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하객 없애서 더 충만한… 우리만의 ‘新웨딩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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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보다 축복을 받고 싶은 순간에 '정말' 진심을 다해 축하해주는 사람들과 깊은 추억을 남기고 싶었어요."
내년 결혼할 예정인 30대 유모(여) 씨는 "주말마다 차려입고 축의금을 챙겨 다른 사람의 결혼식을 갈 때마다 '안 가면 직장에서 관계가 서먹해지니까' '돈을 낸 게 있으니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종종 있었다"며 "반대로 내 결혼식 하객석을 채울 사람들도 똑같이 '주말에 숙제하러 온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대 후반 직장인 박모 씨는 "고물가 시대를 맞아 앞으로 돈을 써야 할 곳이 정말 많아 고민이 많다"며 "보여주기식 결혼식보다 이 비용을 아껴 집을 사는 데 투자하거나, 정말 필요한 곳에 돈을 쓰자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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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스몰웨딩” 13% “노웨딩”
고물가에 결혼식 비용 천정부지
허례허식보다 신혼생활에 투자
가까운 지인 20 ~ 30명만 초대
‘취향저격 결혼식’ 만족감 높아
부모 세대와 소통·조율은 숙제


“어느 때보다 축복을 받고 싶은 순간에 ‘정말’ 진심을 다해 축하해주는 사람들과 깊은 추억을 남기고 싶었어요.”
직장인 양모(여·33) 씨는 지난 4월 3년간 연애했던 남자친구 이모(35) 씨와 결혼했다. 양 씨는 남들과는 조금 색다른 결혼식을 올렸다. 양 씨와 이 씨의 직계가족 8명만이 하객으로 참석한 것. 별도의 주례 없이 신랑·신부의 아버지가 각각 양 씨 부부에게 축사를 하고, 양 씨 부부가 서로에게 ‘평생 사랑하며 살겠다’는 다짐의 편지를 읽었다. 이어 양 씨와 이 씨가 참석한 가족들에게 “어엿한 어른으로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결혼식은 약 1시간에 걸쳐 소소하게 진행됐다.
양 씨는 “결혼식에 가족들만 참석해 다들 여유롭게 서로를 챙기며 온전히 결혼식에만 집중할 수 있어 부담스럽지 않고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 씨 부부는 결혼식에 총 270만 원이 들었다. 대관료와 꽃 장식, 드레스 대여, 스냅 촬영, 헤어 메이크업, 식사 비용이 포함됐다. 대신 아낀 예식비로 일본 여행을 갔다. 7박 8일 신혼여행 일정에 500만 원을 썼다.
◇MZ세대의 선택=‘씀씀이’는 줄이고 ‘진한 추억’ 쌓는 ‘가족 결혼식’
최근 양 씨처럼 신랑·신부의 가족 및 친척만 초대하는 ‘가족 결혼식’을 선택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예비부부들이 나타나고 있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결혼식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씀씀이’는 줄이고, 정말 가까운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진한 추억’을 쌓고 싶다는 공감대가 널리 확산하고 있어서다. 서울에 사는 박모(여·31) 씨도 지난 3월 경기 수원시의 작은 예식장에서 지금의 남편인 김모(36) 씨와 ‘작은 예식’을 올렸다. 이날 하객은 두 사람의 부모님과 형제, 일부 친척을 포함해 총 12명. 예식장 입구에서는 박 씨 부부가 사진 몇 장을 촬영하고, 이어 신랑·신부가 부모님께 인사를 했다. 박 씨의 아버지가 부부에게 덕담을 하고, 김 씨의 아버지가 성혼선언문을 읽은 후 결혼식이 마무리됐다.
사진작가는 따로 고용하지 않고 취미로 사진을 찍는 박 씨의 남동생에게 부탁했다. 결혼식 사회자도 따로 섭외하지 않고 박 씨의 여동생이 사회를 맡았다.
박 씨는 “1시간도 걸리지 않는 결혼식을 위해 수천만 원을 써야 하는 데다, 형식적인 예식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우리만의 결혼식을 올렸다는 뿌듯함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결혼식을 아예 올리지 않는 ‘노 웨딩(no wedding)’을 선호하는 커플도 늘고 있다. 데이터 컨설팅업체 피앰아이(PMI)가 전국 만 20∼59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결혼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미혼 응답자의 55.2%가 가족과 가까운 지인만 초청하는 ‘스몰웨딩(small wedding)’을 가장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어 대규모 예식(18.8%), 노웨딩(13.4%), 야외·이색 예식(11.6%) 순이었다.
◇결혼식에 대한 고정관념 탈피=“하객은 가족·친한 친척 또는 지인만 초대하고, 식순은 간소하게”
작은 결혼식의 가장 큰 특징은 예식장에 초대하는 하객 숫자가 적다는 점이다. 직계가족만 결혼식에 참석하거나, 인원이 늘더라도 가족을 포함해 가까운 지인 20∼30명 안팎의 하객만을 초대한다. 일반적인 결혼식장에 적게는 100명, 많게는 200명가량의 인원이 참석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넓은 결혼식장을 빌리는 대신 돌잔치 정도 할 수 있는 룸을 대관하곤 한다. 버진로드(신랑·신부가 단상까지 걸어가는 길)가 없거나, 버진로드가 있더라도 전통적 일자형보다 예비부부에게 자연스레 시선이 집중되는 원형 무대가 있는 곳에서 진행된다. 결혼 과정에서 필수로 꼽히는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도 생략한다.
결혼식을 진행하는 방식도 저마다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예식 순서와 절차를 따르지 않는 것이다. 주례는 없는 경우가 많다. 결혼식은 양가 상견례, 지인 인사와 같은 간단한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양복과 드레스 대신 청바지와 원피스만을 입고 결혼식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결혼 준비를 하고 있는 예비 신랑·신부들도 작은 결혼식을 고민하는 사례가 많았다. 내년 결혼할 예정인 30대 유모(여) 씨는 “주말마다 차려입고 축의금을 챙겨 다른 사람의 결혼식을 갈 때마다 ‘안 가면 직장에서 관계가 서먹해지니까’ ‘돈을 낸 게 있으니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종종 있었다”며 “반대로 내 결혼식 하객석을 채울 사람들도 똑같이 ‘주말에 숙제하러 온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대 후반 직장인 박모 씨는 “고물가 시대를 맞아 앞으로 돈을 써야 할 곳이 정말 많아 고민이 많다”며 “보여주기식 결혼식보다 이 비용을 아껴 집을 사는 데 투자하거나, 정말 필요한 곳에 돈을 쓰자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국 예식장과 스드메 평균 계약금액은 2112만 원으로 전년 동월(1946만 원) 대비 8.5% 늘었다. 같은 기간 예식장 평균 계약금액은 1606만 원에서 1788만 원으로 11.3% 뛰었다.
◇양가 부모 설득은 과제=“결혼은 자식들만의 ‘결합’이 아냐”
다만, 자식들이 작은 결혼식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부모 세대와의 소통과 조율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 30대 중반 임모(여) 씨는 “처음에는 결혼식을 조촐하게 치르고 그 비용을 신혼 생활이나 미래를 위해 쓰는 게 좋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반대하셨다”며 “주변에 자식의 결혼을 알리고 축하받고 싶어 하시기도 하고, 기존에 해 오던 전통적인 방식의 결혼식을 벗어나는 데 대한 불안감이 있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결혼준비 커뮤니티에는 ‘결혼 준비를 하다 보니 예식장이나 예물보다 (결혼식을 어떻게 진행할지를 두고)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더 어려운 것 같다’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했느냐’ 등 고민과 하소연이 담긴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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