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반발·중복상장 논란에 솔리다임 상장 중단…증설 재원 마련은 과제
IPO 대체할 투자재원 마련 과제로

SK하이닉스가 23일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절차를 전격 중단한 것은 주주들의 반발과 주가 하락, ‘중복상장’을 둘러싼 금융 당국·정치권의 비판이 두루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로선 인공지능(AI)발 메모리 초호황기(슈퍼사이클)와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을 위해 솔리다임의 미국 내 생산능력 확보가 필요한 만큼, 투자 재원을 다시 마련하는 게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솔리다임의 상장 준비 절차인 프리 IPO와 IPO 검토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상장 준비 소식이 알려진 지 약 두 달여 만이다.
솔리다임은 2021년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하며 출범한 회사다. SK하이닉스가 올해 설립한 미국 중간지주사 AI컴퍼니를 통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솔리다임이 SK하이닉스 기업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13%로 높다.
솔리다임 상장은 미국 내 신규 생산시설 구축 등 사업 확장 구상의 하나로 추진됐다. IPO로 투자 재원을 마련해 AI 메모리 수요 폭발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충에 투입한다는 구상이었다. 솔리다임의 주력 제품은 AI 인프라 확산으로 수요가 커진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이다. 외부 자금 조달이 SK하이닉스로서도 설비투자나 주주환원을 위한 여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다. 낸드 성장세에 발맞춰 시장에서 솔리다임의 가치를 ‘재평가’ 받겠다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솔리다임 상장 추진을 놓고 기존 지분 가치 희석, 주주 가치 훼손 등의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지배구조와 중복상장 논란도 불거졌다. ‘SK(주)→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SK그룹 반도체 부문 지배구조가 ‘5단 중복상장’에 해당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금융당국이 중복상장이 규제 대상이라며 사실상 제동을 걸고 나온 것이 결정타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찬진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19일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중복상장에 저촉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비슷한 취지로 답변했다.
여기에 최근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AI 투자 과열 우려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까지 커졌다. 솔리다임이 기업가치를 충분히 평가받기 위한 대외적 여건이 악화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솔리다임 상장 중단에는 한국 내부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면서도 최근 IPO가 무산된 호주 데이터센터 업체 퍼머스 그리드·에어트렁크에 이은 주요 IPO 중단 사례로 언급했다.
한국거버넌스포럼은 이날 환영 논평을 내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 해소를 위해 당연한 결정”이라며 이번 결정이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쳤는지 여부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금융시장 상황 변화로 IPO는 중단하지만 성장을 위한 방안은 계속 찾을 것”이라며 “여전히 솔리다임의 생산능력 확충과 경쟁력 강화는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SK하이닉스는 기존 IPO를 통한 자금 조달 방안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재원을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우선 현금흐름이 풍부한 SK하이닉스의 직접 투자가 옵션으로 거론된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88조, 순현금은 약 69조원이다. 다만 용인·청주에 더해 서남권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향후 1100조원을 투자해야 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메모리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낸드 투자까지 더해지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에 쓸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차입할 경우 이자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중국 다롄에 공장을 둔 솔리다임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조치와 미국 내 공급망 구축 움직임 등을 고려해 미국 내 생산능력 확대를 계속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로 최신 반도체 장비 반입이 까다로워진 데다, 고객사인 미국 빅테크들과의 관계를 위해서도 현지 생산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낸드 업체 YMTC(양쯔메모리)가 출하량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세계 3위로 뛰어오른 상황에서 빠른 증설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행사에서 중국이나 미국의 증설 경쟁으로 한국 시장점유율이 낮아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익스팬션(확장)을 빨리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솔리다임의 성장과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지속해서 모색하겠다”고 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광명 ‘붕은우’가 누구길래···붕어빵 사려고 2시간씩 기다리는 사람들
- [속보]“끝났다” 외친 서울시 직원들···‘무죄’ 오세훈, 본격 대선모드 들어가나
- [책과 삶]마오쩌둥 아들은 북한 땅에 묻혔다···중국이 북한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
- [단독]음주운전 중 차량추돌한 전북 국힘 당협위원장···“혈중농도 면허취소 수준”
- “황정아 얘는 별 GR을···” 민주당 추천 원안위원 ‘막말 페북’ 논란
- [속보] 국방부, 북한에 “군사분계선 위치, 군 통신선 복원 논의 군사회담 제안”
- [속보]SK하이닉스, ‘중복상장 논란’ 솔리다임 미 상장 추진 중단
- “너무 잘 나가서 미안” 단종 사태까지···월클 된 ‘일본 말차’에 일본이 떠안은 고민들
- “배터리 모자라 차 더 못 판다”는 테슬라···K배터리엔 기회인가 부담인가
- “새엄마 살해했다”며 신고한 40대 딸, 알고 보니 ‘친모녀’였다···경찰, 구속영장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