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서 하나에 질문 63개, 그리고 서류 탈락…취업 전에 진 다 빠지는 취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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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과 인공지능(AI) 발전 속 일부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청년들에게 과도한 '검증비용'을 요구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류 전형에서 지원자 역량을 검증하기 위한 별도의 절차를 추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디자인업계 취업준비생 안 모씨(29)는 올 초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채용 과정에서 서류전형에 합격한 뒤 사전과제를 받아 3~4일간 작업물을 제작하고 발표까지 준비했지만 최종 탈락했다.
기업들은 AI 발전으로 인해 기존 서류 평가만으로는 지원자의 역량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워진 데다 실무 경험을 중시하는 채용 흐름에도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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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부터 AI 활용능력 평가
면접전부터 기획안 제출 요구
2개월 인턴 후 6개월 계약직
이후 전환심사 또 거치기도
“지원자에 검증비용 전가안돼”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챗GPT]](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23/mk/20261023202401810aqfw.png)
A보험사는 2026년 신입 공개 채용에서 서류 단계에 총 63개 문항으로 구성된 문답식 전형을 새로 도입했다. 객관식보다 주관식 문항이 많고, 일부 문항은 500~1000자까지 작성이 가능했다. 답변 시간은 5시간으로 제한됐다.
지원자 A씨(24)는 “해당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느라 이틀이나 시간을 썼다”며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는데 채용공고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보니 결국 끝까지 지원했다. 이러고도 서류에서 탈락하니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서류 전형에서 지원자 역량을 검증하기 위한 별도의 절차를 추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서류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필기시험을 치르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서류심사 단계에서 전 지원자를 대상으로 지원서 제출과 함께 ‘AI 역량검사(역검)’를 보게 한다. AI 역검은 통상 AI 면접과 전략게임, 인성검사 등으로 구성된다.

최근에는 지원자의 AI 활용 능력까지 평가 대상에 포함하는 추세다. 기아와 HD현대는 올 하반기 신입 공채에 각각 ‘AI 문제 해결력’과 ‘AI 활용 역량검사’를 처음 도입했다. 지원자가 생성형 AI를 활용해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한다는 설명이다.
삼천리는 2027년 신입사원 공채 서류 문항에서 ‘수업이나 일상생활에서 AI 활용으로 성과를 낸 사례’를 기술하도록 했는데, 실제 사용한 프롬프트 화면 전체를 캡처해 증빙자료로 첨부하도록 했다.
지원자의 실무능력을 확인한다는 이유로 전략서나 기획안, PPT 등 실제 업무에 가까운 과제를 면접 전부터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디자인업계 취업준비생 안 모씨(29)는 올 초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채용 과정에서 서류전형에 합격한 뒤 사전과제를 받아 3~4일간 작업물을 제작하고 발표까지 준비했지만 최종 탈락했다.
안씨는 “지원자는 자신의 작업물이 외부에 공유될 위험까지 감수하며 제출하는데, 회사에서는 그 결과물을 너무 가볍게 취급하는 것 같다”며 “취업하기도 전에 지쳤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내 한 대학교 내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 한 재학생이 취업게시판을 들여다 보고 있다. [한주형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23/mk/20261023202404280lyrl.jpg)
B증권사는 최근 2026년 하반기 채용 연계형 인턴십 모집에 나섰는데, 인턴십 평가와 임원 면접을 통과하더라도 곧바로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2개월간 인턴으로 근무한 뒤 6개월간 계약직 사원으로 일한 후 다시 정규직 전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취업준비생 김 모씨(25)는 “최종적으로 정규직 채용을 확정받기까지 8개월이 걸리는 셈인데 과도하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AI 발전으로 인해 기존 서류 평가만으로는 지원자의 역량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워진 데다 실무 경험을 중시하는 채용 흐름에도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A보험사 관계자는 “AI를 활용한 자기소개서 작성과 첨삭이 일반화된 환경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지원자의 경험과 강점,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지원자와 일대일로 서류 인터뷰를 한다는 생각으로 질문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전문성이 필요한 직무인 만큼 인턴십 이후에도 적응 기간을 두기 위해 전형 절차를 이같이 구성했다”며 “증권업계가 과거에는 공채나 채용 연계형 인턴을 활발하게 진행하지 않았던 만큼 신입 채용과 청년 구직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한 전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지원자의 역량을 충분히 검증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검증 비용’을 구직자에게 과도하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부가 일률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업종과 직종, 기업 특성에 따라 어떤 채용 방식이 활용되고 각각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를 정리해 모범 사례와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며 “기업 역시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시간과 노동이 실제 직무 역량을 검증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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