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금기 흔든 압도적 스타… 더 이상의 '마돈나'는 없나 [노이즈]

정준기 2026. 10. 2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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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대중음악 담당 기자가 우리 시대의 음악과 아티스트를 둘러싼 '잡음'에서 미처 들리지 않았던 사회문화적 맥락을 들여다 봅니다.

"규칙은 없어요. 남자라면요. 여자라면? 게임의 룰을 따라야죠." 2016년 빌보드 우먼 인 뮤직 시상식에서 올해의 여성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마돈나는 자신이 싸워온 룰을 열거했다.

왜 마돈나만큼 논쟁적인 스타는 없나.

김도훈 대중문화평론가는 "마돈나 시대 스타의 힘은 미디어가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기도 했다"면서 "이제 모두가 각자의 미디어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다 보니 그만한 파워를 가진 스타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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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살아남은 마돈나와 저항하는 스타
80년대 '섹슈얼리티 주도' 여성 스타 모델 제시
종교, 퀴어, 전쟁, 나이… 늘 가장 논쟁적 자리로
논란 아랑곳 않고 버텨내 컨페션스Ⅱ로 또 증명
각자 테두리 머무는 시대, 제2의 마돈나는 요원
편집자주
한국일보 대중음악 담당 기자가 우리 시대의 음악과 아티스트를 둘러싼 '잡음'에서 미처 들리지 않았던 사회문화적 맥락을 들여다 봅니다.
2019년 5월 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GLAAD 미디어 어워즈에 참석한 마돈나. 뉴욕=AP 연합뉴스

"규칙은 없어요. 남자라면요. 여자라면? 게임의 룰을 따라야죠." 2016년 빌보드 우먼 인 뮤직 시상식에서 올해의 여성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마돈나는 자신이 싸워온 룰을 열거했다. 예쁘고 귀엽고 섹시한 여자가 되는 건 허용. 자기 의견을 갖지 말 것, 적어도 기존 질서에 어긋나는 것은. 남성에 의해 성적 대상화당하는 건 괜찮지만 그 모습을 스스로 주도하진 말 것. 나이 들지 말 것.

낡아 빠졌는지 몰라도 대부분의 규칙은 여전히 살아 있거나 망령처럼 떠돈다. 마돈나가 활동을 시작한 1980년대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는 커리어 내내 '문란하다'거나 '너무 똑똑하게 군다'는 비난을 받았다. 낡은 관습의 옹호자만 그를 비판한 건 아니다. 관습을 전복하는 건가, 성적 대상화를 고착화할 뿐인가. 당대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논란은 마돈나를 꺾지 못한다. "엿 먹으라지. 나는 다른 종류의 페미니스트야. 나는 나쁜 페미니스트야." 2016년 연설은 이렇게 이어지다가 핵심에 도달한다. "사람들은 제가 논란을 많이 일으킨다고 해요. 하지만 제가 한 일 중 가장 논란이 될 만한 것은 계속 이 자리에 남아 있었다는 것이죠."


여성, 종교, 퀴어, 전쟁, 나이… 가장 논쟁적인 자리로

마돈나의 정규 2집 앨범 '라이크 어 버진' 커버. 워너레코드 제공

살아남았다는 것. 그 의미가 마돈나만큼 특별한 스타는 없다. 1982년 데뷔 후 줄곧 가장 위험한 자리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마돈나는 섹슈얼리티를 주도적으로 연출하는 여성 스타의 모델을 제시했다. 1984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 무대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라이크 어 버진'을 선보이다가 구두가 벗겨지자 이를 바닥을 뒹구는 퍼포먼스로 연결시키며 역사적 장면을 남겼다. '블론드 앰비션'(1990) 투어 중 경찰 투입 가능성을 불사하고 자위행위를 연상시키는 안무를 고집했고, 성적 판타지를 노골적으로 담은 누드 사진집 '섹스'(1992)를 냈다. '성녀 혹은 창녀' 프레임이 훨씬 강력했던 시기에 남성이 요구하지 않은 방식으로 여성의 성적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마돈나가 1990년 7월 20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시그니처 콘 브라 코르셋을 착용하고 '블론드 앰비션' 투어 공연을 진행 중이다. 런던=AP 연합뉴스

