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쿠팡 ‘산재 은폐’ 수사…블랙리스트·불법파견도 흐지부지

박다해 기자 2026. 10. 2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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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대규모 전담팀(TF)을 꾸려 장덕준씨 사망 산재 은폐 의혹을 수사한 고용노동부가 22일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의장의 '불기소 의견 송치'를 결정하면서 "관용 없이 조치하겠다"던 출사표는 용두사미가 됐다. 노동부는 9개월 동안 진행한 수사와 기획감독에도 쿠팡의 '산재 입막음' 여부를 규명하지 못했고, 일용직 채용 거절 명단(블랙리스트)과 불법 파견 의혹 등은 법 위반 사항이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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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김범석 의장 산재 은폐’ 불기소
2020년 사건 발생 때도 조사없이 부검감정서로 종결
합의서 확보 못 해 ‘조직적 산재은폐’도 규명 못 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조합원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가 있는 건물에서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를 만나기 위해 엘리베이터 탑승을 시도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지난 1월 대규모 전담팀(TF)을 꾸려 장덕준씨 사망 산재 은폐 의혹을 수사한 고용노동부가 22일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의장의 ‘불기소 의견 송치’를 결정하면서 “관용 없이 조치하겠다”던 출사표는 용두사미가 됐다. 노동부는 9개월 동안 진행한 수사와 기획감독에도 쿠팡의 ‘산재 입막음’ 여부를 규명하지 못했고, 일용직 채용 거절 명단(블랙리스트)과 불법 파견 의혹 등은 법 위반 사항이 없다고 봤다. 노동계 일각에선 “통상 마찰 때문에 미국 눈치를 본 결과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노동부는 2020년 10월 장씨가 숨진 뒤 김범석 의장이 쿠팡 핵심 관계자들한테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어?” “그들은 시간제 근로자야. 시간당 돈을 받지 성과로 돈을 받는 데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관계자들은 장씨가 사망하기 전 찍힌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물 마시기, 화장실 가기, 기다리기, 대화하기 등으로 나눠 초 단위로 분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장씨가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부각하려는 정황이다. 노동부는 이를 “부적절한 지시”라고 봤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공소시효가 지나 김 의장한테 산업안전보건법의 산재 은폐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산재 은폐 공소시효는 5년으로, 노동부가 수사에 착수한 지난 1월에도 이미 석달가량 지난 상태였다. 노동부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국민적 관심이 높고, 언론 보도만으로 의혹이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수사한 것”이라며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어도 장씨 사망 직후 쿠팡이 중대재해 발생 사실을 보고했고, 산재 승인 과정의 방해 행위도 확인되지 않아 산재은폐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장씨 유족을 대리해온 정병민 변호사는 “사건 발생 당시 노동부는 현장조사도 나가지 않고 장씨의 부검 감정서만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며 “안일한 대응이 이런 수사 결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노동부는 쿠팡과 계열사들이 장씨 사망 이후 ‘위기관리 대응 지침’과 노동자·유족에게 요구한 합의서 등으로 조직적으로 산재 은폐를 시도해왔다는 의혹도 규명하지 못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1월 이후 쿠팡과 계열사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는 25명이지만, 유족급여 신청 건수는 5건에 불과하다. 특히 이 대응 지침은 장씨 사망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활용돼, 노동계가 ‘산재 은폐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핵심 근거인데도, 노동부는 관련 내용을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

노동부는 이 밖에 쿠팡 쪽이 자사 재취업 제한 목적으로 일용·계약직 퇴사자 1만6450명의 명단을 만든 것은 확인했지만, “다른 회사 취업을 방해하기 위해 명단을 외부에 공유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는 노동부가 2021년 “자사 채용 과정에도 근무자 명단 등이 통상적인 인사자료 활용 범위를 넘어선다면 취업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던 기존 해석과 배치된다. 이날 경기남부경찰청은 블랙리스트 공익제보자인 김준호씨 등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공소청에 송치했다. 반면, 쿠팡의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는 이렇다 할 수사 없이 2년 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해 편파 수사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쿠팡 본사 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했다는 불법 파견 의혹도 “회사별로 업무 지휘·명령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저성과자 퇴출용’이란 의혹이 제기된 성과향상프로그램도, 이에 바탕해 해고된 사례가 없어 법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박다해 이준희 정봉비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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