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시벨 경쟁 판치는 국감에서... '30년 박제된 공제' 깨부수겠다는 국회의원 [이영태의 초점]

이영태 2026. 10. 23.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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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가 정치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물가상승분만큼 공제액을 높이자는 거다. 물가연동제 방식을 쓰면 된다. 매년은 어려울 거고 독일 등 선진국처럼 4, 5년에 한 번씩 조정하면 된다. 20년, 30년씩 박제된 공제는 더는 없어야지 않겠나."

"최근에 한병도 원내대표실에서 소방관 급식비 지자체 순위를 공개했더니 꼴찌 지자체가 발칵 뒤집혔더라. 또 얼마 전에 한 연구원에서 낸 삶의 질 지수 평가가 나오자 하위권 지자체는 의원들까지 난리가 났다. 국가가 공신력 있는 지표를 낸다고 생각해 봐라. 매우 예민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17·18·21대 국회의원과 35대 강원도지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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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중산층 죽이는 '스텔스 증세' 막아야"
"물가 연동해 공제액 높이는 게 상식" 결의안
"고성방가 의원들 머지않아 추락할 것"
"노무현 과거 뒤지지 말고 편히 쉬시게"
이광재 의원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예결위원장실 집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수본 인턴기자

국정감사가 정치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국정을 감시하고 평가하는 본연의 기능은 찾아보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엇비슷해진 올해 국감은 더 심하다. 조희대, 김현지 등의 공방 키워드만 난무한다. 삿대질은 더 세졌고, 데시벨은 더 올라갔다.

이 와중에 참 희귀한 국회의원이 있다. 국감 시작 전부터 의제를 설정하더니 국감 내내 집요하게 정책을 물고 늘어진다. 의원들을 모아 결의안까지 발의했다. 정책과 무관한 정쟁에는 확실히 담을 쌓는다. 무려 4선에 강원도지사까지 지낸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다.

당연히 여론의 주목도는 떨어진다. 정치인들이 그토록 선호하는 '쇼츠' 알고리즘에도 잘 노출되지 않는다. '정책 국감' '민생 국감'을 그렇게 말하면서도 정작 선정적 공방에만 주목할 뿐 정책에는 관심을 주지 않는 언론의 이율배반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게 맞다고 봤다. 묻어버리고 갈 내용도 아니었다. 30년 넘게 꽁꽁 묶여 있는 세금 공제, 그에 따라 시나브로 이뤄진 '스텔스 증세' 문제다. 물가와 자산가격은 매년 오른다. 그런데 세금 공제와 비과세 기준은 30년째 제자리인 게 상당수다. 이러다 보니 당초 부유세 성격으로 설계됐던 세목이 30년이 지나 중산층 세 부담을 가중하는 과세 수단으로 변질됐다. 누구도 모르게 야금야금 증세가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그의 문제의식이다. 진보진영에선 금기시돼 있는 '부자 감세'와 연결지을 수도 있는 사안을 민주당 의원이 앞장서서 제기하는 것이어서 더더욱 주목해 봐야 한다. 지난 19일 국회 본관 예결위원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 30년 박제된 공제, "이건 스텔스 증세다"

- 세금 문제에 왜 관심을 가지게 됐나.

"노무현 정부 청와대(국정상황실장)에 있을 때부터 세금 구조에 관심이 많았다. 근로자와 자영업자에 세금 인센티브가 있는 시스템이 돼야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세출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에게 얼마나 세금을 거두는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게 오랜 소신이다."

- 이번 국감에서 특히 '박제된 공제'를 주요 의제로 삼고 있는데.

"지난 8월 임광현 당시 국세청장(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 예결위 답변 과정에서 수십 년 금액이 바뀌지 않은 공제가 많다고 얘기를 하더라. 시대가 바뀌고 물가가 뛰면 그에 따라 공제액이나 과세표준이 높아져야 정상 아닌가. 자료를 요청해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그래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게 됐다."

이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살펴본 실상은 심각하다. 세법상 공제·비과세 제도 중 5년 이상 개정이 되지 않은 법 조문이 29개다.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기본공제액(연 250만 원)은 무려 30년째 동결이다. 이렇게 30년 이상 같은 액수로 묶여 있는 공제가 5개다. 20~29년 동안 멈춰 있는 공제도 11개나 된다. 1997년부터 29년째 묶여 있는 상속세의 기초·일괄공제(5억 원)와 배우자 상속공제(5억 원)가 대표적이다. 근로자 보장성보험료 세액공제(연 100만 원) 역시 24년째 멈춰 있다.


□ "상속세가 중산층 발목까지 잡아서야"

이광재 의원실 자료.

