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못 올라가는 월드시리즈... 밀워키·탬파베이 ‘스몰볼 대전’

양승수 기자 2026. 10. 2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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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팀 합쳐도 연봉 다저스보다 적어
MLB 연봉 19위 브루어스·28위 레이스
‘스몰볼’ 머피·캐시 지략 대결
밀워키 브루어스 선발 제이컵 미저라우스키가 24일(한국 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아메리칸패밀리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 1회초 공을 던지고 있다. /Imagn Images 연합뉴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30개 구단 가운데 월드시리즈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팀은 5개다. 올해 그중 한 팀이 마침내 첫 우승의 한(恨)을 푼다. 57년을 기다린 밀워키 브루어스와 28년을 기다린 탬파베이 레이스가 야구 세계 최강을 가리는 무대에서 만났다. 두 팀 모두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는 구단끼리 맞붙는 것은 1980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대결 이후 46년 만이다. 당시에는 필리스가 4승 2패로 승리하며 창단 97년 만에 첫 정상에 올랐다.

브루어스와 레이스는 24일 오전 9시(한국 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아메리칸패밀리필드에서 월드시리즈(7전 4승제) 1차전을 시작했다. 1969년 창단한 브루어스는 1982년 월드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패해 준우승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당시엔 아메리칸리그(AL) 소속이었고, 1998년 내셔널리그(NL)로 옮긴 이후 월드시리즈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8년 창단한 레이스는 2008년과 2020년 두 차례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으나 각각 필리스와 LA 다저스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양대 리그 정규시즌 최고 승률 팀이 마지막 무대에서 맞붙었다. 브루어스는 올해 정규시즌 103승 59패(승률 0.636)로 MLB 전체 최다승을 거뒀다. 디비전시리즈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3승 1패로 누른 데 이어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월드시리즈 3연패를 노리던 다저스를 4전 전승으로 완파했다. 레이스 역시 98승 64패(승률 0.605)로 아메리칸리그 최고 성적을 냈다. 뉴욕 양키스를 디비전시리즈에서 3연승으로 제압한 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마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4승 2패로 따돌렸다.

24일(한국 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아메리칸패밀리필드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 탬파베이 레이스의 월드시리즈 1차전을 앞둔 경기장 모습. 두 팀은 나란히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한다. /AFP 연합뉴스

◇두 팀 연봉 합쳐도 다저스보다 적다… 스몰마켓·스몰볼의 반란

이번 월드시리즈의 또 다른 특징은 대표적인 ‘스몰마켓(소규모 시장)’ 구단들의 맞대결이라는 점이다. 두 팀은 MLB에서 돈을 많이 쓰는 구단과 거리가 멀다. 미국 스포츠 연봉 통계 사이트 스포트랙에 따르면 올해 브루어스의 선수단 연봉 총액은 1억4621만달러(약 2090억원)로 30개 구단 중 19위다. 레이스는 9562만달러(약 1367억원)로 28위에 불과하다. 두 팀의 연봉을 합쳐도 약 2억4183만달러로, 다저스 한 팀의 연봉 총액인 3억3932만달러보다 약 9750만달러 적다.

돈 대신 선택한 무기는 선수 육성과 효율적인 전력 구성이다. 브루어스는 미국 프로스포츠에서도 손꼽히는 작은 시장을 연고지로 둔 구단이다. 레이스 역시 같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 자금력이 막강한 구단들과 경쟁해야 한다. 거액을 들여 스타 선수를 모으기 어려운 만큼 유망주를 키우고, 다른 구단에서 주목받지 못한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방식으로 전력을 유지해왔다.

경기 방식도 닮았다. 두 팀 모두 홈런에만 의존하기보다 출루와 주루, 세밀한 작전을 통해 득점을 만들어내는 이른바 ‘스몰볼(Small Ball)’에 능하다.

브루어스는 올해 정규시즌 팀 홈런이 154개로 MLB 공동 28위, 사실상 최하위권이었다. 그런데 팀 타율은 0.258로 전체 1위, 출루율도 0.341로 1위였다. 볼넷 668개를 골라냈고 도루도 162개나 성공했다. 홈런은 적었지만 팀 득점은 832점으로 전체 2위였다. 경기당 평균 5.14점을 뽑아낸 것이다. 주자를 착실하게 내보내고 다음 베이스로 진루시키면서 상대 투수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레이스는 한층 더 적극적으로 작은 야구를 구사한다. 올해 정규시즌 도루 164개로 MLB 공동 2위에 올랐다. 브루어스(162개·5위)와 불과 2개 차이다. 특히 레이스는 희생번트 45개, 번트 안타 49개로 두 부문 모두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상대 내야진이 방심할 틈을 주지 않는 야구다. 가을야구에서도 적극적으로 뛰었다. 월드시리즈에 오르기까지 브루어스는 8경기에서 도루 10개, 레이스는 9경기에서 11개를 성공시켰다.

레이스의 챈들러 심슨이 24일(한국 시각) 브루어스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 1회초 안타를 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다만 브루어스는 가을야구에서 새로운 무기까지 장착했다. 다저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4경기에서 홈런 7개를 터뜨리며 장타력을 과시한 것이다. 정규시즌에는 출루와 기동력으로 상대를 압박했다면 포스트시즌에서는 결정적인 순간 홈런까지 터졌다. 레이스는 상대 수비의 빈틈을 파고드는 데 더 능하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브루어스가 실책 8개를 기록한 반면 레이스의 실책은 단 1개였다. 레이스의 빠른 발이 브루어스의 수비를 얼마나 흔들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마운드에서는 두 팀의 특징이 뚜렷하게 갈린다. 레이스가 선발투수의 힘으로 경기를 끌고 간다면, 브루어스는 강력한 불펜을 앞세워 승부를 마무리한다.

