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군내를 향미로 살린 부들부들하면서 찰진 수육[김도언의 너희가 노포를 아느냐]

김도언 소설가 2026. 10. 2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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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꼼짝없이 해당되지만, 돼지머릿고기는 소주를 특히 편애하는 술꾼들에겐 하나의 장르다.

돼지머릿고기 수육과 순대 맛으로는 한강 이북에서 손꼽히는 집이라는 것을.

특히 돼지머릿고기 수육은 다른 집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른 집에서 돼지머릿고기 수육을 먹을 때 아쉬웠던 건 퍽퍽한 살과 함께 어느 부위인지 알 수 없는 잡스러운 부속이 적잖게 올라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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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갈현동 ‘차돌식당’의 돼지머릿고기 수육(왼쪽)과 철판순대. 김도언 소설가 제공
김도언 소설가
필자도 꼼짝없이 해당되지만, 돼지머릿고기는 소주를 특히 편애하는 술꾼들에겐 하나의 장르다. 그만큼 술맛을 부추기는 메뉴다. 이번에 소개하려는 노포는 돼지머릿고기의 ‘최고 존엄’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집이다.

으레 사람이 모이는 곳엔 길과 시장이 생기기 마련이다. 서울 은평구 연신내는 예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물결처럼 섞이고 흐르던 곳이다. 지하철 3호선과 6호선이 만나고, 최근에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까지 더해졌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어깨를 스치며 지나간다. 역을 나오면 연서시장 초입이 보이고, 가게와 가게 사이로 난 좁은 골목엔 왁자지껄한 목소리와 음식 냄새가 뒤섞인다. 시장 끝자락, 사람들의 발길이 조금 뜸해지는 곳에 작은 식당 하나가 보석처럼 숨어 있다. 이름은 차돌식당. 간판엔 큼지막하게 ‘옛날 순대국’이라고 쓰여 있다.

16.5m²(약 5평) 남짓한 공간에 테이블 예닐곱 개가 빼곡히 들어선 작고 허름한 식당이다. 번듯한 인테리어나 눈길을 사로잡는 장식도 없다. 방송에 나온 맛집이라는 표식도, 유명 연예인이 다녀갔다는 사인이나 사진도 없다. 그런데 아는 사람들은 이 집을 다 안다. 돼지머릿고기 수육과 순대 맛으로는 한강 이북에서 손꼽히는 집이라는 것을.

특히 돼지머릿고기 수육은 다른 집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다. 감히 말하면 필자가 맛본 것 중 최고다. 첫입을 베어 물면 육즙이 터지면서 전에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식감의 세계가 열린다. 부들부들하면서도 찰진 것이 잘 삶아낸 독일식 족발 슈바인스학세를 떠올리게 하는데, 머릿고기 특유의 감미로운 향미가 따라온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군내라고 해야 하나. 흔히 군내라고 하면 불쾌한 냄새를 떠올리지만, 이 집은 이걸 향미로 기막히게 살려낸다. 구수한 지방질이 입안에서 뜨거운 폭포처럼 녹아내린다고 할까.

다른 집에서 돼지머릿고기 수육을 먹을 때 아쉬웠던 건 퍽퍽한 살과 함께 어느 부위인지 알 수 없는 잡스러운 부속이 적잖게 올라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차돌식당의 수육은 확실히 다르다. 손님들이 원하는 부위를 엄격하게 선별한다. 지방질과 살코기가 가장 이상적인 비율로 어우러진 부위만 골라 상에 올린다. 퍽퍽한 살이나 부속은 수육에 섞어 내지 않는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단순했다. “수육은 수육다워야 하니까요.”

이 한마디에 차돌식당이 지향하는 음식 철학이 담겨 있다고 느꼈다. 매일 담근다는 배추 겉절이도 일품이다.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은 양념에 아삭하고 달큼한 맛이 어우러져 수육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솔직히 말하면 별도로 값을 치르고 한 통 사서 집으로 가져가고 싶을 정도다.

차돌식당이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리던 때라고 한다. 전국에 붉은악마와 태극기의 물결이 넘쳐나던 그때, 차돌식당은 연신내 한쪽 골목에서 조용히 장사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났다. 당시 월드컵 영웅들은 나이를 먹었고, 붉은악마의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던 팬들도 세월을 함께 보냈다. 그때의 뜨거운 함성은 추억이 됐지만, 차돌식당은 여전히 한자리에서 한결같은 최고의 수육을 내놓는다. 그 시절 붉은악마였을지도 모를 손님들에게.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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