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결과 안 보고 대통령에게 제청? 기후부의 이상한 해명 [지역난방公 '낙하산' 보도 後]

김정덕 기자 2026. 10. 2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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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전형, 면접 전형 모두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기후부 : "저희는 지역난방공사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에서 최종 후보자 명단을 받기 전까지는 후보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평가점수를 받아 보지도 않습니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죠. 최종 후보자 중에서 적절한 분을 선택해서 제청만 합니다. 저희는 기사와 달리 하동근 사장님에게 전문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기후부 : "현재 지역난방공사는 무탄소 에너지 전환이나 친환경 열 생산 등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현 정부도 그런 것들을 강조하고 있고요. 이를 위해선 다양한 환경 인프라가 필요하고, 그 인프라와 연계된 사업을 추진해야 합니다. 그런 만큼 환경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분(하 사장)을 적합한 인물로 판단했습니다."

기후부 : "네, 기존 업무들은 임원진이나 상임이사들의 전문성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난방공사의 역할을 친환경 쪽으로 확대하려면 이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환경 분야를 오랫동안 다뤘던 분이 적합하다고 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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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지역난방公 비전문가 임명 논란
오해라며 적극 해명한 기후부
하지만 논리적인 허점 수두룩
공정성 위한다며 평가점수 배제
환경운동 이력으로 전문성 판단
경영 분야 전문성 평점 최하위
불분명한 제청 근거 설득력 있나

서류 전형, 면접 전형 모두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눈에 띄는 건 그가 '임명권자(대통령)'와 인연이 있다는 겁니다.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의 주례를 본 것으로 알려진 하동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을 두고 나오는 말입니다. 논란이 일자 그를 사장직에 제청한 기후부가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서류·면접 결과는 보지 않았다. 자기소개서 등만 보고 제청했다." 묻겠습니다. 공기업 사장을 이렇게 제청해도 괜찮은 걸까요?

기후부는 하동근 사장이 환경 분야의 전문성을 보고 제청했다고 해명했다. 국정감사 발언대에 선 하동근 사장.[사진|뉴시스]
지난 10월 16일 더스쿠프는 '전문성 없어도 사장? 지역난방공사가 그리 만만한 곳일까'라는 기사를 인터넷에 게재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 관계자로부터 "기사가 너무 자극적"이라면서 기사 수정을 요청하는 연락이 왔습니다. 둘 간에 오간 '편치 않은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공론화할 문제는 아니니까요.

다만, 따져볼 건 있습니다. 기후부 관계자가 '비전문가 낙하산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지역난방공사) 사장의 후보자 추천·제청 절차의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우선 대화 내용부터 보고, 그 허술함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기후부 관계자 : "저희 쪽 입장을 추가해달라는 요청을 드리고 싶습니다."
더스쿠프 기자 : "네, 어떤 내용이죠?"
기후부 : "저희는 지역난방공사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에서 최종 후보자 명단을 받기 전까지는 후보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평가점수를 받아 보지도 않습니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죠. 최종 후보자 중에서 적절한 분을 선택해서 제청만 합니다. 저희는 기사와 달리 하동근 사장님에게 전문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자 : "근거가 뭔가요?"
기후부 : "현재 지역난방공사는 무탄소 에너지 전환이나 친환경 열 생산 등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현 정부도 그런 것들을 강조하고 있고요. 이를 위해선 다양한 환경 인프라가 필요하고, 그 인프라와 연계된 사업을 추진해야 합니다. 그런 만큼 환경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분(하 사장)을 적합한 인물로 판단했습니다."

기자 : "기존의 지역난방공사 업무나 역할보다는 미래 대응에 더 초점을 맞췄다는 건가요."
기후부 : "네, 기존 업무들은 임원진이나 상임이사들의 전문성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난방공사의 역할을 친환경 쪽으로 확대하려면 이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환경 분야를 오랫동안 다뤘던 분이 적합하다고 본 거죠."

