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덕준씨 어머니] “시효 지났다고 쿠팡에 죄 없는 것 아니잖아요”

이수연 기자 2026. 10. 23.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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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했어요. 처벌할 규정이 없고 공소시효가 끝나서 잘못이 아니래요."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과로사한 고 장덕준씨의 유족 박미숙씨가 고개를 떨군 채 말했다.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처벌할 수 있을 때만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어서 '부적절한 지시'로 표현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법률 검토까지 거치며 오래 고심했다는데, 잘못이 명백한데도 결론은 이미 났고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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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감독 발표 날 3시간 넘게 노동부와 면담, “답답하고 화나”
▲ 정기훈 기자

"무기력했어요. 처벌할 규정이 없고 공소시효가 끝나서 잘못이 아니래요."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과로사한 고 장덕준씨의 유족 박미숙씨가 고개를 떨군 채 말했다. 고용노동부와 3시간이 넘는 면담을 마친 직후였다. 지난해 12월 쿠팡의 산재은폐 지시 정황이 불거지자 노동부는 올해 1월 기획감독에 착수했고 9개월 만인 22일 결과를 발표했다. 9개월, 아니 5년 넘게 기다린 결론은 '공소시효 도과에 따른 공소권 없음'이었다. 박씨를 이날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만나 심정을 들었다.

"문제 맞다면서 처벌규정 없다니, 답답"

박씨가 무기력함을 느낀 건 공소시효 때문만은 아니었다. "노동부가 김범석 당시 쿠팡 대표이사의 CCTV 분석 지시를 '문제'로 보면서도 산재은폐 혐의는 형사처벌할 규정이 없다며 '부적절한 지시'라고밖에 표현하지 못한다고 설명한 것"이 더 답답했다고 했다. 노동부는 기획감독을 통해 김 대표가 직원들에게 고인의 CCTV 영상을 분석해 화장실 이용·잡담·대기 등 '비업무'에 해당하는 시간을 정리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처벌할 수 있을 때만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어서 '부적절한 지시'로 표현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법률 검토까지 거치며 오래 고심했다는데, 잘못이 명백한데도 결론은 이미 났고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했어요."

박씨는 이날 오전 노동부 관계자들에게 정말 다른 방법은 없는지, 유족이 제출한 자료 이외에 새롭게 검토한 자료가 있는지 재차 확인하느라 예정보다 1시간가량 면담을 더 이어갔다.

박씨는 과로사 사건을 조사하는 노동부의 현행 체계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인에 대한 산재은폐 지시 정황이 드러난 지난해 12월부터 아들의 죽음에 관한 보고서를 보여달라고 요구했지만 노동부는 "이미 사건이 종결돼 그런 보고서가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박씨가 이날 면담에서 다시 묻자 노동부 관계자들은 "과로사는 사고사와 달라 중대재해 원인조사 때 사망진단서와 부검감정서만 본다"고 설명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를 승인했는데도 업무상질병판정서 등을 검토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시스템의 한계 때문이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했다. 부검감정서에는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는 내용만 있을 뿐 발생 원인에 관한 설명은 없다.

"사람이 일하다 죽었는데 사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어떻게 이렇게 판단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노동부 스스로 시스템의 한계 때문이라고 하는데,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요."

"이렇게 넘어간다고 쿠팡 죄 사라지지 않아"

박씨는 이번 결과가 다른 기업에도 잘못된 선례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부가 산재은폐 지시 정황을 확인하고도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만큼, 다른 기업에서 비슷한 일이 반복돼도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는 "노동부가 공소시효를 늘리고, 산재은폐를 처벌할 규정을 만들고, 중대재해 원인조사 체계를 바꾸는 등 법·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이 쿠팡에 잘못이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노동부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고 해서 쿠팡에 죄가 없는 건 아니잖아요. 책임을 묻지 않으면 당연히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요. 그동안 결과를 예상만 했을 때와 직접 들을 때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참담했어요. 그래도 끝까지 싸워야죠. 다른 기업에 본보기가 되면 안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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