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살린 건 ‘명태균의 입’…항소심 무죄로 뒤집힌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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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무죄를 가른 것은 핵심 증거인 명태균씨 진술의 신빙성이었다.
1심은 이 가운데 여론조사 5건과 김씨가 지급한 2100만원에 대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카카오톡 대화와 언론 기사 △오 시장 선거캠프와 명씨가 만난 시기 △여론조사 결과가 캠프에 공유된 내역 등을 근거로 일부 진술은 믿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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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의뢰·비용 대납 입증 부족…1심 유죄 뒤집고 전원 무죄
대법원서 무죄 확정 땐 대권가도 ‘파란불’…특검은 상고 방침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무죄를 가른 것은 핵심 증거인 명태균씨 진술의 신빙성이었다. 재판부는 명씨 진술에 추측과 과장이 섞여 있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오 시장 측과 명씨의 접촉, 여론조사 결과 공유, 후원자의 금전 지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오 시장이 직접 조사를 의뢰하고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는 공소사실까지 입증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오세훈 울면서 전화' 진술도 배척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23일 오후 2시 생중계로 진행된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오 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후원자 김한정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에게 여론조사 10건을 의뢰하고 김씨에게 비용 3300만원을 대신 내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 가운데 여론조사 5건과 김씨가 지급한 2100만원에 대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도 명씨 진술의 신빙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여론조사 범위에 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명씨가 다른 형사사건으로 재판받고 있어 이해관계에 따라 진술을 달리할 가능성 등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카카오톡 대화와 언론 기사 △오 시장 선거캠프와 명씨가 만난 시기 △여론조사 결과가 캠프에 공유된 내역 등을 근거로 일부 진술은 믿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여론조사 10건 중 앞선 5건과 김씨가 2021년 2월1~18일 세 차례 지급한 2100만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이와 같은 핵심 쟁점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명태균의 진술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특히 진술의 중요한 부분을 믿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이 드러났다면, 나머지 일부 진술만 유죄의 증거로 삼으려면 이를 신뢰할 충분한 근거나 보강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명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직접 경험한 사실과 추측·과장에 근거한 진술을 구분하기 어렵고,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는 주변적인 설명을 반복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기존 진술을 유리한 방향으로 재해석하거나 객관적 정황 및 관련자 진술과 어긋난 부분도 다수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진술을 시작한 시점도 문제 삼았다. 명씨는 2024년 12월 오 시장이 고소 방침을 밝힌 무렵부터 관련 혐의를 본격적으로 진술했고, 당시 오 시장을 어떻게 엮는지 보라는 취지의 위협적인 발언도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명씨가 2021년 2월 이후 오 시장 선거캠프 측과 관계가 나빠졌고, 오 시장 당선 이후에도 자신의 기여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여겼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수사가 거듭되고 제시되는 증거가 늘어날수록 명씨 진술이 구체화된 점도 신빙성을 의심한 이유였다.
특히 오 시장이 '울면서 전화했다'는 명씨의 주장도 배척됐다. 명씨는 2021년 1월22일 오후 3시30분에서 4시 사이 창원 장복터널을 지나던 차 안에서 오 시장으로부터 네 차례 전화를 받았고, 오 시장이 울면서 나경원 후보를 이길 여론조사를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통화 시점이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설문지 파일 전송 시간과 맞지 않는다고 봤다. 당시 차량을 운전했던 김태열씨도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명씨 스스로 첫 번째 여론조사는 오 시장이 아닌 김종인 전 위원장을 위해 진행했다고 밝힌 사실도 있었다.
재판부는 "불과 이틀 전에 명태균을 처음 만났는데 명태균에 대하여 어떠한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명태균에게 불법적인 비용 부담의 문제까지 언급하며 그것도 울면서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항소심에서 새로 제출된 명씨와 김씨의 2021년 3월6일 통화 녹취록도 해당 주장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여론조사의 실제 목적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오 시장 관련 여론조사 10건 외에도 보궐선거 전후로 여러 차례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는 김종인 전 위원장과 지상욱 전 의원 측에도 꾸준히 공유됐으며, 서울시장뿐 아니라 부산시장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도 함께 이뤄졌다.
재판부는 명씨가 오 시장의 의뢰에 따라 여론조사를 진행했다기보다 정치적 격변기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고 특정 후보를 지원해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 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를 종합하면 1심이 유죄로 인정한 명씨의 일부 진술을 신뢰할 충분한 근거나 보강증거가 제시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대납 요청도 증명 안 돼"
오 시장이 김씨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대신 지급하도록 요청했다는 혐의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명씨의 연락처를 오 시장이 아닌 강 전 부시장을 통해 알게 된 것으로 보이고, 2021년 3월6일 통화 녹취록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법적인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후원자인 김씨에게 직접 요청했다는 것 역시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봤다.
김씨의 송금 방식도 판단 근거가 됐다. 김씨는 명씨 측에 은행 계좌로 돈을 보냈고 일부 송금액에는 부가가치세까지 포함됐다. 재판부는 이러한 지급 방식이 불법 대납의 정황으로서는 이례적이라고 봤다. 김씨가 다섯 차례 지급한 돈이 특검 주장대로 여론조사 10건 각각의 대가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명씨와 김씨가 2021년 2월 이후 가까운 사이가 된 정황도 함께 고려했다.
다만 재판부는 유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오 시장과 강 전 부시장 등이 명씨를 여러 차례 만났고, 명씨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캠프에 일부 공유된 사실은 인정했다. 김씨가 명씨 측에 수차례 돈을 지급한 사실도 객관적인 증거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이러한 정황만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핵심 직접 증거인 명씨의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고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오 시장의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 요청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검사의 입증이 이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일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서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수사와 기소로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형사법의 대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 3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나머지 부분에 대한 특검의 항소도 기각했다.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5년간 공직 취임·임용이 제한되고 현직 공직자는 직을 잃는다. 오 시장은 1심에서 이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다.
한편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별검사)은 항소심 무죄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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