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쓰레기 흙으로 돌려보내는 비법 [사람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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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롬씨(39)가 들고 온 통이 낯익었다. "노력했어요." 그는 이웃과 함께 음식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모임을 해왔다.
적어도 음식 쓰레기는 길이 보였다.
모임은 음식 쓰레기 퇴비화의 동력을 넘어 그 자체로 유대감의 원천이라고 이아롬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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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롬씨(39)가 들고 온 통이 낯익었다. 예의 음식 쓰레기통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도 생각했던 악취가 나지 않았다. 수박껍질과 감귤이 섞인 냄새뿐이었다. 이아롬씨가 웃으며 말했다. “노력했어요.” 그는 이웃과 함께 음식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모임을 해왔다. 이 과정을 담은 책 〈유기농펑크 선언〉을 최근 펴냈다.
프리랜서 기자인 이아롬씨는 ‘친환경’이라는 말에 의구심을 품었다. 텀블러나 스테인리스 빨대, 대나무 칫솔을 계속 소비하는 게 기후위기에 적확한 대처법일까. 새로 무언가 사는 것보다 쓰레기를 완전히 없앨 방법을 고민했다. 적어도 음식 쓰레기는 길이 보였다. 퇴비화다. ‘퇴비통’에 음식을 잘게 잘라 넣고 주기적으로 수분을 뺀다. 식초·미생물·기타 용액 등을 넣어 발효시킨 뒤 완전히 말린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시커먼 퇴비가 되어 흙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
거창한 환경 의제가 이아롬씨를 움직인 건 아니었다. 그저 내가 버리는 음식 쓰레기가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궁금했다. “쓰레기 처리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과로로 숨진 일을 접했다. 처리한 음식 쓰레기는 동물이 먹는다고 들었다. 이렇게 무거운 짐을 타인과 동물에게 함부로 지울 수 없었다.” 10여 년간 텃밭 농사를 지으며 쌓은 기본 지식은 있었지만 시행착오도 적잖이 겪었다. 〈유기농펑크 선언〉에는 그 끝에 남은 최적의 노하우가 담겼다.
공동체는 이 책의 핵심이다.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을 뜻이 같은 사람과 함께 해냈다. 2021년 이아롬씨와 몇몇 이웃은 ‘분해정원’을 조성했다. 주민자치회를 통해 동네 공원에 임대받은 작은 공간이다. ‘퇴빗간’을 두고 모임 회원들이 주기적으로 모여 퇴비통을 비운다. 함께 의논해 식물을 심었다. 모임은 음식 쓰레기 퇴비화의 동력을 넘어 그 자체로 유대감의 원천이라고 이아롬씨는 말했다. “서로 뭘 먹는지 알면 굉장한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요즘에는 앞집과 인사조차 하지 않는 이가 많다. 나 역시 모임에서 ‘우리 동네’ ‘이웃’이라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
음식 쓰레기 배출을 ‘처리해야 할 일’로만 볼 때 퇴비화는 돌아가는 길이다. 이아롬씨는 역발상으로, ‘재미’를 강조한다. 책에 등장하는 각종 ‘실험’과 모임에서 겪은 일화는 퇴비화를 고된 일거리로 느끼지 않게 한다. 이아롬씨는 퇴비통에 말린 귤껍질을 여러 장 까는 등 ‘향기’를 맞춰가는 과정을 이웃과 공유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냄새를 줄이기 위해 먹는 음식도 변했다. 평소 쓰레기 처리에 고민이 깊었던 사람이라면 눈이 반짝일 만한 대목이 많다.
문제의식이 깊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도 실천할 만한, 실천해야 할 최소한의 일이 있을까. “제가 그분들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지만”이라며 이아롬씨는 입을 열었다. “수분이라도 좀 짜서 버리면 좋다. 음식물 쓰레기장에서 수분만 80~90%를 뺀다. 각자 물기를 없애서 버리면 운반이나 처리 과정에 부담이 훨씬 덜하지 않을까.”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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