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된 확성기 공세… 北 “전 국경선에 새 대응수단” 연일 위협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2026. 10. 23.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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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DMZ) 폭발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도리어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예고하며 연일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당시 정부가 먼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이 반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북한이 확성기를 대남 공세 수단으로 꺼내 들면서 남북 간 확성기 주도권이 역전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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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확성기 수일내 가동 대기
국경선 요새화 땐 많은 문제 해결”
南 군사대응 못하게 선제적 압박
정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신중… “효과성-접경지 주민 피해 고려해야”
경기도 파주시 자유로에서 바라본 북한 지역에 확성기가 보이고 있다. 2026.10.20 뉴스1
비무장지대(DMZ) 폭발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도리어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예고하며 연일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당시 정부가 먼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이 반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북한이 확성기를 대남 공세 수단으로 꺼내 들면서 남북 간 확성기 주도권이 역전된 것. 군사분계선(MDL) 확정 회담을 거부한 북한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시한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를 완성하기 위해 한국이 군사적 대응 카드를 꺼내 들지 못하도록 선제적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 대북 방송 재개 결정을 뒤집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적반하장식 대남 공세를 펴고 있다는 지적이다.

● 적반하장 위협하며 “국경선 요새화 마치면 문제 해결”

북한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22일 “전 국경선에서 우리의 새로운 대응수단들은 임무대기태세에 들어갈 것이며 대한국 확성기들도 수일 안으로 대기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전날 서부전선 일대를 방문해 북한군의 MDL 침범에 대한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비난하면서 예고한 대남 확성기 방송 가동 방침을 재차 못 박은 것.

김여정은 “우리는 도발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반응을 하는 것”이라며 “국경선이 요새화되면 조한(남북) 사이의 군사적 충돌 위협은 현저히 낮아질 것이며 많은 복잡한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 정부가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대남 확성기 방송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우리 군은 북한의 대남 확성기 재개 시 군은 ‘비례적 대응’ 차원에서 “대북 확성기 등 어떤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엔 신중한 반응이다. 정부 관계자는 “효과성 문제와 함께 접경지 주민들의 피해를 고려할 때 선택하기 쉽지 않은 옵션”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날 “불과 1년여 전 서로를 향해 확성기를 틀며 남북 주민 모두가 참기 어려운 고통을 경험한 바 있다. 이러한 과거의 잘못을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앞서 19일 김여정 담화 다음 날(20일) 국방부와 합참의장은 ‘단호한 응징’을 경고하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이번엔 별도 입장도 내지 않았다.

정부는 김여정의 잇단 위협에 차지훈 주유엔대표부 대사 명의로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DMZ 지뢰 폭발 사건이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하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보내는 등 뒤늦게 외교적 대응에 나섰다.

정부 소식통은 “청와대도 대북 확성기 재개 등 맞대응 시 북한의 조준타격 협박이나 위협 사격 등 긴장 고조를 우려하는 걸로 안다”며 “당분간 사태를 관망하면서 DMZ 주도권 작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역전된 남북 확성기 주도권”

김여정이 연일 대남 확성기 재개 카드를 꺼내 들면서 군 안팎에선 남북 간 확성기 공세의 주도권이 뒤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확성기는 한국이 키를 쥔 ‘비대칭 전력’이자 대표적 심리전 수단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확성기 카드’를 대남 공세의 ‘주포’로 먼거 꺼낸 형국이 된 것. 북한은 MDL 인근 40여 곳에 고정식 확성기를 배치했다가 지난해 6월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중단 이후 일부는 철수해 지금은 20여 곳으로 알려져 있다. 군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가 선제적으로 단행한 확성기 중단을 볼모로 한 ‘대남 길들이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여정은 이날 이재명 정부에 대해서도 막말을 쏟아냈다. 김여정은 비례적 대응을 강조한 우리 군을 향해 “겁먹은 개가 짖기라도 해야 쥐꼬리만 한 체면에 구김이라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청와대와 정부의 관리들은 하나와 같이 판에 박은 듯이 닮고 뺀 천치들”이라고 했다.

김여정은 또 전날 자신을 향해 “뻔뻔하고 낯 두꺼운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한 김병주 대통령국방정책특별보좌관을 콕 집어 “송사리 같은 자가 무책임하게 지껄이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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