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답하는 시대, 인간만의 가치는 무엇인가
10개국 29개 팀 참여…예술·기술 융복합 실험
안네 임호프 ‘아바타’ 韓 첫 공개…기술 양면 조명

기술이 일상의 기반이 된 시대, 기계의 오류와 어긋남을 통해 인간다움의 의미를 되짚는 융복합 예술축제가 광주에서 막을 올린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23일부터 11월 8일까지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3·4관과 예술극장 빅도어 시어터 등에서 'ACT(Arts&Creative Technology) 페스티벌 2026'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올해 11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는 '아이, 휴먼: 테크네세(世)에 응답하기'를 주제로 10개국 29개 팀이 참여한다. 예술과 첨단기술의 결합을 넘어 기술이 세계를 형성하는 시대에 인간의 존재와 역할을 탐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축제에서는 독일 작가 안네 임호프의 영상 작품 '아바타'가 한국에서 처음 공개된다. 임호프는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대표 작가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테이트 모던과 팔레 드 도쿄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올해 홍콩 타이콴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을 개최한 데 이어 광주에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아바타'는 추상적인 색과 빛으로 흐려진 배경 속에서 한 사람의 신체만 32분 동안 선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기술이 인간의 삶을 깊숙이 대체하는 시대에 끝내 대신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기술에 대한 인식의 틈을 드러내는 작품들도 선보인다. 우톈창의 '안녕, 춘추각'은 인공지능(AI) 영상처럼 보이지만 과거 극장의 마술과 손기술을 활용해 관객의 지각을 흔든다. 노진아 작가의 신작 '네르바 아티피시아'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계가 친한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작품이다. 다만 유창한 답변 속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환각'이 섞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의 한계를 드러낸다.

개막일인 23일 오후 7시에는 예술극장 빅도어 시어터에서 타마나라멘, 자이 탕, 고휘가 참여하는 오디오비주얼 콘서트가 열린다. 소리와 영상이 어우러지는 공연을 통해 기술과 예술의 접점을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24일 오후 1시에는 문화정보원 국제회의실에서 참여 작가들의 발표와 대담으로 구성된 다이얼로그가 진행된다. 베니스국제영화제 선정작 '블러(BLUR)'를 연출한 크레이그 킨테로 감독과 오월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트레이스(TRACES): 애도의 프로세서, 광주에서'를 제작한 발리 푸굴랭(Vali Fugulin) 감독이 기술로 죽음과 애도를 다루는 방식에 관해 관객과 이야기를 나눈다. 권혜원·정혜련·심래정 작가는 ACC 커미션 신작의 제작 과정도 소개한다.
아시아문화광장 ACC 미디어월에서는 중국 시티 디지털 스킨아트 페스티벌(CDSA)과 협력해 선정·제작한 미디어파사드 작품 15점을 선보인다. 상영은 12월 31일까지 매일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진행하며 월요일은 제외한다.
전시는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3·4관에서 열린다. '블러'와 '트레이스' 체험 프로그램, 콘서트, 다이얼로그는 ACC 누리집에서 사전 예약하거나 현장에서 신청할 수 있다. 전시와 프로그램은 모두 무료다.
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한국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야외로 문을 연 빅도어 시어터에서 소리와 빛의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다"며 "기술이 우리 삶의 환경이 된 지금, 어긋남을 드러내는 기술 앞에서 잠시 멈춰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