기자 : "의문이 생기네요. 아까 그 평가점수는 보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말씀하신 전문성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죠?"
기후부 : "자기소개서와 직무수행계획서, 주요 경력, 세부 추천 사유 이런 걸 보고 결정합니다. 임추위에서도 환경 분야 경험을 추천 사유에 언급한 것으로 압니다."

기자 : "평가점수는 안 보고, 자기소개서나 직무수행계획서, 추천 사유 등을 보고 전문성을 판단한다고요?"
기후부 : "네. 임추위에서 적어준 추천 사유와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들만 보는 거죠."

기자 : "말씀대로라면 기후부는 임추위가 적절한 후보자를 걸러서 추천을 했을 것이라고 신뢰하는 거잖아요?"
기후부 : "그렇죠."

하동근 사장 제청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사진|뉴시스]
기자 : "지금처럼 하동근 사장의 평가점수가 후보자 중 최하위였다는 사실이 공개된 상황이라면 오히려 '왜 이런 후보를 올려보냈냐'면서 임추위에 따지는 게 순서 아닌가요?"
기후부 : "그렇게 평가점수만 가지고 따질 거면 1등만 추천하면 되겠죠."

기자 : "1등만 추천해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최소한 평가점수가 최하위인 후보자를 굳이 추천해야 한다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설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기후부 : "평가점수는 기계적인 평가의 결과일 뿐입니다. 더구나 '최하위'라는 데에는 오해가 좀 있습니다. 서류심사로 8명을 추렸는데 그중에 8등, 면접심사로 5명을 추렸는데 그중에 5등이었다는 겁니다. 평가점수가 가장 낮은 사람을 임추위에서 이유 없이 최종 후보자 5명에 넣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더스쿠프가 게재한 기사에는 대략 이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지역난방공사는 전국 주요 도시의 공동주택이나 상업시설에 냉·난방 에너지와 전기 등을 공급하는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다. 경영능력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달라질 수 있고, 자칫하면 대규모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대기업 규모의 상장사이자 공기업이다. 주주와 임직원, 국민의 이해관계까지 아울러야 하기 때문에 전문성은 필수다. 하지만 환경운동가 출신 하동근 사장에게 이런 전문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심지어 하 사장은 평가점수도 최하위였다. 이런 식의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가 이뤄져선 곤란하다.'

기후부는 지역난방공사 임추위에서 올린 5명의 최종 후보자 중에서 굳이 하 사장을 제청한 당사자입니다. 또한 정부는 지역난방공사의 최대 주주(34.55%)이기도 하죠. 그런 면에서 지역난방공사의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해명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 문제① 평가점수 안 보면 공정할까 = 문제는 기후부의 해명이 사실이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 있다는 겁니다. 첫번째는 기후부가 임추위가 심사해서 도출한 후보자별 평가점수를 보지도 않고 제청을 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법적으로 혹은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는 건 아닙니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함이라는 기후부의 설명도 그럴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평가점수를 확인하지 않고 제청을 했다면 임추위가 공식 심사를 통해 평가한 전문성과 경영 역량을 제청권자가 어떻게 검토했는지 불분명해집니다.[※참고: 지역난방공사 임추위 운영규정은 리더십과 비전 제시 능력, 해당 분야 관련 지식과 경험, 조직관리와 경영능력, 청렴성과 도덕성 등 건전한 윤리의식, 지역난방공사 특성과 여건을 반영해 특별히 요구되는 고유역량 등을 지역난방공사 사장의 자격요건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임추위는 후보자 심사 과정에서 이런 것들을 평가해서 점수를 매깁니다. 하 사장은 서류심사 통과자 8명 중 최하위였고, 면접심사 통과자 5명 중 최하위였습니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바꿔 말하면 공정성을 기한다는 말로 포장된 정무적 판단에 따라 인사가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입장을 바꿔 평가점수가 높은 후보자라면 상당히 억울할 수 있습니다. 시험과 면접에서 100점을 맞았는데, 자신보다 평가점수가 훨씬 낮은 사람이 입사에 성공했다면 누구든 그럴 겁니다.

