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낙원' 배현성 "'배현성인 줄 몰랐다'는 말이 가장 큰 칭찬… 낯설고 섬뜩한 새 얼굴 꺼냈죠"[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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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소년미의 대명사로 불리던 배우 배현성이 낯설고 서늘한 모습의 인물을 맡아 가을 스크린을 찾는다. 배현성이 주연을 맡은 영화 '실낙원'은 연상호 감독의 신작으로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배현성)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다.
처음 '실낙원'의 선우 캐릭터를 제안받았을 때 배현성은 기존 출연작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인물을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커다란 전환점으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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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소년미의 대명사로 불리던 배우 배현성이 낯설고 서늘한 모습의 인물을 맡아 가을 스크린을 찾는다. 배현성이 주연을 맡은 영화 '실낙원'은 연상호 감독의 신작으로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배현성)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다.
배현성은 실종 9년 만에 흉터 가득한 몸과 서늘한 눈빛으로 돌아온 아들 류선우 역을 맡았다. 영화는 엄마 류소영이 '낙원의 아이들'이라는 AI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 시절의 아들의 모습을 한 AI 캐릭터와 소통하며 힘든 나날을 버텼지만 낯선 모습의 선우가 등장하고 두 존재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내용을 주되게 그렸다. 다양한 장르를 통해 인간성을 향한 본질을 탐구해온 연상호 감독은 깊은 상실을 경험한 모성이 기술이 복원한 환상의 세계와 실재하는 암흑 같은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용을 통해 현실의 관객들에게 의미 깊은 화두를 던졌다.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이 배현성을 만났다. 맑은 미소와 단정한 외모는 여전했지만 첫 스크린 주연작인 '실낙원'을 선택한 계기부터 선우를 창조해나가는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전하는 태도는 진중하고 집요했다. 배현성은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의 특별출연으로 연상호 감독과 이미 인연을 맺은바 있다. 처음 '실낙원'의 선우 캐릭터를 제안받았을 때 배현성은 기존 출연작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인물을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커다란 전환점으로 받아들였다.
"기존에 보여드렸던 모습과 완전히 다른 캐릭터여서 그 자체로 매력적이었어요. 이 역할을 해내면 제 연기 인생에서도 정말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았죠. 실종된 이후 집도 절도 없이 떠돌며 살았을 선우의 외형적 모습을 위해 매번 가발도 쓰고 얼굴을 검게 분장하고 주근깨도 많이 그려 넣었어요. 분장에만 2시간씩 걸렸어요. 처음에는 거울 속 모습이 낯설었지만 분장을 받는 시간 동안 거울을 응시하며 제 자신을 관찰하고 익숙해지려고 노력했어요. 길거리에서 거칠게 살아왔을 선우의 시간들을,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철저히 감춘 채 살아왔던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9년 만에 나타난 아들 선우는 어릴 적의 다정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기이한 공포를 자아내는 인물로 변해 버렸다.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낯선 성인 남자가 되어 불쑥 나타났을 때 반기지 않는 엄마와의 서늘한 대면과 서먹해 하는 두 사람의 관계는 극중 큰 상징성을 지닌 장면으로 표현됐다.
"선우로써 생각해보면 생사도 몰랐던 아들이 살아 돌아왔는데 어머니가 AI아들과 다정하게 잘 살고 있다면 서운함과 질투가 있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배우 배현성으로써 해석해본다면 죽었다고 믿었던 아들이 성인이 되어 나타났을 때 엄마가 당황하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 같았어요. 그 장면을 연기할 때 엄마가 선우를 낯설고 무섭게 느끼길 바랐습니다. 선우가 사람을 해치는 장면은 극 중 단 한 번 등장해요. 자신의 비밀을 캐고 다니는 기자를 해친 후 태연하게 엄마에게 장난을 치고 또 시신을 실은 수레를 끌고 가서 갱도에 묻는 과정들을 마치 일상적인 행동처럼 아무렇지 않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래야 보는 분들이 훨씬 더 큰 공포와 섬뜩함을 느끼실 것 같았어요."
납치의 희생양이 되어 오랜 시간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왔지만 어머니는 AI 아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심지어 성인 선우가 자신이 납치한 옆집 소년과 AI 선우 중 한 명만 선택하라고 제안하자 어머니는 AI선우를 향한 집착을 드러낸다. 배현성은 작품의 스토리 라인 중에서 선우의 광기와 결핍의 근원을 모성에 대한 배신감에서 찾아갔다. 어머니의 갈등과 나약함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극한의 서스펜스로 관객을 몰입시켜 나간다.
