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먹고 자란 '96라인' 은퇴 소동… 불화설 암초 만난 韓축구 [이달의 스포츠 핫 피플]

박주희 2026. 10. 24. 04: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가장 '핫'한 스포츠 이슈를 찾아 주요 인물의 스포츠 인생을 정리해보는 코너입니다. 프로 무대의 스타플레이어를 비롯해 아마추어 '신성', 지도자, 체육단체장 등 하루하루 숨 가쁘게 변화하는 스포츠 세상 속에 사는 인물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봅니다.

그는 군경 구단인 아산무궁화 축구단을 조기 전역한 직후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독일 분데스리가 등과 연결됐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팬들은 축구인생의 분기점마다 태극마크 덕을 톡톡히 봤던 이들이 서른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대표팀 은퇴를 거론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크게 분노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1> 김민재·황인범·황희찬
편집자주
최근 가장 '핫'한 스포츠 이슈를 찾아 주요 인물의 스포츠 인생을 정리해보는 코너입니다. 프로 무대의 스타플레이어를 비롯해 아마추어 '신성', 지도자, 체육단체장 등 하루하루 숨 가쁘게 변화하는 스포츠 세상 속에 사는 인물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봅니다.
96년생 동갑내기 3인방

총체적 난국이다. 전임 감독들의 선임 공정성 논란으로 표류 중인 한국 축구대표팀이 '선수단 불화설'이라는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1996년생 동갑내기 3인방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FC포르투) 황희찬(샬케)이 9·10월 A매치 4연전을 마친 뒤 국가대표 은퇴를 시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황인범은 은퇴설을 부인했지만 후폭풍은 거셌다. 이들과 1992년생 선배들의 갈등설까지 등장하면서 비판 여론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풍랑의 중심에 선 '96라인'의 성장 과정을 '이달의 스포츠 핫 피플'에서 돌아봤다.


태극마크를 꿈꾸던 올챙이들

'은퇴 소동'의 중심에 서긴 했지만, 96라인에게도 국가대표를 간절히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김민재의 일화는 두고두고 회자될 만큼 유명하다. 그는 2012년 17세 이하(U-17)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아버지의 횟집 생선 트럭을 타고 고향인 경남 통영에서 경기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까지 7시간을 달렸다. 부자(父子) 모두에게 고된 여정이었지만, 태극마크를 향한 염원은 피로를 잊게 했다. 훗날 김민재는 독일 매체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기억이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민재(왼쪽)가 2018년 9월 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손흥민으로부터 주장 완장을 넘겨 받고 있다. 치비농=서재훈 기자

태극마크는 명예뿐만 아니라 실리까지 안겨줬다. 일찌감치 해외 진출을 노렸던 96라인에게 병역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였는데, 세 선수 모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 특례(황인범은 조기 전역) 혜택을 받았다. 이들에게 태극마크는 최고의 명예인 동시에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날개였던 셈이다.


성인 대표팀과의 좋은 추억

96라인은 성인 대표팀과도 좋은 인연을 이어갔다. 김민재는 2017년 8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 9차전(0-0 무승부)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당시 그는 상대 선수의 퇴장을 유도하는 등 A매치 데뷔전이라고는 믿기 힘든 노련한 플레이를 펼쳤다. 비록 부상 탓에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진 못했지만, 김민재는 병역 특례를 받은 뒤 중국 베이징 궈안, 튀르키예 페네르바체, 이탈리아 나폴리를 거치며 해외 무대에서 입지를 다졌다.

황인범(왼쪽 첫 번째)이 6일 경기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뉴스1

황인범 역시 대표팀 경력이 유럽 진출에 큰 힘이 됐다. 그는 군경 구단인 아산무궁화 축구단을 조기 전역한 직후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독일 분데스리가 등과 연결됐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결국 황인범은 2019년 1월 유럽이 아닌 미국프로축구(MLS) 밴쿠버 화이트캡스에 입단했다.

다소 아쉬웠던 상황에서 반등의 발판이 돼준 게 성인 대표팀이었다. 그는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지역 예선을 통해 '벤투호의 황태자'로 떠올랐고, 이때의 활약을 바탕으로 2020년 8월 러시아 루빈 카잔으로 이적하며 그토록 원하던 유럽 무대를 밟았다.

