 재정 손실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1980년생 박모 씨의 명의를 도용한 사람은 상급종합병원에서 105회에 걸쳐 간암 치료를 받고 건강보험 급여 7878만원을 부정하게 이용했다. 

그러나 도용자는 불법체류 중 사망했고, 공단은 해당 금액을 전혀 돌려받지 못했다. 고액의 진료비가 발생하는 동안 명의도용 사실을 걸러내지 못했고, 사후에는 환수 대상자가 사망하면서 재정 손실을 회복할 길마저 막힌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줄이려면 진료 단계에서 본인 확인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상 진료 패턴을 조기에 탐지하는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짧은 기간에 특정인의 자격으로 반복적인 진료가 이뤄지거나 고액의 보험급여가 청구되는 상황을 분석해 의심 사례를 신속하게 확인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본인 확인 절차가 고령자나 장애인 등 신분 확인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의 진료를 지연시키지 않도록 예외 절차와 개인정보 보호 장치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은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를 바탕으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사회보장제도다. 명의도용으로 새어 나간 재정은 다른 가입자의 부담과 제도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정수급을 적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방부터 환수까지 이어지는 관리 체계를 갖추지 못한다면 비슷한 피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적발 실적보다 중요한 것은 부정한 보험급여 지급을 얼마나 사전에 차단하고, 발생한 손실을 얼마나 회수하느냐에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