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의 무게여 안녕] 체육인 눈으로 본 아시안게임 희로애락

장미란 용인대 교수·역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2026. 10. 2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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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된다’를 증명한 남녀 농구의 감동
경솔한 언행으로 병역 논란 남긴 선수들
혜택만큼 평생 국가에 기여해 빚 갚기를
테크볼 선수를 보며 간절함을 절감했다
무너진 효자 종목들이 보여준 위기는
국가와 체육계가 지혜 모아 재정비해야
일러스트=이철원

이번 아시안게임을 본 국민은 ‘희로애락’을 느꼈을 것이다. 나 또한 아시안게임 전부터 후배들의 활약을 기다리며 기대하고 있었다. 조직위의 크고 작은 실수가 있었지만 우리 선수단은 흔들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줄 것이라 믿었다. 굳은 믿음을 실력으로 보여준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대견한지, 때로는 환호로 때로는 애정 담긴 눈물로 열심히 응원했다.

특히 단체 구기 종목의 활약이 정말 반갑고 기뻤다. 지난 파리 올림픽에서는 단체 구기 종목 중 여자 핸드볼만 출전해 ‘구기 종목 위기’라는 언론 보도와 우려가 가득했기 때문에 더 반가웠다. 농구의 활약은 국민에게도 그렇지만 선수 생활을 하는 꿈나무들에게 큰 기쁨과 동기 부여가 됐을 것이다. ‘아무리 어렵다 해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되는구나’를 보여준 선배들 덕분에 단체 구기 종목의 분위기가 화사해진 것 같았고 그 밝은 에너지가 다른 종목에도 퍼지길 바랐다.

반면 절실함은 가득했으나 진실함이 부족해 성과를 얻고도 공분을 산 종목도 있었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다만 개인의 말 한마디와 행동이, 속해 있는 단체와 동료들의 모든 노력을 묻히게 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가장 크게 이슈가 된 병역 문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젊은 시절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들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게 도입된 제도인 만큼 신중함이 필요했다. 각 부처에서도 상황을 알기에 배려를 했는데 이렇게 되다니.

축구 대표팀 박승수가 3일 일본과의 결승전 후 국군 장병이 전역 때 쓰는 군모를 삐딱하게 걸친 모습(왼쪽). 주장 이기혁은 금메달 소감으로 “군대 안 갑니다”라고 했다.(가운데) 지난달 27일 금메달을 딴 야구 대표팀 중 병역 미필 선수 16명만 따로 모아 ‘금(金)’을 표현하는 기념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다.(맨오른쪽) /인스타그램, TV조선, 뉴스1

체육인 입장에서는 화려하게 보이는 선수들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선수들의 입장도 함께 헤아려 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물론 국군체육부대에서 복무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 국군체육부대에는 하계 종목 24개와 동계 종목 1개만 복무가 가능하다. 어디에도 들어가지 못한 선수들은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어 결국 은퇴할 수밖에 없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경솔한 언행으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선수들은 그 무게를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들이 받은 혜택의 소중함을 평생 간직하며 후배들을 위해 선배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국가와 국민에게 기여하는 방식으로 빚을 갚아나가면 좋겠다.

목표한 기록을 해내는 선수들이 있었지만 달성하지 못해 아쉬움 가득한 종목과 선수들도 있었다. 이번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의 성적은 대한민국 체육사에 가장 아쉬운 결과이다.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이후 44년 만에 금메달 40개 선이 붕괴되었고 대회 전 목표한 수치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시아 스포츠 순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이제 우리나라는 중국은 물론 일본과도 많은 격차가 벌어졌다. 이전부터 예견됐지만 막상 결과를 숫자로 확인하니 더없는 위기로 느껴진다. 그뿐 아니라 다른 주변 국가들의 순위가 상승하고 있다. 특히 4위 인도의 메달 획득 종목을 보면 국가적 투자를 집중한 특정 종목(사격, 육상, 양궁(컴파운드))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고 하키, 크리켓, 카바디 등 우리에게는 대중적이지 않고 저변이 넓지 않은 구기, 단체 종목에서도 메달을 획득했다.

우리나라도 한정된 예산과 자원을 선택과 집중으로 운용해 왔다.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특정한 종목에 국가의 지원이 집중됐고 정상급 메달리스트를 배출해 왔다. 물론 모든 종목을 똑같이 지원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동안 메달을 꾸준히 안겨주던 종목들의 부진함을 보며 시스템 재정비 대책이 병역 문제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잘못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무너지고 있는 효자 종목들을 보며 마주한 냉정한 성적표는 우리에게 뚜렷한 경고등을 보여줬다.

2026 아시안게임에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도 묵묵히 땀 흘려온 선수들이 값진 금메달을 일궈내며 감동을 안겼다. 맨 위 사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기뻐하는 여자 농구 대표팀, 테크볼 남자 단식 이준석,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트리트 강준이, 근대 5종 여자 개인전 성승민, 카누 카약 남자 4인승 대표팀(왼쪽부터 최민규, 장상원, 김효빈, 조광희). /박성원 기자·신화·뉴스1·뉴시스·연합뉴스

메달이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지 못하게 하는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도 맞다. 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과 일상에 지친 어른들에게 손흥민·김연아 등 우리 선수들이 준 감동과 가치를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이를 계기로 국가적 차원의 치밀한 대책과 계획을 수립하고 재정비해 잘하는 것은 더 잘하도록 해주고 구조적으로 소외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땀 흘리는 이들을 헤아려 그들의 땅을 조금씩 넓혀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부상의 고통 속에 온몸 던져 경기를 즐기고 마침내 승리한 선수들도 있다. 그들의 모습에서 승리의 쾌감을 넘어 스포츠의 즐거움을 느꼈다. 우리에게 익숙한 종목은 아니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 처음으로 채택된 테크볼 선수를 보며 간절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 생업을 이어가는 중에도 꿈을 놓지 않던 그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띄운 승부수는 좋은 자극이 됐다. 근대 5종과 수영 등 다른 종목의 활약도 기억에 남는다. 첫 출전과 첫 메달의 도전 앞에서 승부를 즐기고 시상대에서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 모습이 가장 찬란해 보였다.

아시안게임을 보며 경험해 본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꼈다. 경험을 해야 나와 상대의 입장과 형편을 직간접적으로 헤아릴 수 있다. 선수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걱정, 긴장감이 어떨지 알기에 마침내 해낸 도전에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크고 작은 실수를 했기에 후회가 있지만 그 무게를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사회에 도움 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예기치 못한 위기와 아픔 속에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지만 우리 선수들이 가늘게 비춰 준 찬란한 빛 한 줄기에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

공직을 경험하며 이전에는 보지 못한 부분들을 보고 생각하는 것이 낯설게 느껴진다. ‘내가 지금 누굴 걱정하나, 내 일이나 바로 해야지’로 돌아왔지만 새로 계획하고 시행하는 것, 제도를 재정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국가와 함께 모든 체육인이 함께 들어 올려야 한다. 어려운 일이기에 지혜를 모아 다시 시작하면 좋겠다. 우리는 경험해 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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