따라서 최종 평가점수가 낮은 사람을 최종 후보자 명단에 올려 제청한 이유와 배경을 납득할 수 있게 설명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역난방공사와 기후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놓고 평가점수를 보지 않고 다른 판단 기준으로 하 사장을 뽑았다는 걸 과연 자랑삼아 얘기할 수 있을까요?

■ 문제② 환경 분야 전문성만 있으면 되나 = 두번째는 평가점수가 최하위인 후보자의 전문성을 환경 분야에서 찾았다는 겁니다. 기후부 관계자의 설명처럼 지역난방공사가 미래에 대응해 확대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는 점은 이해할 만합니다. 지속가능성 확보는 모든 기업의 숙제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기후부 관계자의 설명을 뜯어보면 친환경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더 중요할 수도 있는 경영, 재무관리, 인사와 조직관리, 환경 분야 외 공공성 등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간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힘듭니다. 임추위의 심사가 바로 그런 전문성들을 검토하는 절차인데, 하 사장은 거기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으니까요.

물론 '환경 전문가'란 하 사장의 이력이 도움이 될 때도 있긴 할 겁니다. 다만, 지역난방공사가 설비를 증설하거나 교체할 때, 환경 민원에 대응해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조정할 때, 탄소중립 정책과 지역난방 사업의 접점을 발굴할 때, 시민사회 네트워크와 협력체계를 구축할 때 등 특별한 상황에서만 발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구나 지역난방공사가 '친환경적 능력'이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나경원 의원실(국민의힘)에서 제공한 하 사장의 자기소개서를 보면 이런 내용이 등장합니다. "… (지역난방공사는) ESG 경영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사장 후보자가 인정할 정도로 지역난방공사의 '친환경 성과'가 괜찮다는 겁니다. 하 사장을 '반드시 지역난방공사에 필요한 인물'로 강조하려면 좀 더 설득력이 있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 문제③ 자기소개서로 전문성 판단했다는데… = 세번째는 '환경운동 이력'을 곧바로 '환경 분야 전문성'으로 이어붙일 수 있느냐입니다. 환경운동 경력이 지역난방공사의 탄소중립 과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는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력만으로 사장 직무에 필요한 전문성을 충분히 갖췄다고 결론 내리기는 곤란합니다. 추가적인 실적과 근거가 필요해 보입니다.

환경운동 경력을 경영 전문성으로 인정하려면 적어도 환경운동 과정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이나 구체적인 대안을 직접 설계했거나, 그 대안을 실제 사업으로 추진해 예산·인력·기술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거나, 그게 측정 가능한 성과로 이어졌거나 하는 등의 결과물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하 사장의 자기소개서 어디에도 이런 내용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동근 사장 자기소개서 펼쳐 보이는 나경원 의원(국민의힘).[사진|뉴시스]
게다가 지역난방공사 본사가 성남시에 있어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 사장은 자기소개서에서 성남 지역에서의 활동을 굉장히 강조하는 특징도 보입니다. 전국에서 사업을 펼치는 지역난방공사에서 그가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자, 종합해보겠습니다. 기후부는 지역난방공사의 사장 후보자 추천 과정과 제청 절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세간의 지적과는 달리 하동근 사장의 전문성은 '환경 분야'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전문성을 판단한 객관적인 근거는 찾기 힘듭니다. 그 때문인지 평가점수가 최하점인 후보자를 굳이 제청한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기후부의 제청을 받아들여 그를 '사장직'에 앉혔습니다.

그래서 물어봐야겠습니다. 대통령과 아무런 친분이 없었다면 기후부는 과연 '꼴찌 후보'를 제청했을까요? 그것도 면접 결과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자기소개서' 등만 보고 말입니다. 기후부야 "그래도 하 사장을 제청했을 것"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얼마나 많은 국민이 이 이야기를 신뢰할지 모르겠네요.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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