특히 5년 이상 개정되지 않은 과세 중 상속·증여세 관련 항목이 13개로 절반에 가깝다는 걸 이 의원은 주목한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상속·증여세는 자산 격차 완화와 조세 형평을 위해 설계된 세금이어서다. 시간이 흐르면서 목적과 다른 세금이 돼 버렸다는 얘기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년 전인 2005년 상속세 부과가 결정된 피상속인은 1,816명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체 사망자의 0.7% 정도인 대표적인 부유세였다. 배우자가 있는 경우 일괄공제(5억 원)에 배우자공제(5억 원)까지 10억 원을 공제받을 수 있으니 그랬다. 생각해 보자. 2005년은 종합부동산세가 처음 도입된 해다. 당시는 6억 원 이상을 고가 아파트로 보고 종부세를 부과했다. 그 시절에 공제액이 10억 원이면 진짜 '부자'들만 납부하면 되는 세금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지난해 상속세 부과가 결정된 피상속인이 2만2,524명이다. 20년 전보다 10배 이상 불어났다. 연간 사망자의 16%에 달한다. 지금과 그때의 집값을 비교해 보면 왜 이런 변화가 생긴 건지 충분히 알 수 있다.

- 배우자 상속공제가 30년가량 5억 원에 묶여 있는 것에 문제의식이 큰 것 같다.

"지난해 기준으로 평균수명이 남성은 80세인데 여성은 86세다. 대부분의 중산층에서 남편이 사망한 뒤에 아내가 의존할 수 있는 게 집 한 채뿐인 경우가 상당수다. 그런데 30년 전 5억 원과 지금의 5억 원은 천지차이다. 5억 원만 공제를 받으면 배우자가 사망한 뒤 상속세를 내기 위해 집을 팔아도 노후가 막막하다고들 한다."

- 중산층도 상속을 받은 만큼 세금을 내야 한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은가.

"중산층은 기본적으로 가처분소득을 높여줘야 한다. 특히 국민연금 등 노후 보장 시스템이 아직 견고하지 못하다. 중산층이 노년의 삶을 좀 더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하자면 상속세가 중요하다고 본다."

- 근로소득세와 다른 세금의 형평성도 강조하는데.

"똑같은 5,000만 원을 벌었을 때 세금을 비교해 봤다. 어떻게 벌었느냐가 세금을 정하더라. (의원실에서 직접 만든 표를 보여주며) 직장인이 열심히 일해서 근로소득으로 5,000만 원을 벌면 세금과 4대 보험이 약 790만 원이다. 반면 부동산은 2년 이상 보유한 1주택을 양도해서 5,000만 원을 번 경우 세금이 한 푼도 없다. 국내 상장주식에 투자해도 마찬가지다. 근로소득세 과표도 시대 변화에 따라 조정을 해주는 게 맞다."

-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명확한 부자감세는 나도 반대다. 중산층과 샐러리맨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선에서만 하자는 거다. 납세자의 능력에 맞게 공평하게 세금을 물린다는 응능부담(應能負擔)의 원칙을 세우자는 것이다."


□ "반드시 물가연동제로 가야 한다"

이광재 의원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예결위원장실 집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수본 인턴기자

이달 초 이 의원이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에 따른 과세기준 및 벌금형·행정질서벌 등 제재기준의 현실화 촉구 결의안'을 대표발의했다. 여기엔 민주당 의원 19명이 참여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발의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동조 기자회견을 했다. 단순히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국회 차원의 후속 조치에 나선 것이다.

- 입법이 아니라 결의안 방식을 택했다.

"고쳐야 할 법안이 상당히 많다. 원칙에는 동의해도 각각의 법안마다 의원들의 생각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수십 년 묵은 공제와 과세표준 등을 테이블에 모두 올려놓고 종합적인 검토를 해보자는 거다."

- 결의안의 핵심 철학은 뭔가.

"국가가 세금을 걷을 때 기준이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땀 흘려 일해 세금을 내는 국민 입장에서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조세제도가 온전히 작동한다."

- 생각하는 해법은.

"물가상승분만큼 공제액을 높이자는 거다. 물가연동제 방식을 쓰면 된다. 매년은 어려울 거고 독일 등 선진국처럼 4, 5년에 한 번씩 조정하면 된다. 20년, 30년씩 박제된 공제는 더는 없어야지 않겠나."

- 결의안에는 형법상 벌금이나 행정질서법의 과태료 기준 재정비도 담겨 있다.

"음주운전 등 낮은 벌금 기준도 그렇고, 엄청난 서민 피해를 입힌 다단계 등 경제사범에 대한 낮은 벌금형도 문제다. 하루 노역에 몇 억 원의 벌금을 대체하는 황제노역도 마찬가지고. 이런 양형 기준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별도로 논의를 할 거다."


