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2심 재판부 “김한정과 대납 요청할 만한 관계 아냐…오히려 캠프에서 홀대”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에 대해 2심 재판부가 오 시장과 후원자 김한정씨의 관계가 여론조사 정치자금 대납을 부탁할 정도로 친밀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오히려 김씨가 오 시장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인정받기 위해 독자적으로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에게 돈을 지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23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판결문을 보면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같이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김씨에게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명씨 진술이 유일한데, 해당 진술이 믿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오 시장과 김씨의 실제 관계에 비춰볼 때, 오 시장이 정치적 입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법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김씨에게 직접 부탁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씨는 2011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오 시장을 지지하는 현수막을 게시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후 오랜 기간 후원금을 지급하는 등 후원자로 활동했지만,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도 선거 캠프에서 공식적인 역할이나 보직을 맡지는 못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 내역에도 주목했다. 2021년 1월1일부터 4월15일까지 오 시장과 김씨가 주고받은 메시지는 총 5건에 불과해 딱히 친밀함은 없었다는 것이다. 김씨가 같은 해 2월21일 텔레그램에 가입한 이후 주고받은 메시지 18건 중에서도 2건을 제외하면 모두 김씨가 보낸 것이었다. 김씨가 텔레그램으로 여론조사 관련 파일 등을 전했을 때도, 오 시장은 3월31일 “고맙습니다”라고 한차례 답장한 것 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오세훈이 김한정에게 적극적으로 무엇을 부탁할 정도, 특히 불법 정치자금을 요구할 정도의 친밀한 관계라거나 다른 후원자보다 각별한 사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김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추측한다”는 등의 관계자들의 진술까지 종합해, 김씨가 선거 캠프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오히려 홀대를 받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증거로 채택됐던 김씨와, 여론조사를 실시한 미래한국연구소 실무자인 강혜경씨의 통화 녹음 등도 위법수집 증거로 판단해 배제했다. 재판부는 해당 녹음이 확보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 관련 정치자금 사건과 오 시장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은 행위 시기와 대상 선거, 관여 인물 등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명씨가 두 사건에 공통으로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압수수색 영장에 따른 증거 사용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취지다.
다만 재판부는 후속 수사에서 확보한 관련자 진술과 다른 증거들까지 일괄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후 나머지 증거를 검토했지만, 오 시장의 여론조사 의뢰와 대납 요청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끝났다” 외친 서울시 직원들···‘무죄’ 오세훈, 본격 대선모드 들어가나
- ‘쌍별 셰프’ 손종원, 신세계그룹 임원 됐다
- “김정은 사망설은 허위”···국정원, 국회 정보위에 보고
- 오세훈 2심 재판부 “김한정과 대납 요청할 만한 관계 아냐…오히려 캠프에서 홀대”
- 광명 ‘붕은우’가 누구길래···붕어빵 사려고 2시간씩 기다리는 사람들
- 건국대 중간고사서 ‘AI 부정행위’ 의혹···600여명 대면 재시험
- [단독]음주운전 중 차량추돌한 전북 국힘 당협위원장···“혈중농도 면허취소 수준”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고객 개인정보 유출···해외 협력사 ‘아마데우스’ 시스템 뚫렸다
- ‘SNS 막말’ 논란에 입 연 원안위원 “넋두리처럼 한 것···누가 됐다면 사과드린다”
- 아침부터 모습 감춘 상어 ‘부캉이’ 어디로 갔나···“잠영하며 바다 적응 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