레이스의 선발진은 이번 포스트시즌 9경기에서 50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98을 기록했다. 드류 라스무센(31)은 3경기에서 21이닝을 책임지며 평균자책점 1.29, 프레디 페랄타(30)는 16과 3분의 2이닝에서 평균자책점 1.08을 남겼다. 특히 라스무센은 가디언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이끄는 등 큰 경기에서 힘을 발휘했다.

브루어스는 정반대다. 포스트시즌 8경기에서 선발투수들이 소화한 이닝은 30과 3분의 1이닝에 그쳤다. 대신 구원투수들이 40과 3분의 2이닝을 책임지며 평균자책점 1.33을 기록했다. 브루어스가 이번 가을야구에서 거둔 7승은 모두 구원투수의 몫이었다. 애런 애쉬비와 애브너 우리베, 트레버 메길 등 강속구 투수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한다. 레이스가 선발투수의 긴 이닝 소화로 승부를 가져가려 한다면, 브루어스는 투수들을 과감하게 교체하면서 상대 타선의 흐름을 끊는 데 강점이 있다.

◇‘무명 선수의 마법’ 머피 vs ‘오프너 혁명’ 캐시… 두 명장의 지략 대결

두 팀의 사령탑도 적은 돈으로 이기는 야구를 만들어낸 지도자들이다. 브루어스의 팻 머피(67) 감독과 레이스의 케빈 캐시(48) 감독은 모두 MLB 올해의 감독상을 2년 연속 받은 경력이 있다. 머피는 2024년과 2025년 내셔널리그, 캐시는 2020년과 2021년 아메리칸리그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됐다. 전력의 열세를 선수 기용과 전술로 극복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야구를 풀어나가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브루어스의 팻 머피 감독(왼쪽)과 레이스의 케빈 캐시 감독이 24일(한국 시각) 월드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홈플레이트에서 만나고 있다. 두 감독은 모두 MLB 올해의 감독상을 2년 연속 받은 명장이다. /AP 연합뉴스

머피 감독의 강점은 선수들의 숨은 능력을 끌어내는 데 있다. 2024년 브루어스 지휘봉을 잡은 그는 선수의 이름값보다 팀에 필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는지를 중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이크 바우어스(31)다. 레이스와 가디언스, 시애틀 매리너스, 양키스 등을 전전하며 빅리그에 좀처럼 정착하지 못했던 바우어스는 한때 은퇴까지 고민했다. 하지만 브루어스에서 기회를 잡은 뒤 올해 타율 0.266, 26홈런, 86타점으로 개인 최고 시즌을 보냈다.

가을야구에서는 더욱 빛났다. 다저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4경기 동안 6타점을 올리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특히 3차전에서는 2-2로 맞선 7회초 결승 2점 홈런을 쳤고, 4차전에서는 2타점 2루타 등으로 역전승에 기여했다.

머피 감독은 선발투수가 5이닝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승부처라고 판단하면 주저 없이 교체한다. 여러 구원투수를 짧게 활용하면서 상대 타선에 맞춰 마운드를 구성한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선발투수의 승리가 한 번도 없었는데, 이는 머피 감독의 야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캐시 감독은 MLB에서 새로운 투수 운용법을 유행시킨 지도자다. 현역 시절 백업 포수로 뛰며 통산 타율 0.183, 12홈런에 그쳤지만 지도자로서는 이름을 날렸다. 2015년부터 12시즌째 레이스를 지휘하는 MLB 최장수 현역 감독이다.

캐시 감독을 대표하는 전략은 ‘오프너(Opener)’다. 기존처럼 선발투수가 5~6이닝을 책임지는 대신 구원투수를 경기 시작부터 내보내 1~2이닝만 던지게 한 뒤 다른 투수가 긴 이닝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2018년 레이스가 이 전략을 적극 활용하면서 MLB에 널리 알려졌다. 경기 초반 상대 중심 타선을 구원투수로 상대하게 해 기존 선발투수의 부담을 줄이려는 발상이었다. 상대 선발투수의 좌우 유형에 따라 타순과 출전 선수를 바꾸는 ‘플래툰’도 캐시 감독이 즐겨 쓰는 방식이다.

밀워키 브루어스의 살 프렐릭이 24일(한국 시각) 미국 밀워키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 1회초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AFP 연합뉴스

다만 캐시 감독에게 월드시리즈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2020년 다저스와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호투하던 선발 블레이크 스넬을 6회 도중 교체했다가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당시 레이스는 2승 4패로 준우승했다. 과감한 투수 교체가 강점이자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6년 만에 다시 월드시리즈에 오른 캐시 감독이 이번에는 어떤 선택으로 승부를 풀어갈지 관심을 모은다.

1차전 선발투수 브루어스의 제이컵 미저라우스키(24)는 올해 16승 5패, 평균자책점 1.80, 탈삼진 252개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모두 MLB 전체 1위였다. 평균 시속 100.6마일(약 161.9㎞)에 이르는 직구가 최대 무기다. 레이스의 선발투수 닉 마르티네스(36)는 올해 15승 6패, 평균자책점 3.10을 남겼다. 강속구보다는 제구와 구종의 변화를 앞세워 타자를 상대하는 투수다.

브루어스는 챔피언십시리즈를 4경기 만에 끝내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반면 레이스는 6차전까지 치른 뒤 월드시리즈에 나섰다. 브루어스가 체력적으로 유리할 수 있지만, 불펜 의존도가 높아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레이스는 라스무센과 페랄타 등 선발투수들이 얼마나 긴 이닝을 책임지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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