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총재 선거’에 난입한 이종훈 전 KBSA회장, ‘사보타주’ 경계경보[장강훈의 액션피치]

장강훈 2026. 10. 23.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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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선출이 '표 대결' 국면으로 바뀌었다.

수도권 한 구단 대표이사가 이종훈 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장을 차기 총재 후보로 추천했다.

이 후보의 회사 주식 일부를 그를 KBSA 회장으로 추천한 전 KBO 총재가 갖고 있다. 전 KBO 총재와 현 KBSA 회장은 총재-사무총장으로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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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이사회 닷새 앞두고 ‘전 KBSA회장’ 깜짝 추천
공약 미이행, 성추행 의혹 등 여러 논란 야기한 인물
의혹 해명없이 야구계 떠났다가 느닷없이 다시 등장
10구단 중 8개 구단 찬성시 가결, 안되면 다시 원점
시간끌기로 조직 와해하면 ‘잃어버린 10년’ 불가피
허구연 KBO총재가 2027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선출이 ‘표 대결’ 국면으로 바뀌었다. 단독 추대가 관행이던 KBO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다. 경쟁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누가, 어떤 경로로, 왜 지금 나섰느냐다.

수도권 한 구단 대표이사가 이종훈 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장을 차기 총재 후보로 추천했다. 추천한 구단은 구단주 대행이 지배하는 구단은 아니다.

지난 7일 KBO 이사회(사장회의)에서 후보군을 열어두기로 한 지 보름 만에 나온 이름이다. 이사회는 27일 다시 열어 총회에 올릴 후보를 정한다.

KBO 차기 총재 후보로 추대된 이종훈 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사진 | KBSA


이 전 회장은 2021년 KBSA 회장에 당선했다. 기업인 출신답게 재정 안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4년 임기 동안 ‘가난한 협회’의 체질을 바꿨다는 평가는 듣지 못했다. 고교야구 부흥도 구호에 머물렀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잇는 가교 역할을 기대한 이들도 고개를 저었다.

취임 첫해 말에는 자신이 대표로 있던 회사의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돼 경찰에 입건됐다. 시민단체가 사퇴를 촉구했지만 자리를 지켰고, 재선에는 나서지 않았다. 수사 결과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 없다. 한국 야구의 얼굴이 되겠다는 후보라면 이 대목부터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LG가 준플레이오프에서 단 세 경기 만에 탈락한 뒤 경기 공백이 생기자 ‘KBO 총재 선거’ 이슈가 떠오르고 있다. SSG전에서 LG 박동원이 헛스윙 삼진아웃을 당한 후 허탈해하고 있다. 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추천한 구단도 답해야 한다. 왜 이 인물인지, 대표이사 개인의 판단인지 구단주의 뜻인지 밝혀야 한다. 구단은 리그를 함께 꾸리는 주인이다. 침묵은 답이 될 수 없다. 야구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총재직을 둘러싼 물밑 움직임이 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추천을 그 연장선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 멤버, 리멤버’를 외치는 것 같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이 후보의 회사 주식 일부를 그를 KBSA 회장으로 추천한 전 KBO 총재가 갖고 있다. 현 KBSA 회장은 이 후보의 KBSA회장 후보 시절 캠프 수장이었다. 전 KBO 총재와 현 KBSA 회장은 총재-사무총장으로 함께했다. 우연으로 보기 어려운 연결고리다.

2017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본능 전 총재와 양해영 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이 숙의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구조를 들여다보면 우려는 더 커진다. KBO 총재는 이사회와 총회에서 각각 재적 4분의 3, 즉 10개 구단 중 8개 구단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뒤집어 말하면 세 구단만 등을 돌려도 누구도 총재가 될 수 없다. 표가 갈리면 후보 추천부터 다시 해야 한다. 몇몇 구단이 손을 맞잡으면 결론 없이 시간만 흘려보낼 수 있다. 경쟁이 아니라 지연이 목적이라면, 그건 선거가 아니라 사보타주다.

더구나 10개 구단 사장 가운데 넷은 구단주나 구단주 대행을 겸한다. 후보를 추천하는 이사회와 총재를 뽑는 총회에서 모두 표를 쥔다. 소수의 뜻이 판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구조일수록 추천 과정은 투명해야 한다.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KBO리그 LG와 KIA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KIA 팬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 |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시기도 좋지 않다. KBO리그는 3시즌 연속 1000만 관중을 돌파했고, 그중 두 시즌은 1200만 명을 넘어섰다.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ABS)을 세계 최초로 1군에 도입했고, 중계권 가치도 끌어올렸다. 야구가 ‘국민 복합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은 건 우연이 아니다. 야구인 출신 첫 총재가 몇 년째 같은 방향으로 판을 키워온 결과다.

흥행은 연속성이 생명이다. 새 중계권 협상과 내년 시즌 준비로 가장 바쁜 겨울에 리더십이 흔들리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팬과 구단에 돌아간다. 흥행의 과실을 함께 누린 구단이 그 판을 흔드는 건 자기모순이다. 판을 바꾸고 싶다면 지금보다 나은 그림을 내놓아야 한다. 아직 그런 그림은 보이지 않는다.

삼성 팬들이 2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응원하고 있다. 사진 | 삼성 라이온즈


경쟁을 원한다면 길은 있다. 후보마다 비전을 공개하고, 추천 구단을 밝히고, 표결 결과를 알리면 된다. 이 정도 검증을 견디지 못할 후보라면 애초에 나설 자리가 아니다.

신뢰를 쌓기는 어렵지만 잃는 건 순간이다. 판을 멈춰 세운 구단도, 영문도 모른 채 따라간 구단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야구팬들은 구단의 예상보다 훨씬 냉정하고 합리적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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