□ "40조 불용액 엄정 따져 묻겠다"

이광재 의원이 1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예결위원장실 벽면에 붙여놓은 그래픽을 보여주며 '돈 버는 국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수본 인턴기자

- 다른 얘기로 넘어가 보자. 22대 국회 후반기 예결위원장이다. 이제 곧 본격적인 예산 시즌이다. 어떤 걸 중점에 둘 건가.

"인공지능(AI), 일자리, 주택, 교육 예산은 대폭 늘리려고 한다. 철도 예산도 마찬가지다. 1일 생활권이 확실히 되는 시대를 열어야 서울과 지방이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쪽지예산을 줄일 방도는.

"근절할 수 있다고는 말 못하겠다. 다만 의원들에게 지역구 사업에서 단순하게 건물 짓는 것 말고 일자리와 교육 예산에 집중되는 거를 가지고 오라고 당부한다. 이 두 가지가 우리 사회 변화를 일으킬 가장 중심적 과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 엄격하게 들여다볼 부분은.

"기존 사업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까다롭게 할 생각이다. 사업계획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는데 일단 예산을 받아놓으니 연간 40조 원의 불용액이 발생한다. 그래놓고 사업 평가도 예산을 세운 부처가 한다. 그러니 연구개발(R&D) 예산 성공률이 98%라는 경이로운 숫자로 나타난다."

- 돈을 쓰는 국가에서 돈을 버는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가능한 일일까.

"국가의 돈 주머니가 4개 있다. 예산, 연기금, 국공유 자산, 그리고 정책금융이다. (다 합치면 족히 7,000조 원이 넘는다.) AI 혁명은 10년, 길어야 20년이면 끝난다. 그 이후엔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가 된다. 그때는 세원이 확 줄어들 거다. 당장 세금을 거둬 돈을 쓰는 데만 몰두하는 게 아니라, 이 4개의 주머니를 유기적으로 잘 굴려서 선순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 "고성방가 의원들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

지난 16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서 열린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이광재 의원. 대구=뉴스1

국감이 이제 막바지다. 정회, 퇴장, 지연, 그리고 중단의 연속인 역대 최악의 국감이란 평가다. 정책 이슈가 설 자리는 없다. 자타공인 '정책통'인 이 의원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 고성만 난무하는 국감, 해법은 없을까.

"교수들은 국제학술지 논문 등재 수로 평가받지 않나. 정치인도 데이터에 기반한 성적표를 받도록 하면 된다. 꼴찌 성적표를 받아들면 한가한 공방을 벌일 여유가 없을 거다. 다음에 낙선할 게 뻔한데."

- 구체적으로 어떤 성적표가 가능하겠나.

"국민 삶의 질이 정치인들의 성적표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국가데이터처도 출범하고 데이터도 충분히 쌓여서 일자리, 집, 보육, 교육, 의료, 문화생활, 노후, 연금 등에 대해 지역구 순위를 매길 수 있다. 226개 지자체와 254명 지역구 의원들의 순위를 주기적으로 공개할 수 있을 거다."

- 너무 낙관적이지 않은가.

"최근에 한병도 원내대표실에서 소방관 급식비 지자체 순위를 공개했더니 꼴찌 지자체가 발칵 뒤집혔더라. 또 얼마 전에 한 연구원에서 낸 삶의 질 지수 평가가 나오자 하위권 지자체는 의원들까지 난리가 났다. 국가가 공신력 있는 지표를 낸다고 생각해 봐라. 매우 예민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그렇다 해도 강성지지층만 보고 데시벨을 높이는 의원들이 주목을 받는데.

"작용 반작용이 있다고 본다. 대선 전까지 데시벨 높았던 의원들이 누군지,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보시라. (이 의원은 구체적으로 의원 이름들을 거론했지만 쓰지는 말아 달라고 했다.) 그 순간에는 주목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작용에 의해 밀려나기 마련이다. 고성방가로 국력을 낭비하는 의원들은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거다."

이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 '우광재'로 불렸다. 말미에 최근 일부에서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소환되는 것에 대해 물었다. 답엔 뼈가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그 가족의 아픔이자 대한민국의 아픔이지 않나. 이제 그분을 편히 쉬게 했으면 좋겠다. 과거를 뒤지지 말고 국민 삶을 개선하는 데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편집자주
▷이광재 의원은 = 1965년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원주고,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학생운동과 재야 활동을 거쳐 정치권에 발을 들인 게 24세 때인 1988년. 당시 초선이던 노무현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입문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 후에는 국정상황실장을 지내며 '참여정부의 설계자'로 자리매김했다. 17·18·21대 국회의원과 35대 강원도지사를 지냈다. 6월 보궐선거로 경기 하남갑에서 4선 배지를 달았다. 22대 국회 후반기 예산결산특별위원장도 맡았다.

이영태 논설위원 yt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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