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책임 부담에… 석유 최고액 정산위, 감사원에 SOS
원가 인정 범위 놓고 정부·업계 이견
연내 보상 시한 앞두고 일정 빠듯하나
책임 부담 덜려 사전컨설팅 신청키로

석유 최고 가격제로 정유사에 발생한 손실 보상 규모를 논의 중인 산업통상부와 최고액 정산위원회가 보상금 책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감사원에 ‘사전컨설팅’을 의뢰할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전컨설팅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업무 처리 과정에서 판단이 어려운 규정 해석 등에 관해 감사원 의견을 구하는 제도다.
현재 원가 계산 방식 등 보상 기준을 두고 정부와 정유사 간 견해차가 큰 만큼, 감사원 의견을 미리 받아 사후 책임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올해가 두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빠듯한 일정에 감사원 검토까지 거치면 2~3분기분 손실 보상을 연내 마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정유 4사가 제출한 원가 정보를 토대로 각 사 정산금을 논의 중인 산업부와 정산위는 지급 규모가 정해지는 대로 감사원에 사전컨설팅을 요청하기로 최근 방침을 정했다. 자체적으로 정한 비용 인정 범위와 계산 방식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받겠다는 것이다. 최종 정산액은 위원회 권고안을 바탕으로 산업부가 결정한다.
정부는 중동 전쟁이 터진 직후인 지난 3월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휘발유·경유·등유 가격에 상한을 두는 최고 가격제를 도입했다. 국제유가 급등이 국내 기름값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도록 가격을 제한하는 대신, 정유사 손실은 재정으로 보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마련한 목적예비비는 4조2000억원이다. 올해 2~3분기 발생한 손실을 보상할 재원이다.
산업부는 3월 13일부터 6월 30일까지 발생한 손실에 대한 정산금을 11월 말쯤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이의 제기와 지급 절차를 거치고, 7~9월 손실에 대한 정산 과정을 한 차례 더 반복해야 한다. 연내 마치기엔 촉박한 일정이다. 4조2000억원의 예비비 가운데 올해 안에 집행하지 못한 금액은 불용(不用) 처리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갈 길이 먼데 감사원 검토까지 넣을 경우 남은 두 달여 동안 정부가 정산과 지급을 모두 마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빠듯한 일정에도 산업부가 감사원 검토 절차를 추가하려는 것은 보상 기준을 정한 뒤 불거질 책임 공방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비용을 폭넓게 인정하면 세금을 과도하게 지급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고, 좁게 인정하면 정유사의 반발과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 감사원 의견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면 추후 감사 시 면책을 인정받아 담당자들의 책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원가 계산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회사별 보상액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기름을 생산·판매하는 데 쓴 비용에 적정 이윤을 더한 금액이 최고 가격을 넘으면 차액을 보상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비용을 어디까지 볼지를 두고 정부와 정유사 간 의견 차가 결코 작지 않다.
예컨대 임직원 성과급은 얼마만큼 원가에 반영해야 할지, 탄소배출권 구입비는 비용으로 볼 수 있는지 등도 쟁점이다. 회사마다 설비와 생산 제품 구성도 달라 공통 기준을 세우기도 어렵다. 가령 에쓰오일은 윤활기유 사업을 직접 하지만, SK는 정유 사업을 하는 SK에너지와 윤활기유 사업을 하는 SK온의 법인이 나뉘어 있다. 사업 구조의 차이가 원가 계산에 미치는 영향도 모두 따져야 한다.
정산위 관계자는 “최고 가격 통제 후 보상이라는 길을 정부도 정유사도 처음 걷다 보니 조율해야 할 사안이 100가지는 되는 듯하다”며 “전례가 없는 상황에서 모든 기준을 우리 스스로 세워야 해 향후 시비에 걸릴 수 있다는 심리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일정이 아무리 촉박해도 사전컨설팅과 같은 안전판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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