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일류 삼성 내다본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DNA

김현일 2026. 10. 2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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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6주기(10월25일)를 이틀 앞둔 23일 오전 유족·경영진과 함께 선영을 찾아 고인을 추도했다.

삼성전자가 올 3분기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거두며 사상 첫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연 가운데 이재용 회장은 선대회장의 경영 정신을 기리며 사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과 노태문 DX부문장(사장) 등 전·현직 경영진 150여명이 조화를 들고 선영을 참배했다.

아울러 이 선대회장의 '인제제일' 정신도 삼성전자 경영의 근간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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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6주기 추도
이재용 회장, 유족·임원과 선영 참배
기술강국 초석·문화대국 길 재조명
1974년 한국반도체 인수로 발걸음 내디뎌
연매출 2억원서 500조원 세계 초일류 육성
첫 분기 영업익 100조에 경영철학 재조명
1993년 신경영 선포…‘질 위주 경영’ 전환
문화도 큰 족적…‘KH컬렉션’ 글로벌 흥행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6주기를 맞아 대한민국의 기술강국·문화대국의 초석을 다진 이 선대회장의 유산이 조명받고 있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3일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열린 이 선대회장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6주기(10월25일)를 이틀 앞둔 23일 오전 유족·경영진과 함께 선영을 찾아 고인을 추도했다.

삼성전자가 올 3분기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거두며 사상 첫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연 가운데 이재용 회장은 선대회장의 경영 정신을 기리며 사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특히 올해 반도체 사업이 전례 없는 수익성을 과시하며 실적 성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50여 년 전 사재를 털어 반도체 사업 진출을 결단했던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이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관련기사 2면

▶이재용, 삼성 사장단·유족 이끌고 선영 참배=이 회장은 이날 오전 8시 50분쯤 경기도 수원시 이목동 이건희 선대회장의 선영에서 열린 6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모친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등 유족들도 함께 선영을 찾았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과 노태문 DX부문장(사장) 등 전·현직 경영진 150여명이 조화를 들고 선영을 참배했다.

이 회장은 추도식 후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삼성전자 인력개발원 창조관으로 이동해 관계사 사장단과 오찬을 함께 하며 고인을 기렸다. 창조관은 신입사원 교육장이자 선대회장의 흉상이 설치된 곳이다. 이 회장은 매년 추도식에 참석한 뒤 이곳에서 사장단과 오찬을 가졌다.

오는 28일에는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 선대회장의 6주기 추모 음악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예년처럼 음악회에 앞서 인재개발원을 찾아 신임 임원과 우수 직원들을 격려하고, 행사에 참여한 신임 임원 및 주요 경영진들과 만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1974년 사재 털어 반도체 사업 진출 결단=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가면서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미리 내다보고 기반을 닦았던 이 선대회장의 안목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한국반도체 인수에서 출발한다. 이 선대회장은 1974년 12월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50만달러에 인수했한다.

당시 동양방송 이사였던 이 선대회장은 전자산업의 미래가 반도체에 달려있다고 판단했다. 우리 경제를 위해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산업에 진출해야 한다는 확신도 깔려 있었다.

강기동 박사가 세운 한국반도체는 손목시계용 반도체칩으로 한국 반도체 역사를 시작했지만 오일 쇼크 여파로 실적 부진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이 선대회장이 인수한 이듬해인 1975년 9월 전자시계용 반도체를 개발하면서 그 해 매출 2억원과 함께 흑자 전환 성과를 거뒀다.

삼성전자는 1977년 미국 ICII가 들고 있던 나머지 지분 50%까지 인수해 사명을 삼성반도체로 바꿨다.

삼성 반도체의 성장은 1983년 ‘도쿄선언’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은 일본 도쿄 오쿠라호텔에서 VLSI(초고밀도집적회로) 반도체 사업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메모리 중에서도 D램을 전략 제품으로 택한 삼성전자는 1984년 기흥에서 첫 번째 라인을 가동했다.

