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광주, 소음은 예천?”···광주 군공항 훈련기 이전 소식에 주민들 “희생은 할 만큼 했다” 분노[현장]

김현수 기자 2026. 10. 2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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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군 유천면에서 지난 20일 만난 장완식씨(70)가 하늘을 가리키며 전투기 소음 피해를 설명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전투기가 뜨면 아예 대화가 안 되니더. 더 들어오면 여는 사람 살 곳이 아니니더.”

경북 예천군 유천면에서 지난 20일 만난 장완식씨(70)가 광주 군공항 훈련기를 이 일대로 옮긴다는 소식에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공군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광주기지의 T-50 고등훈련기를 운용하는 제189·제216비행교육대대를 예천으로 옮기는 임시배치계획을 공개했다.

공군 제16전투비행단이 있는 유천면 곳곳에는 ‘희생은 할 만큼 했다’ ‘군민 의견 수렴 없는 군공항 확장·이전 결사반대’ ‘반도체는 광주에, 소음은 예천에’ 등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장씨는 “수십 년간 소음으로 고통받았는데 광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아무런 말도 없이 소음 피해를 더 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비행기 소리에 손주들이 경기를 일으킬 정도”라고 했다.

광주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한 훈련기 이전계획에 예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한다며 추가 배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이 지난 20일 오후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공군본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계획에 따르면, 기존 예천기지의 TA-50 대대는 충북 충주 중원기지로 이전하고 예천기지는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고등비행교육을 맡는다. 광주 군공항 부지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로 활용하기 위해 항공 전력을 임시 분산 배치하는 것이다.

임기주 예천군 군부대확장반대추진위 위원장(61)은 “다른 지역 개발을 위해 또다시 피해를 떠안을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예천군이 내놓은 ‘소음대책지역 소음기준 및 인구현황’ 자료를 보면, 소음 피해지역은 예천읍·호명읍·유천면·용궁면·개포면 등 5개 읍·면 42개리에 걸쳐 있다. 올해 보상대상자는 5287명이다. 소음이 가장 큰 1종지역은 1236명이며 2종지역은 1223명, 3종지역은 2828명이다.

등급별 1인당 월 기본 보상금은 각각 6만원, 4만5000원, 3만원이다. 올해 접수된 군소음 피해보상 신청은 5335건으로 확정된 보상금은 17억7000만원이다.

예천비행장에서는 광주 전력 분산 배치와 별도로 국산 전투기 KF-21 전력화를 위한 복수활주로 건설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주민들은 활주로 확장과 항공 전력 배치가 맞물려 소음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주민 이모씨(50대)는 “매달 몇만 원 받는 피해보상금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보상금을 더 준다고 군공항 확장을 환영할 사람은 마을에 없다. 주민 의견도 듣지 않고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나”고 말했다.

사전 협의 미비와 부족한 피해 대책 문제는 지난 20일 경북도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주민 피해 대책이 해결되지 않은 채 훈련기 추가 배치에만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도지사인 저도 (임시배치)내용을 일절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예천군과 군의회도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안병윤 예천군수와 김홍년 예천군의회 의장은 지난 21일 공동성명을 내고 “군민을 배제한 일방적인 추진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안병윤 예천군수는 “국가안보를 위해 오랫동안 소음 피해를 감내해온 군민들 사이에서 더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정부가 추가 배치계획을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지원과 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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