"선우가 엄마에게 'AI 선우를 구할 거냐, 살아있는 사람을 구할 거냐'고 계속해서 질문하잖아요? 어머니는 성인 선우의 범죄 사실로 인해 AI 아들이 삭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결국 살아있는 사람이 아닌 AI 어린 선우를 선택하고 신고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선우는 거기서부터 더 비뚤어지기 시작했다고 설정했어요. 엄마가 내린 선택을 되돌리고 싶어서,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인물을 풀어나갔어요."
어머니 류소영 역의 김현주와는 극중 대립하는 순간이 많았고 팽팽한 심리전을 펼쳐야만 했다. 작품 촬영 기간이 짧아 사담을 나눌 시간은 없었지만 최근 홍보 활동 기간을 통해 친분을 나누고 있다. 배현성은 김현주의 압도적인 연기 에너지에 깊은 존경을 표했다.
"현장에서 김현주 선배님은 더없이 따뜻하고 유쾌하게 분위기를 이끌어주셨어요. 감정의 진폭이 큰 장면들이 많았는데 선배님이 화를 내고 눈물을 쏟아내실 때 그 거대한 에너지가 저에게 잘 와닿았어요. 선배님이 아낌없이 감정을 쏟아내 주신 덕분에 저 역시 계산하지 않고 그에 반응하는 리액션을 자연스럽게 꺼내놓을 수 있었어요."

극중 어린 시절의 선우 장면과도 연결 되고 두 배우의 감정선이 정면으로 부딪히며 극적 반전을 선사하는 '오므라이스 신'은 촬영 당시에도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했다. 배현성은 이 장면을 마주하며 철저히 준비된 틀을 깨고 김현주의 눈빛에 온전히 몸을 맡겼다고 털어놓았다.
"대사만 숙지한 채 미리 어떤 그림을 그리지 않고 현장에 들어갔어요. 엄마가 울면서 오므라이스를 건넬 때 선우의 첫 감정은 '이제 와서 갑자기?'라는 황당함과 어이없음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엄마가 눈물을 쏟으며 '내 아들은 너 하나야'라고 절규할 때, 굳게 닫혀 있던 선우의 마음의 문이 아주 조금은 열렸을 거라고 봤습니다. 실제로 김현주 선배님의 오열이 너무 가슴 아프고 슬퍼서, 선우로써 동요되지 않고 감정을 꾹 눌러 참아내는 순간이 연기적으로 가장 힘들었을 정도였습니다."
독창적인 세계관과 쉼 없는 창작 활동을 통해 영화계를 사로잡아온 연상호 감독과의 작업은 배현성에게 커다란 연기적 자양분이 되었다. 연 감독은 불필요한 테이크를 가거나 과도한 간섭을 하는 대신 배우 스스로가 캐릭터의 본질을 찾아갈 수 있도록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감독님은 현장에서 배우를 온전히 믿고 맡겨주시는 편이에요. 수많은 조언이나 긴 디렉션 대신 '믿고 편하게 해봐'라고 툭 던져주시죠. 촬영이 끝난 후 감독님의 만족스러운 '컷' 소리를 들을 때마다 해냈다는 뿌듯함과 잘 표현했다는 만족감이 밀려왔어요. 14회차라는 타이트한 프로덕션 일정 속에서도 현장이 쫓기거나 지치지 않고 시종일관 유쾌할 수 있었던 건 감독님이 심어주신 믿음 덕분이었어요."
첫 스크린 주연작으로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와 제 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배현성은 글로벌 관객들과 영화 관계자들로부터 다양한 찬사와 극찬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그를 가장 설레게 했던 멘트는 "배현성이 연기한 줄 몰랐다"는 내용이었다.
"해외 팬분들이나 관계자들이 '우리들의 블루스'나 '조립식 가족'을 이미 보셨더라고요. 이번 작품을 보고 '그 배현성인 줄 몰랐다', '배현성이라니'와 같은 반응을 들려주셔서 기뻤어요. 저의 새로운 모습을 잘 보여드렸다는 확신이 들었죠. 토론토 영화제나 부산영화제에 갔던 기억과 좋은 평가들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2018년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로 데뷔해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우리들의 블루스', '경성크리처' 시즌2, '조립식 가족', '신사장 프로젝트' 등을 거쳐 '실낙원'을 선보이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배현성은 결코 조급해하지 않고 묵묵히 제 보폭을 지키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제가 이런 자리에 앉아 심도 깊은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에요. 작품이나 캐릭터를 선택할 때 항상 직전에 보여드렸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결을 보여드릴 수 있는 선택해왔어요. 그렇게 하나씩 경험을 쌓아가야 제 안의 팔레트에도 다양한 색깔들이 넉넉하게 채워질 테니까요. 제 안에 다채로운 물감들을 미리 잘 채워두고 연기할 때 필요한 색을 자유롭게 꺼내 쓰려고 해요.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색들을 칠해가고 싶습니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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