도발은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파파 돈 프리치'(1986)에선 출산을 결정한 10대 소녀의 입장에서 노래하며 미성년자 임신 문제와 여성의 선택에 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라이크 어 프레이어'(1989)에서는 예수를 연상시키는 흑인 남성과 입맞추는 모습 등을 담은 뮤직비디오로 인종차별과 종교의 권위에 도전했다. 세계적으로 에이즈(AIDS) 공포와 성소수자 혐오 광풍이 불던 시기 싱글 '보그'(1990)와 다큐멘터리 '진실 혹은 대담'(1991)을 통해 퀴어의 문화와 일상을 대중문화 주무대에 올렸다. 앨범에는 에이즈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바로잡기 위한 안내서를 끼워 넣었다. 9·11 테러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 발표한 '아메리칸 라이프'(2003) 뮤직비디오에선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이라크 전쟁을 비판했다. 지금의 마돈나는 덜 논쟁적일까. 아니다. 1958년생 여성이 팝스타로 남으려는 것 자체가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그의 모든 활동이 '나이 차별'과의 싸움이다.

마돈나가 2009년 8월 4일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스티키 앤드 스위트' 투어 공연을 펼치고 있다. 탈린=AP 연합뉴스

가엾게 여겨지지 않는 힘, 컨페션스Ⅱ로 재차 증명

마돈나의 방식은 늘 극단적 반응을 불렀다. 논란을 키우는 데에 치중하고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따라붙었다. 마돈나는 아랑곳 않고 매번 변신했다. 새롭게 도발했고 결국 성공한 스타로 남았다. 그 와중에도 해방, 특히 여성 해방이라는 지향점은 유지했다. 사라 처치웰 런던대 교수는 2018년 영국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마돈나의 권력과 성공은 비난과 분노, 질책을 불러오지만 연민은 불러오지 않는다"면서 "그 자체가 강력한 페미니즘적 메시지"라고 짚었다. 마돈나는 자신의 야망이 적대감을 불러일으켜도 사과하지 않는다. 좋든 싫든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도록 관철한다. 그게 마돈나의 힘이다.

마돈나는 올해 7월 정규 15집 '컨페션스Ⅱ'로 68세 나이에 재차 건재를 증명했다. 롤링스톤, 피치포크 등 음악 전문지는 앞다퉈 최근 20년간 마돈나의 앨범 중 최고라고 평가했다.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정상에 오르는 등 대중적 성공도 거뒀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전설의 지위로 남는 것은 오히려 쉽고 현재 진행형 가수로 평가받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며 "2016년 연설로부터 10년을 더 버텨서 이번 앨범에 이르렀다. 마돈나가 버텨내서 이뤄낸 성과고, 재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7월 발매된 마돈나의 정규 15집 앨범 '컨페션스Ⅱ'의 커버. 워너레코드 제공

각자 테두리에 머무는 시대, 더 이상의 마돈나는

마돈나 재평가가 한창인 올해, 또 다른 질문이 고개를 든다. 제2의 마돈나는 가능한가. 적어도 '마돈나의 방식으로'라는 조건이라면 자신 있게 답하기가 어렵다. 연예인이 조금이라도 정치적 함의가 있는 이야기를 하면 '나락'에 떨어질 걸 각오해야 하는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왜 마돈나만큼 논쟁적인 스타는 없나. 스타의 자본 종속이 심해졌다거나, 캔슬 컬처(유명 인사가 문제적 발언으로 대중의 공격을 받고 지위나 직업이 박탈되는 현상)가 지나친 흑백논리로 흐르며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이유를 들 수도 있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도 많은 스타가 각자의 영역에서 저항한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노골적으로 각을 세우고, 레이디 가가의 '본 디스 웨이'는 여전히 공고한 성소수자 혐오에 정면으로 맞선다. 내면의 취약함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빌리 아일리시의 음악은 또 다른 형태의 저항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마돈나처럼 도발적이진 않다. 백래시는 늘 있지만, 저항은 대체로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감대가 있는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다. 적어도 두터운 팬층은 늘 환호한다. 마돈나의 전성기에 비해 다원적인 세상이 됐기 때문에 파장이 덜할 뿐이라는 해석은 어딘가 개운치 않다. 사회 전체의 금기를 흔드는 압도적 스타가 나오기가 더는 불가능한 세상이 된 건 아닐까. 김도훈 대중문화평론가는 "마돈나 시대 스타의 힘은 미디어가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기도 했다"면서 "이제 모두가 각자의 미디어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다 보니 그만한 파워를 가진 스타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고리즘에 이끌려 각자의 테두리 안에서만 교류하는 시대, 더 이상의 마돈나는 없다는 일견 씁쓸한 진단이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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