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갈 테지만[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고수리 에세이스트 2026. 10. 22.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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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라. 제가 지어낸 말이 아니고요. 경전에 있는 유명한 말입니다. 힘든 일이거나 어려운 일이거나, 즐겁거나 기쁘거나. 그게 계속되는 게 아니라 순간이거든요. 우리 지금 힘든 거는 금방 지나갑니다. 벌써 이틀 지났잖아요. 얼마 안 남았습니다. 힘내십시오. 이겨내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기억하세요. 감사합니다."

아파트에 엘리베이터 공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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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리 에세이스트
“이 또한 지나가리라. 제가 지어낸 말이 아니고요. 경전에 있는 유명한 말입니다. 힘든 일이거나 어려운 일이거나, 즐겁거나 기쁘거나. 그게 계속되는 게 아니라 순간이거든요. 우리 지금 힘든 거는 금방 지나갑니다. 벌써 이틀 지났잖아요. 얼마 안 남았습니다. 힘내십시오. 이겨내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기억하세요. 감사합니다.”

아파트에 엘리베이터 공사가 시작됐다. 이틀째 되던 날, 관리소장의 안내방송에 웃음이 터졌다. 얼마 안 남았다니. 공사는 한 달이나 더 남았고, 그동안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그런데도 웃을 수 있었던 건 아버지뻘 관리소장의 목소리가 왠지 찡하게 다가와서였다. 평소에도 배려하자고, 힘내자고 감성적인 멘트를 준비해 읽어주곤 했다.

올해로 스물두 살 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한 동짜리 아파트는 오래됐어도 구석구석 말끔한 편인데, 워낙에 바지런하고 깐깐한 관리소장 덕분이었다. 언젠가 관리사무소에 들렀을 때, 대형 달력에 수기로 빼곡하게 적힌 일정들과 책장에 빽빽하게 채워진 파일들을 보곤 깜짝 놀랐다. 꼼꼼하기까지 한 관리소장은 무슨 안내든 주민들 눈높이에 맞춰 구구절절 자세히도 일러주었다.

공사가 시작되고 층마다 쉬어가는 의자가 놓였다. 관리소장이 인쇄한 안내문도 붙었다. 2층 ‘시작이 반 오늘도 파이팅’, 3층 ‘작심3일 통과! 우선 성공’, 4층 ‘4랑 합니다 이웃님’(사진), 이런 응원 구호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아래엔 ‘공사 중인 기사님들께 감사 한마디! 한 달만 버티면 새 엘리베이터! 우리 모두 파이팅!’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기를 안고 계단을 오르던 10층 엄마가 안내문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힘내라고 붙여뒀나 봐. 느낌표가 몇 개야. 하나 둘 셋…. 스무 개나 되네.” 문장마다 느낌표가 힘차게 찍혀 있었다. 으라차차 기합을 외치듯이. “기사 아저씨 저기 공사하신다.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아기가 손을 흔들자, 아저씨가 손을 슥 흔들어 주었다.

계단에서 이웃들을 마주쳤다. 의자에 앉아 쉬어가는 어르신들, 엄마 손을 붙잡고 투덜거리며 올라가는 어린이들, 성큼성큼 두 칸씩 올라가는 부러운 청소년들도. 양손에 쓰레기를 들고 내려오는 이웃과 택배를 들고 올라가는 이웃끼리 마주칠 때면, 같은 처지에 힘내자고 절로 눈인사가 오갔다.

이제 막 계단을 오를 참인지 5층 할머니가 난간을 붙잡고 서 계셨다. 터벅터벅 내려오던 내게 할머니가 말을 건넸다. “애쓰셨어요.” 이 수고를 나눌 수 있다는 게 뭉클해서, 이어달리기 바통을 넘기는 사람처럼 나도 마주 보고 웃었다. “힘내세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계단을 어떻게 오르내리려나 걱정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공사 마무리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우리 지금 힘든 거는 금방 지나갑니다”라던 안내방송 목소리가 떠올랐다. 이 또한 지나갈 테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고생한 기억보다 격려한 기억만 두고두고 남을 것 같다. 그런 게 참 즐거웠다고. 최신식 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대도 우리는 인사를 건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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