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한숨 돌렸다
오세훈 정치자금법 2심 무죄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24/joongangsunday/20261024013240879zzbq.jpg)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이날 오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사업가 김한정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죄사실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실한 증명력이 있어야 한다”며 “검사의 입증이 이에 이르지 못하면 피고인의 주장이 일부 일관성이 없어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에게 여론조사 10건을 의뢰하고, 그 비용 3300만원을 사업가 김한정씨에게 대신 내도록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에 의해 기소됐다. 지난 7월 1심 재판부는 여론조사 10건 중 최소 5건이 오 시장의 의뢰로 이뤄졌고, 그 비용 2100만원을 김씨가 대신 지급한 사실도 인정된다며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등에 따르면 정치자금 부정수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고, 향후 5년간 피선거권도 제한된다.
오 시장이 항소심에서 회심의 카드로 꺼내 든 ‘명태균·김한정 녹취록’이 유죄를 무죄로 뒤집는 주요 근거 중 하나로 작용했다. 오 시장과 함께 기소된 김씨는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기 위해 2021년 3월 6일 명씨와의 통화 녹취록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녹취록에는 명씨가 “하여튼 오세훈이는 몰라요. 모르고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본지가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이 녹취록을 근거로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했다.
오 시장 측이 제기한 위법수집증거 문제도 인정됐다. 오 시장 측은 항소심에서 검찰이 별개 사건인 김영선 전 의원 사건을 수사하며 압수한 증거를 특검이 별도의 영장 없이 사용했다며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주장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김 전 의원 관련 사건과 이 사건은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의 계기가 되거나 그와 연관되어 다른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는 등의 관련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명태균, 오세훈 건방지다며 1위로 나온 여론조사 조작 지시”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 셋째)이 2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 선고 주문을 듣고 있다. [사진 서울고등법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24/joongangsunday/20261024013242420hvys.jpg)
재판부는 유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일부 존재한다는 점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오세훈과 명태균은 몇 차례 만남이 있었던 거로 보이고, 캠프와 명태균 사이에 여론조사 결과 일부가 공유됐으며, 김한정이 수차례 돈을 지급한 게 인정되므로 유죄의 의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오 시장은 판결 직후 취재진에게 “재판 중에 선거를 치렀음에도 저의 결백을 믿어주시고 서울시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투표해주신 서울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끝까지 신뢰를 철회하지 않은 국민 덕분에 버티면서 일하면서 재판받을 수 있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울컥하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 박노수 특검보는 법정을 나서며 “많이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며 “상고를 해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지만, 최대 고비였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오 시장의 정치 행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안정감, 5선 시장으로서 대중적 친숙함, 중도 지향성 등을 갖춘 데다가 시장직 상실형이라는 큰 짐도 덜어낸 만큼 차기 대권 행보에도 탄력이 붙었다”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온건·개혁 보수 성향의 오 시장이 장동혁 대표와 노선 갈등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 시장은 지난 1월 29일 한동훈 의원의 제명이 확정되자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지난 8월 25일 국회 미래혁신포럼에서는 장 대표의 당협위원장 재선출 추진을 겨냥해 “뺄셈·나눗셈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사필귀정”이라며 “되지도 않는 것을 기소한 특검이 책임져야 한다”고 적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김민석 민주당 대표, 서영교 법사위원장 같은 민주당 정치인들의 노골적이고 저질스러운 압박에 굴하지 않고 1심 판결을 바로잡은 것은 다행”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항소심 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대법원의 판단을 촉구했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99.99% 있을 것”이라고 했던 김민석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대법원의 엄정한 기회가 남아 있으니 엄정한 판단을 기대하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선 부동산 세제 개편안과 전월세난 등으로 서울 민심이 악화한 상황에서 내년 서울시장 보선을 치르지 않게 돼 다행이란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일단은 큰 부담이 덜어진 면도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최서인·조수빈·김예정·김보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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