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금인데 주식에 덜컥"…돈에도 '목적·시간표' 필요 [지갑을 불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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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상담한 50대 후반 고객은 금융자산 대부분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었다.
목적 구분 없이 모든 자금을 같은 방식으로 운용하면 시장이 하락할 때 생활비 마련을 위해 투자자산을 손실 상태에서 매도할 수 있다.
이번 상담에서는 은퇴 후 생활비로 사용할 자금의 일부를 투자자산과 분리하고 연금 재원으로 준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은퇴자산은 단순히 오래 보유하는 돈이 아니라 남은 삶의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자금이라는 점에서 장기적 관점의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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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엔 생활비도 간당간당
연금은 수익률·현금흐름 고려
증여자금, 목표수익률 명확히
자산관리는 목표 설정서 시작

최근 상담한 50대 후반 고객은 금융자산 대부분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었다. 시장이 상승할 때도 고민이 있었지만, 최근 주가가 급락하자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은퇴가 가까워진 상황에서 생활비로 쓸 돈과 10년 뒤 자녀에게 증여할 돈까지 같은 투자자산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상담에서 먼저 살펴본 것은 보유 상품이 아니라 돈의 사용 목적과 시점이었다. 은퇴 생활비, 계속 운용할 투자자금, 자녀 증여자금은 필요한 시기와 감내할 수 있는 위험이 서로 다르다. 따라서 운용 방법도 달라야 한다.
자산관리는 주식·채권·예금 등의 비중을 나누는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할 일은 금융자산마다 목적과 시간표를 정하는 것이다.
은퇴 생활비는 필요한 시기에 꺼내 쓸 수 있도록 안정성을 우선해야 한다. 반면 당장 사용할 계획이 없는 투자자금은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안에서 수익 기회를 추구할 수 있다. 자녀 증여자금 역시 운용 기간이 길더라도 증여 시점이 정해져 있다면 목표와 위험 관리 원칙을 미리 세워야 한다.
목적 구분 없이 모든 자금을 같은 방식으로 운용하면 시장이 하락할 때 생활비 마련을 위해 투자자산을 손실 상태에서 매도할 수 있다. 돈에 꼬리표를 붙인다는 것은 단순히 계좌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 자금의 역할에 맞는 운용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이번 상담에서는 은퇴 후 생활비로 사용할 자금의 일부를 투자자산과 분리하고 연금 재원으로 준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고객은 5년 뒤인 61세부터 약 15년간 연금을 받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었다. 최근 일부 생명보험사의 연금보험 중에는 일정 기간 확정이율을 적용하고 상품과 가입 조건에 따라 4%대 금리를 제시하는 사례도 있다. 다만 적용 이율과 유지 조건은 상품마다 다르며 이후 금리가 변동될 수 있다. 중도해지 환급금, 유도성 제약 등도 함께 살펴야 한다.

연금은 평생 수령할지, 일정 기간 집중적으로 받을지, 상속을 고려할지에 따라 활용 방식과 수령액이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금리나 예상 수령액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은퇴 후 필요한 생활비를 계산하고 그중 얼마를 안정적으로 확보할지 정하는 것이다.
필요한 시점에 사용할 돈을 미리 준비해두면 시장이 흔들리더라도 생활비 마련을 위해 투자자산을 급하게 처분해야 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
은퇴 이후의 현금흐름을 설계할 때는 현재의 생활비뿐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질 지출 규모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물가가 상승하면 같은 금액의 연금을 받더라도 실제 구매력은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연금으로 기본적인 생활비를 충당하되 물가 상승에 따른 추가 지출이나 의료비 등 예상하지 못한 비용에 대비할 수 있는 여유자금도 함께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은퇴 초기와 후기의 소비 패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은퇴 초기에는 여행이나 여가 활동 등으로 지출이 늘어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료비와 돌봄 비용 비중이 커질 수 있다. 이처럼 생애 주기에 따라 달라지는 자금 수요를 고려해 연금 수령 방식과 금융자산의 운용 계획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익률을 높이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의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은퇴자산은 단순히 오래 보유하는 돈이 아니라 남은 삶의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자금이라는 점에서 장기적 관점의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증여를 한 상태라 10년 뒤 다시 자녀에게 증여할 계획이다. 이 자금은 운용 기간을 활용하되 증여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자산을 지키는 데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목표수익률 설정이다. 예를 들어 연 5%를 목표로 정하면 투자 기간과 위험 수준에 맞춰 상품을 비교하고 운용 계획을 세우기가 수월해진다. 목표가 없으면 시장이 오를 때는 더 높은 수익을 좇고, 하락할 때는 불안감에 계획을 바꾸기 쉽다.
목표 수익률은 보장된 수익률이 아니라 운용 방향을 정하기 위한 기준이다. 정기적으로 성과를 점검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원칙 안에서 대응하며, 증여 시점이 다가오면 위험자산 비중을 조정하는 계획까지 세워두는 것이 좋다. 미리 정한 기준은 매 순간의 시장 움직임에 흔들려 결정을 반복하는 부담을 줄여준다.
시장이 좋을 때는 수익률이 자산관리의 성과처럼 보이지만, 시장이 흔들릴 때는 돈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결국 자산관리의 출발점은 상품 선택이 아니다. 내 돈에 어떤 목적을 부여하고, 언제까지 어떤 원칙으로 운용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다.
[임은순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과천종합금융센터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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