예상치 못했던 악재를 돌파할 때도 국가대표 경력은 든든한 자산이 됐다. 황인범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루빈 카잔을 떠나 K리그1 FC서울(단기 임대), 그리스 올림피아코스 등으로 둥지를 옮겨야 했다. 급하게 새 팀을 찾아야 했던 그에게 여러 구단이 러브콜을 보냈던 이유 중 하나가 벤투호에서 증명한 실력과 국제무대 경험 때문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황희찬이 6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상대 선수와 볼 경합을 하고 있다. 뉴스1

황희찬의 경우, 해외 진출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을 잠재우는 데 태극마크가 큰 도움이 됐다. 포항 스틸러스 유스팀(포항제철고) 출신인 그는 2014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입단을 결정하면서 팬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유소년 시절 내내 포항의 지원을 받은 선수가 국내 규정과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의 차이를 이용해 구단에 비수를 꽂았다는 비판이었다.

당시 K리그 구단들은 유소년 선수와 프로 계약을 체결할 수 없는 규정으로 인해 유스 출신들의 소유권을 확보할 수 없었다. 대신 '드래프트 우선 지명 선수는 해당 클럽에 입단한다'는 일종의 보완 규정을 통해 특정 선수에 대한 권리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는 '프로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유소년 선수는 자유계약으로 팀을 떠날 수 있다'는 FIFA 규정과 충돌했고, 이는 황희찬이 포항의 제재 없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황희찬 측이 실제로 제도의 맹점을 악용하려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사건은 훗날 K리그 '준프로 계약 제도' 도입의 계기가 될 만큼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현재 이 일로 황희찬을 비판하는 팬들은 많지 않다. 그가 포항 측에 수차례 사죄하고 모교에 기부를 하며 직접 성난 민심을 달래기도 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대표팀에서 꾸준히 활약한 점도 이미지 쇄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 카타르 월드컵

이들이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 결정적인 무대 역시 태극마크를 달고 뛴 카타르 월드컵이었다. 황인범과 김민재는 주전 멤버로 대표팀의 중원과 후방을 지켰고, 황희찬은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극적인 결승골로 한국의 16강행을 이끌었다. 국내 인지도만 오른 게 아니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밑바탕이 됐겠지만, 월드컵 역시 이들이 빅리그에 진출하거나 각자의 팀에서 입지를 넓히는 데 중요한 교두보가 됐다.

황희찬(뒤)과 손흥민이 2022년 12월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결승골을 합작한 후 포옹하고 있다. 알라얀=연합뉴스

당시 이들의 활약을 지켜본 축구팬들은 96라인이 손흥민(LAFC)과 이재성(이상 34·마인츠)의 뒤를 이어 대표팀을 이끌 주축 세대로 성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불과 4년도 지나지 않아 팬들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96라인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참사로 가뜩이나 표류 중인 한국 축구계에 또 다른 폭탄을 던졌다. 팬들은 축구인생의 분기점마다 태극마크 덕을 톡톡히 봤던 이들이 서른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대표팀 은퇴를 거론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크게 분노했다.

더욱 큰 문제는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충분한 해명이나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황인범은 은퇴설을 부인했지만, 나머지 당사자들의 명확한 입장 표명은 없었다. 이들이 침묵하는 사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손흥민 왕따설' '차기 주장 내정설' 등 확인되지 않은 억측이 난무했다. 심지어 이번 은퇴 소동과 무관한 이강인(25·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악플로 도배됐다.


수습책은 결국 '결자해지'

봉합의 실마리가 전혀 안 보이는 건 아니다. 이재성은 17일(현지시간) 황희찬과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코리안 더비'를 펼친 후 자신의 블로그에 둘이 함께 찍은 사진과 글을 올리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황희찬과 김민재가 대표팀 동료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분위기를 흐려 미안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남겼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렇다고 이번 사안이 완벽하게 일단락된 것은 아니다. 당사자들이 여전히 공식 코멘트를 자제하고 있는 탓이다. 대한축구협회가 내놓은 장문의 입장문에도 명확한 사실관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비난 자제" "엄정 대응" 등의 표현으로 비판 여론을 차단하는 데 급급했다. 21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용수 축구협회장 직무대행도 관련 질문을 받자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본질을 회피했다.

불필요한 내부 갈등설에 휩싸인 한국 축구가 정상 궤도를 찾기 위해선 결국 당사자들의 명쾌한 입장 표명부터 나와야 한다. 팬들은 어느새 대표팀 고참이 된 1996년생들이 책임 있는 자세로 사태를 수습하길 원하고 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