이 무렵 64k D램 개발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1992년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뒤 지금까지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86년 매출 1000억원을 넘긴 반도체 사업은 1991년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64k D램으로 시작한 반도체 사업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첨단 메모리를 비롯해 미국 빅테크 기업의 AI 칩을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전자제품의 브레인을 설계하는 시스템LSI까지 아우르고 있다.

‘초격차’ 반도체 기술 개발과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로 삼성 반도체의 외형은 인수 초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 2024년 매출 100조원을 넘긴 반도체 사업은 이제 분기 영업이익 110조원(3분기 기준)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 3분기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연간 기준 반도체만으로 매출 500조원, 영업이익 360조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1993년 신(新)경영 선포…한국 재계史 극적 장면=“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로 잘 알려진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삼성그룹사(史)는 물론 대한민국 재계를 통틀어 가장 극적인 장면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 선대회장은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포 이후 8월 4일까지 68일에 걸쳐 독일, 스위스, 영국, 일본을 오가며 1800명과 350시간에 걸쳐 간담회를 했다. 평소 과묵한 성격의 이 선대회장은 이 기간 자신의 경영철학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사장단과는 800시간이 넘는 토론을 이어갔다.

삼성그룹은 당시 이 선대회장의 발언을 33개 주제로 분류해 A4용지 8500장 규모의 ‘지행 33훈’으로 정리했다. 지행이란 알고(知), 행동하며(行), 쓸 줄 알고(用), 가르치고(訓), 평가할 줄 아는(評) ‘지행용훈평’의 준말이다. 이 다섯 가지는 이 선대회장이 리더의 덕목으로 꼽은 요소이기도 하다.

지행 33훈에 실린 가장 대표적인 경영 철학은 경영의 중심을 양(量)이 아닌 질(質)로 옮겨야 한다는 ‘질 경영’이다. 질 위주의 경영으로 전환해야만 국제화·복합화·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21세기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후 이 선대회장은 ‘위기의식 재무장’을 주문했다. 신경영 선포 20주년에 “20년이 됐다고 안심해서는 안 되고 항상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선대회장의 ‘인제제일’ 정신도 삼성전자 경영의 근간에 자리하고 있다. 한 명의 천재가 직원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며 사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인재를 영입했다. 이렇게 미국에서 영입한 천재 엔지니어 권오현 전 회장·황창규 전 사장·진대제 전 사장 등이 삼성전자 반도체 중흥기를 주도했다.

이 선대회장은 일찍이 반도체와 컴퓨터, 소프트웨어, 로봇이 하나로 융합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1988년 회장 취임 초기부터 첨단 기술이 하나로 합쳐질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을 주문했다. 그의 예언은 지금의 AI 시대를 만나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화계에도 발자취…美·英서 ‘이건희 컬렉션’ 전시 흥행=이 선대회장의 영향력은 경제계를 넘어 문화계로까지 확산됐다. 그가 별세한 뒤 2021년 이재용 회장 등 유족은 고인이 수집한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등 국가에 기증했다.

이 선대회장 미술품 기증을 계기로 그의 수집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뜨거워졌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총 35회 순회전이 열렸고 누적 관람객은 350만명을 기록했다.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이 선대회장의 컬렉션을 찾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와 시카고를 거쳐 이달 1일부터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인 ‘한국: 2000년 창의의 여정’이 열리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은 세계 주요 도시에서 관람객들과 만나며 한국 문화의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세계에 알리고 국격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1월 워싱턴D.C.에서 열린 첫 해외 순회전에는 약 8만명이 방문했다. 이는 최근 10년간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중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열린 시카고 전시에는 워싱턴D.C.보다 40% 이상 많은 약 11만5000명이 다녀갔다. 미국 두 도시에서만 총 19만5000명이 관람할 만큼 한국 미술의 오랜 역사와 예술적 가치에 대한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김현일·이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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