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베란다 태양광 10만호"… LH "참여 계획 없다"

김민우 기자 2026. 10. 23. 10:1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전·유지관리·저효율 부담에 정부 요청 거절
국비 지원율 47%→17%…보급 실효성 논란
복기왕 "국비 지원율 현실화…옥상·베란다형 병행해야"
서울시내 한 아파트단지 내 각 세대 베란다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 제공=뉴스1

정부가 국비 375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베란다 태양광 10만 가구 보급사업'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정부 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보급 대상으로 검토됐던 공공임대주택 운영기관마저 안전·유지관리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면서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3일 머니투데이방송(MTN)이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실 등을 통해 확보한 LH 자료에 따르면 LH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베란다 태양광 사업 참여 요청을 받았지만 "추진계획이 없다"고 전달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10만 가구에 베란다 태양광을 보급하기로 하고 지난 7월 관련 사업을 공고했다. 지난 4월에는 LH 임대주택과 공공 관사 등을 우선 보급 대상으로 검토한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일반 아파트와 달리 소유권이 집중된 공공임대주택에서 대규모 보급이 수월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LH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를 활용한 보급 구상은 실행이 어려워졌다.

LH가 제시한 이유는 입주민 편익과 안전성, 유지보수 부담이다. 베란다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은 주택 방향과 층수, 동 간 간섭 등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 세대별로 균등한 혜택을 제공하기 어렵다. 난간 바깥쪽에 설치하는 특성상 강풍과 적설에 따른 설비 탈락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고장이나 점검이 발생할 때마다 개별 세대에 출입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소형 평형이 많은 임대주택에서는 생활환경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LH 관계자는 MTN과 통화에서 "작은 평형은 창문이 제한적인데 베란다 태양광까지 설치하면 환기와 조망에 불편을 줄 수 있다"며 "빛 반사에 따른 민원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LH는 대신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 설비를 모아 설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개별 가구마다 인버터를 설치하는 것보다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유지관리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LH는 2023년부터 사업승인을 신청한 공공임대주택에 자체 설계기준에 따라 세대당 300와트(W) 이상의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있다.

정부의 기존 태양광 보급사업 지원 규모도 축소되는 추세다. LH가 기존 임대주택에 태양광 설비를 추가 설치할 때 활용하는 한국에너지공단 보급사업 국비 지원 비율은 2020년 공사비의 47%에서 지난해 17%로 30%포인트(p) 하락했다. LH는 국비 지원 단가가 낮아지면서 재정 부담이 커져 기존 주택의 추가 설치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LH가 파악한 태양광 미설치 임대주택은 466개 단지, 38만190가구에 달한다. LH는 이들 단지에 태양광 설비를 추가 설치하려면 약 152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태양광 설비의 경제성도 검증 과제로 남아 있다. LH가 자체 운영 중인 옥상형 태양광 설비의 투자비 회수기간은 약 9.2년으로 추정된다. 하루 평균 3.5시간 발전하고 연간 유지보수비로 3억원이 든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다만 이는 베란다형이 아닌 옥상형 설비의 추정치로 실제 발전 실적에 따른 경제성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복기왕 의원은 "생활 밀착형 탄소중립과 서민 전기료 절감은 흔들림 없이 가야 할 국가적 책무"라며 "안전 기준 강화와 사후관리는 공기업이 기술과 현장 매뉴얼로 풀어내야 할 과제이지, 관리 부담을 이유로 사업 자체를 거부할 핑계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 의원은 "급감한 국비 지원율을 현실화하고 옥상형과 안전을 보강한 베란다형을 유연하게 결합해야 한다"며 "조속한 당정 협의를 통해 현장의 안전 우려를 불식시키고 10만 호 목표를 책임 있게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우, 김찬호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