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세훈 건방지다”며 여론조사 조작, 무죄 이끈 명태균의 말

양은경 기자 2026. 10. 2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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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 2심 판결문 보니...
明씨 여론조사 업체 직원 진술
“吳 1위 나온 여론조사 조작 지시”
‘2심 무죄’ 판단 중요 근거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 재판 2심에서 원심 유죄를 뒤집고 무죄가 선고된 것에는 명태균씨 진술의 신빙성이 흔들린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 시장이 나경원 의원을 이기는 여론조사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오 시장 주장을 받아들였다. 명씨에게 여론조사 조작을 의뢰할 이유가 없었다는 오 시장 손을 들어준 것이다.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증거는 명씨 진술이 유일하다. 앞서 명씨는 2021년 1월 22일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경남 진해 장복터널을 지나다가 오 시장으로부터 “회장님, 나경원이 이기는 것으로 여론조사가 나온다고 하는데 큰일났습니다.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합니다”라는 내용의 전화를 네 차례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본지가 확보한 오 시장 사건 2심 판결문을 보면 2021년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려던 오 시장은 당원보다는 일반 국민 지지도가 더 높게 나오는 상황이었다. 이는 ‘오 시장이 이기는 여론조사가 필요했다’는 명씨 진술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재판 과정에선 오 시장이 나 의원보다 지지도가 높게 나온 여론조사를 명씨 지시에 따라 왜곡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명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업체(미래한국연구소)에서 일했던 강혜경씨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오세훈이 1위로 나온 조사가 있었는데 나경원이 1등 한 것으로 바꾼 조사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이다.

강씨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 무렵에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명씨에게 ‘조사 안 해도 우리가 1등이다’라고 말하던 시기여서 명씨가 ‘오세훈이 1등 하는 조사를 가져다주면 안 된다. 건방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세훈에게 불리하도록 여론조사 조작을 지시한 경우가 있었다”

재판부는 또한 명씨에 대해 당시 국민의힘 주변 평가를 들어 “선거의 구도, 전략, 여론조사 판세 분석이 뛰어난 사람일 뿐 여론조사와 관련한 어떤 전문성을 갖췄다고 볼 사정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오 시장이 상당한 비용을 들여 여론조사를 의뢰할 만한 관련 전문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2심 재판 때 새로 제출된 김한정·명태균 전화 녹취도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깨는 데 역할을 했다. 재판부가 인용한 2021년 3월 6일 녹취를 보면 명씨는 김씨에게 “오 시장을 통해 형님(김씨)을 만났다” “오 시장이 직접 소개시켜 준 게 아니다”고 했다. 이에 김씨도 “나는 시장에게 직접 얘기 들은 것도 없고 (강)철원이가 얘기해서 너를 본 거다”고 했다. 오 시장이 아닌 강 전 부시장의 소개로 두 사람이 만나게 됐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 대화 등을 들어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면서 비용을 요청하려 직접 김씨를 만나러 갔다는 명씨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했다.

오 시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씨의 역할에 대해서도 2심은 다시 봤다. 2심은 “김씨는 2011년 서울시에서 무상급식 관련 투표가 이뤄질 당시 오세훈 시장을 지지하는 취지의 현수막을 자발적으로 게시하면서 오 시장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며 “오 시장에게 후원금을 지급하는 등 후원자로서의 역할을 하였으나 2021년 보궐선거 당시까지도 선거 캠프에서 명시적으로 역할이나 보직을 부여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오 시장과 김한정씨가 2021년 1월 1일부터 4월 15일까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는 총 5건이고, 그해 2월 김씨가 텔레그램에 가입한 후 오 시장과 주고받은 메시지18건 중 2건 외에는 모두 김씨가 보낸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그해 3월 31일 “고맙습니다 ㅎㅎ”라고 한 차례 답장한 것 외에는 별다른 답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불법 정치자금을 요구할 정도의 친밀한 관계라거나 다른 후원자들보다 각별한 사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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