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구용 멸종위기 원숭이 617마리 늘렸는데… 증식·반출은 관리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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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용 원숭이를 국내에서 번식시켜 공급하겠다며 설립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영장류자원지원센터가 2020년 이후 인공증식증명서를 받은 원숭이는 617마리에 달한다.
2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전북지방환경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센터가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인공증식증명서를 발급받은 원숭이는 게잡이원숭이 449마리와 히말라야원숭이 168마리 등 총 617마리다.
게잡이원숭이와 히말라야원숭이는 인공증식 사전허가 대상이 아니어서 증식 후 인공증식증명서를 발급받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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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식 필요성·규모 사전 심사 없어
외부 이동 693마리 대부분 수입 개체
신고 목적대로 사용됐는지 확인은 불분명

실험용 원숭이를 국내에서 번식시켜 공급하겠다며 설립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영장류자원지원센터가 2020년 이후 인공증식증명서를 받은 원숭이는 617마리에 달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증식의 필요성과 적정 규모에 대한 환경당국의 사전 심사는 없었다. 센터가 다른 기관에 내보낸 원숭이 693마리(대부분 수입 개체)가 당초 목적대로 쓰였는지 확인하는 체계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전북지방환경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센터가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인공증식증명서를 발급받은 원숭이는 게잡이원숭이 449마리와 히말라야원숭이 168마리 등 총 617마리다. 모두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를 규제하는 협약(CITES·사이테스)의 관리 대상이다. 연도별 증명서 발급 개체는 2020년 10마리에서 2021년 14마리, 2022년 78마리, 2023년 100마리, 2024년 127마리, 지난해 144마리로 늘었다. 올해는 7월 기준 이미 144마리에 달한다.
센터의 운영 목적과 수입 방식은 개관 당시부터 논란(본보 2018년 12월 1일 보도)이 있었다. 외국에서 전량 수입되고 있는 영장류의 수요를 국내에서 자체 해결하겠다며 세운 시설이지만 2018년 들여온 원숭이 551마리의 수입 목적은 '인공번식용(B)'이 아닌 '과학연구용(S)'이었다. 당시 사이테스 Ⅱ급 포유류를 인공번식용으로 수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용으로 수입한 개체를 번식, 공급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문제 제기가 나왔다. (☞관련기사보기: 국내 첫 실험동물 대량생산 시설… 사육기준 감독도, 처벌도 없다)
과학연구용으로 수입했지만 번식 가능, 왜?

과학연구용으로 수입해 놓고도 인공번식을 시킬 수 있었던 배경은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제16조 제5항에 있다. 이 조항은 수입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에서 증식한 개체의 용도를 부모 개체와 같게 본다. 기후부(당시 환경부)도 2019년 연구용으로 수입한 영장류를 증식해 같은 연구 목적으로 쓰는 것은 용도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게잡이원숭이와 히말라야원숭이는 인공증식 사전허가 대상이 아니어서 증식 후 인공증식증명서를 발급받으면 된다. 번식용으로는 수입하지 못한 원숭이를 연구용으로 들여와 번식에 활용한 셈이다.
센터에서 다른 기관으로 이동한 원숭이는 693마리다. 기후부는 과학연구용으로 수입한 영장류의 인공증식은 가능하나 다른 기관에 돈을 받고 양도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지만 무상 양도는 예외로 해석했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센터가 서울대·성균관대 등 대학과 기업에 보낸 개체는 대부분 설립 초기 수입한 원숭이로, 수입 당시 들인 비용에 가까운 금액을 받거나 무상으로 넘겼다.
문제는 번식용으로는 들여오지 못했던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연구용 수입과 사후 증명 절차를 거쳐 대규모로 늘었다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증식이 왜 필요했는지, 몇 마리까지 늘리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환경당국의 사전 심사 없이 인공증식이 이뤄졌다. 또 타 기관에 양도·양수할 때 환경청이 양수 기관과 사용 목적을 확인하고 점검도 하지만, 이 원숭이들이 실제로 신고한 연구 목적대로 쓰이는지까지 확인되는지는 불분명하다.
한편 야생생물법 시행규칙은 게잡이원숭이와 히말라야원숭이의 사육시설 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동물실험시설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련한 '비임상 연구용 영장류 사육·관리 가이드라인'은 일반 사육시설 기준보다 좁은 사육 공간을 제시하며, 준수 의무도 없다.
증식만큼 폐사 수 많아... 동물대체시험 활성화에도 역행

2018년부터 올해까지 폐사 원숭이는 게잡이원숭이 225마리, 히말라야원숭이 167마리 등 392마리다. 2022년 9월에는 한 차례에 게잡이원숭이 57마리가 한꺼번에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이사는 "번식·공급을 목표로 한 시설이 번식용으로 수입할 수 없는 원숭이를 연구용으로 들여와 번식에 활용한 것은 수입 목적 규제의 허점을 이용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유 이사는 "600여 마리를 증식하는 동안 400여 마리가 폐사했다면 실패한 사업 아니냐"고 꼬집었다.
동물실험을 줄이고 대체시험을 확대하는 흐름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인공지능·오가노이드 등을 활용해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줄이는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이 의원은 "단기적으로는 센터의 증식 규모와 번식 목적, 반출 실태를 점검하고 제도적 보완을 마련해야 한다"며 "나아가 국제적 멸종위기종에 대한 무분별한 증식과 목적 외 활용은 지양해야 하며 기후부가 앞장서 점검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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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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