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중수청 지휘감독 않는 건 탄핵 사유”
野 “역대 대통령 다 탄핵감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등 수사·기소를 담당하는 기관 수장의 국무회의 배석 논란과 관련해 “중수청에 대한 지휘·감독을 포기하는 것은 헌법과 정부조직법 위반으로 탄핵 사유”라며 “직무유기로 형사처벌받을 범죄”라고 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 정치적 중립과 수사 공정 차원에서 관련 기관장을 국무회의에 배석시키지 않는 것이 사회적 합의에 따른 관행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연일 직접 나서서 이를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22일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공개 회의 참석에서 ‘열외’시키는 것이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는 방안이라는 것은 무논리”라며 이같이 밝혔다. 수사기관장을 국무회의에 부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했던 이 대통령은, 이날도 “공개된 국무회의에 중수청은 참석시키지 마라는 것은 헌법과 법률 그리고 상식에 위배되는 억지 주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을 어기며 중수청은 지휘·감독하지 마라는 것이냐”, “지휘·감독을 공개 회의에서 하지 말고 밀실에서 비공개로 하라는 것이냐”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 정부에서 수사기관장을 배석시키지 않았던 관행에 대해 “비정상적인, 그릇된 관행이라고 하면 바로잡는 것이 진보”라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구하는 게 우리 정부의 철학”이라고 했다.
야당은 “이 대통령 논리라면 지난 25년간 검찰총장을 국무회의에 부르지 않은 역대 대통령은 모두 탄핵됐어야 하는가”라며 “과거 대통령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수사기관장 지휘·감독은 국무회의에 참석시킬 게 아니라 장관을 통해 하면 된다”며 “그게 지금까지 지켜온 대한민국의 원칙”이라고 했다.
◇靑 ‘중수청장 배석’ 총력 방어… 與선 “AI에 국정 물은 건 실수”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국정에 관한 대통령의 지휘·감독은 권한인 동시에 책임”이라며 공소청장과 중수청장 등을 국무회의에 부르는 게 맞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제미나이(AI 챗봇)에게 물어봤다’면서 제미나이가 ‘배석 불가론은 위헌적 억지’라고 답한 내용을 공유했는데, 이를 두고 “국정 운영을 AI로 하느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자 하루 만에 다시 “탄핵 사유”까지 거론하며 직접 반박에 나선 것이다.
이번 논란은 이 대통령이 검찰청 폐지로 출범한 공소청장·중수청장 직무대행을 지난 6일 국무회의에 배석시키고 오찬까지 함께 하면서 재점화됐고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새로 임명한 김지용 중수청장이 지난 20일 국무회의에 나와 인사말을 하고 대통령 말을 받아 적으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X에 올린 글에서 “공소청이든 기상청이든 소방청이든 모든 부·처·청은 대통령과 총리의 지휘·감독을 받는다는 것이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명시되어 있다”고 했다. 수사기관장을 국무회의 같은 공개 회의에 부르지 않으면 밀실 회의에서 비밀리에 지휘하라는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제미나이에게 관련 질문을 했던 데 대해서도 “몰라서 제미나이를 인용한 것이 아니라 그 주장이 얼마나 초보적 논리와 팩트에 어긋나고 수준 낮은 것인지를 느껴보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작년 12월 부처의 외청도 국무회의에 참석하라고 지시했고 검찰총장·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줄곧 국무회의에 참석해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도 이날 오전 브리핑을 열어,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은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라며 “AI에 기대서 국정을 운영한다는 식으로 보도하거나 주장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총장이 국무회의에 배석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과연 검찰총장이 정치적으로 독립돼 있었고, 검찰이 정치 검찰이 아니었는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여전히 수사·기소 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밀실 지시는 당연히 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거기에 더해 대통령과 수사기관장이 직접 대면하는 것은 수사 중립성을 흔들 수 있어 국무회의 배석을 시키지 않았던 것”이라며 “재판이 중지돼 있고 공소 취소를 시도한다는 의심을 받는 정부라면 더더욱 수사기관장과 대통령의 대면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은 자기가 왕으로 뽑힌 거라 착각하는 것 같다. 이 대통령 억지대로라면 수사 지휘 안 했던 역대 대통령들은 다 탄핵돼야 하나”라며 “자기 범죄 수사를 막고, 정적을 공격하기 위해 중수청이든 공소청이든 경찰이든 대통령이 수사 지휘하는 게 탄핵 사유”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게는 대법관 후보 제청 전 ‘사전 협의’ 관행을 무시했다며 재제청을 요구해 놓고, 역대 정부에서 지켜온 국무회의 관행은 스스로 깬 것을 두고는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여권 내에서도 이 대통령을 옹호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다. 논쟁이 보름 넘게 계속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대체로 언급을 피하는 모습이다. 김태선 당대표 비서실장만 “공개된 자리에서 책임 있게 감독하는 것이 왜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다는 것이냐”며 “대통령의 원칙에 동의한다”고 했다. 친명계 핵심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중수청장의 국무회의 참석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옹호하면서도 “그 원칙을 지키면서 유연한 운용의 묘도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의원 상당수가 대통령이 탄핵까지 운운하며 연일 X 메시지를 쏟아내는 데 우려하고 있다”고 했고, 다른 의원도 “대통령이 AI에 국정 현안을 물어본 건 정무적으로 큰 실책”이라고 했다. 박지원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대통령이 잠 좀 주무시는 것이 좋다”며 “(X에서) 대통령 언어를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정현 공소청장 직무대행도 이날 국정감사에서 “중립성과 공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는 법무부를 통해 잘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제미나이에게 주요 현안을 직접 물은 것에 대해서는 공무상 비밀 누설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제미나이 같은 AI 챗봇을 활용해 왔다면 국정 기밀이 유출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AI 서비스에 입력한 글이나 파일은 해외 서버에 그대로 저장되고 AI 학습에 재활용된다”며 “그렇기에 청와대 공직자가 AI에 자료를 올리고 문의하는 건 엄격히 제한되는데, 이 대통령이 사전 보안 절차를 거치지 않고 여지껏 AI를 활용했다면 공무상 비밀 누설 현행범”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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