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냐 무죄냐…오세훈 2심 선고 초읽기
항소심 최대 변수로 떠오른 녹음파일…‘오세훈은 모른다’ 발언 공방
특검 징역 1년 6개월 구형…선별 제출 논란 속 증거 신빙성 쟁점
벌금 100만원 이상 확정 땐 시장직 상실…5년간 피선거권도 제한
[지데일리]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항소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둘러싼 이번 재판은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된 정황 증거와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출된 녹음파일의 신빙성이 핵심 쟁점이다. 서울시장직 유지 여부는 물론 차기 대권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재판부의 판단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2021년, 오 시장은 정치 브로커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그 비용을 후원자 김한정 씨가 대신 지급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명 씨의 폭로로 불거진 이 의혹은 선거 과정에서 여론조사가 어떤 방식으로 활용됐는지, 비용 부담과 정치적 이익 사이에 부당한 거래가 있었는지를 둘러싼 논란으로 확산됐다.
1심 재판부는 여론조사 5건, 약 2100만 원 상당에 대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조사 의뢰 동기와 여론조사 진행 시점, 비용 입금 시점 등이 서로 맞물린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당시 국민의힘 경선이 일반 시민 여론조사 100% 방식으로 치러지기로 결정된 만큼 오 시장에게 공표용 여론조사의 필요성이 컸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직접적인 증거 없이 정황과 추론만으로 유죄를 인정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것은 김 씨 측이 제출한 녹음파일이다. 2021년 3월 통화에서 명 씨가 오 시장은 관련 사실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대목이 담겼다. 오 시장 측은 이를 근거로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에 오 시장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특별검사팀은 녹음파일이 일부만 선별돼 제출됐으며, 핵심적인 대납 시점의 통화 내용이 빠져 있어 증거로서 한계가 있다고 맞섰다. 명 씨 역시 해당 발언은 여론조사 의뢰가 아니라 야권 후보 단일화 전략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같은 녹음파일을 두고도 당사자들의 해석이 엇갈리는 만큼 재판부가 발언의 전후 맥락과 다른 증거와의 일치 여부를 얼마나 면밀하게 살피느냐가 관건이다.
특검은 항소심에서도 오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오 시장은 최후 진술 과정에서 울먹이며 결백을 호소했다. 그러나 정치적 호소와 법률적 판단은 별개의 문제다. 재판부는 의혹에 대한 여론이나 당사자의 입장보다 증거가 혐의를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선거 과정에서 여론조사의 독립성과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라는 과제도 드러냈다. 여론조사가 후보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비용 부담 주체와 의뢰 경위가 불분명하면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
정황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는 데 따른 신중함과, 은밀하게 이뤄질 수 있는 정치적 거래를 입증하는 현실적 어려움 사이의 균형도 사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항소심 선고는 23일 생중계로 진행된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잃고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차기 대선 출마도 어려워진다. 반면 1심 판단이 뒤집히면 오 시장은 정치적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이번 판결은 한 지방자치단체장의 거취를 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거 관련 의혹에 대한 사법적 판단과 향후 정치 지형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남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